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미우리 신문 등 일본 현지 매체들은 하시모토 준이 지난달 21일 간경화로 투병하던 중 향년 만 86세로 별세했다고 1일 보도했다. 1939년 도쿄에서 아동문학가 요다 준이치의 아들로 태어난 고인은 아오야마가쿠인대 재학 시절 작곡가 스기야마 고이치와 인연을 맺으며 음악계에 입문했고, 이후 일본 가요계의 거목인 작곡가 쓰쓰미 교헤이와 황금 콤비를 이루며 수많은 명곡을 탄생시켰다.
고인의 가장 대표적인 업적은 가수 이시다 아유미가 불러 100만 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린 대히트곡 '블루 라이트 요코하마'(1968)다. 고인은 요코하마 바다를 찾았을 때의 한적한 풍경에 프랑스 칸의 화려한 야경 이미지를 투영해 감각적인 노랫말을 완성했다. 과거 국내에서 일본 대중문화가 전면 금지되었던 시절에도 이 곡만큼은 '한국인이 가장 잘 아는 일본 노래'로 불릴 만큼 밀항하듯 유입되어 큰 인기를 누렸다.
국내 팬들에게는 김국환이 불러 신드롬을 일으켰던 '은하철도 999'의 원곡인 일본어판 TV 주제가의 작사가로도 명성이 높다. 어둠을 헤치고 무한한 우주로 향하는 나그네의 서사를 철학적인 가사로 풀어내 깊은 감동을 안겼다.
그는 극장판 애니메이션 '루팡 3세: 칼리오스트로의 성' 주제가를 비롯해 '아마색 머리의 소녀' 등의 명곡을 남겼다. 특히 '아마색 머리의 소녀'는 2002년 시마타니 히토미의 리메이크 버전으로 재차 신드롬을 일으켰고, 2011년에는 유키 사오리의 글로벌 히트 앨범 '1969'에 그의 번안곡들이 실리며 전 세계적으로 작품성을 재평가받았다.
오랜 세월 아름다운 노랫말로 시대를 위로하고 국경을 넘어 대중음악사의 큰 발자취를 남긴 거장의 갑작스러운 영면 소식에 아시아 전역의 음악 팬들과 동료들의 깊은 애도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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