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거래로 공간 되찾는 2030
옷장 정리에서 가구·가전까지
집 전체로 번지는 ‘비우기’ 열풍
성수 플리마켓부터 노들섬 축제까지
오프라인으로 확장된 리커머스
“사는 사람보다 비우는 사람이 중요”
서울 성수동 원룸에 사는 이모(28) 씨는 지난 봄, 옷장 정리를 하다가 계산기를 두드렸다. 2년 넘게 안 입은 옷 14벌, 안 쓰는 공기청정기 하나, 다 읽은 책 20권. 모두 중고거래 플랫폼에 올렸더니 2주 만에 전부 팔렸다. 수익은 35만원. 그런데 돈보다 더 체감된 건 따로 있었다. “옷장 하나가 통째로 비니까 방이 넓어진 느낌이에요. 8평인데 9평된 기분이랄까요.”
2030세대에게 공간은 곧 자원이다. 서울 원룸 1평의 월세를 환산하면 수만원. 안 쓰는 물건이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는 건 매달 돈을 흘리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들이 중고거래를 시작하는 이유는 ‘돈이 되니까’만이 아니다. ‘공간이 되니까’다.
주말에 정리하고 월요일에 올린다
이미 중고거래는 일상이 됐다. 번개장터가 지난해 실시한 ‘세컨핸드 인식 조사’에 따르면 20~59세 소비자의 82%가 최근 1년 이내 중고거래를 경험했다. 5명 중 4명이 한 번은 해봤다는 뜻이다. 지난해 기준 플랫폼 전체 가입자 중 MZ세대 비중은 76%, 가장 활발하게 거래하는 층은 여성 20대로 분석됐다.
거래 패턴도 흥미롭다. 번개장터의 지난해 연간 데이터를 보면 중고 거래가 가장 활발한 시간대는 오후 8시에서 11시, 요일은 월요일이다. 주말 동안 옷장을 뒤지고 사진을 찍고 월요일 퇴근 후 올린다.
가장 거래가 많은 달은 10월이다.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며 옷장을 정리하는 시즌이다. ‘비우기’가 계절을 따라 움직이는 하나의 생활 루틴이 된 셈이다.
옷장에서 시작해 집 전체로
“옷장을 비우고 나니 서랍장도 눈에 들어왔어요. 서랍장을 정리하니 신발장도 보였어요. 신발장 다음엔 베란다 구석의 공기청정기, 그리고 책장에 꽂혀만 있던 책들도…”(이모 씨)
비우기는 한 번 시작하면 집 전체로 번진다고 한다. 올해 1월 기준 전년 동월 대비 유아동·출산 카테고리는 72.6% 급증했고, 가구·인테리어도 34.2%, 가전제품도 26.1% 늘었다. 아이가 크면서 필요 없어진 유모차, 이사하면서 빼야 하는 책장 등 옷장에서 시작된 정리가 집 전체의 공간 순환으로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한 해 번개장터에 새 주인을 찾아 등록된 물건은 3900만개로 매달 평균 837만명이 이 물건들을 들여다보고 있다.
공간이 비면 삶이 달라진다. 널브러져 있던 거실이 요가 공간이 되고 쌓여 있던 베란다가 작은 서재가 된다. 2030세대에게 ‘비운다’는 건 단순한 정리가 아니라, 좁은 집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만드는 행위로 통한다고 한다. 그리고 이 비우기가 이제는 축제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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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9/00056874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