역대급 호황을 맞은 반도체와 인공지능(AI) 관련 기업들이 은행에 뭉칫돈을 예치하면서 은행들의 기업 단기자금 수신이 지난 5월에만 수십조 원 증가했다. 증시 활황으로 은행에서 증시로의 머니무브가 지속되고 있지만 ‘AI 혁명’에 올라탄 일부 기업들은 몰려드는 현금을 일단 은행에 ‘파킹’하며 향후 투자 기회를 모색하거나 리스크 대비에 나서는 모습이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들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에 맡긴 단기성 자금(요구불예금·MMDA·정기예금)이 지난 5월 한 달 만에 37조원 가까이 증가했다. 특히 초단기자금으로 분류되는 요구불예금과 MMDA(자유입출금상품) 잔액은 4월과 비교했을 때 한 달 만에 28조1027억원 늘어난 714조6576억원이었다.
이는 역대급 증시 활황에 은행에서 자금은 인출하거나 대출을 받아 주식시장으로 달려가는 개인들과는 다른 흐름이다. 실제 지난 5월 5대 은행에서 개인은 9조9975억원을 인출하며 머니무브 흐름을 계속 이어갔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반도체나 AI 전력 인프라스트럭처 수혜 기업 성장이 단기예금 증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보고 있다”면서 “성장세가 가파른 기업의 경우 계약선금으로 돈을 미리 받는 추세도 있다고 하는데 이 자금을 일시적으로 은행에 맡겨두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증시 활황으로 막대한 수수료와 운용 수익을 올리고 있는 증권사들이 여유 현금흐름을 은행에 예치하는 사례 또한 대거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요구불예금이나 MMDA보다는 만기가 긴 정기예금의 경우에도 지난달 기업들 통장에 조 단위 돈이 유입됐다. 지난달 5대 시중은행의 기업 정기예금 잔액은 562조2499억원이었는데, 이는 전달 대비 8조7911억원이나 늘어난 것이다. 요구불예금·MMDA 증가액(28조1027억원)과 합치면 한 달 만에 기업에서 유입된 단기자금은 36조8939억원에 달한다.

반면 개인 정기예금의 경우 낮은 금리에 지친 개인들이 정기예금을 만기 전 해지하며 주식 등으로 자금을 이동시키면서 오히려 1조2584억원이나 잔액이 감소했다.
이처럼 기업 단기자금 수십조 원이 은행으로 이동한 배경에는 기업들의 불안감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기업은 개인과 달리 글로벌 경기 흐름이나 금리 변동 등에 대비하며 위험을 분산시켜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기 때문에 현금을 쥐고 관망하고자 하는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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