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서소문 고가차도가 무너지기 전 상판이 내려앉는 이상 징후가 발견됐는데도 사고 구간 아래로 열차 166대가 그대로 통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가운데 승객을 태운 열차가 59대에 달해 자칫 대형 인명 피해로 이어질 뻔했다. 위험 징후를 확인한 순간 열차 운행부터 멈췄어야 했지만 12시간 넘게 아무런 통제가 없었고, 반복된 열차 진동이 붕괴를 앞당겼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고 직전 열차 166대 지나가
28일 코레일에 따르면 철거 현장 작업자들이 현장 슬래브(상판) 처짐 현상을 최초 인지한 지난 26일 오전 2시30분부터 실제 붕괴가 발생한 오후 2시33분까지 사고 구간 하부 철로를 통과한 열차는 총 166대였다. KTX 등 고속열차가 66대로 가장 많았다.
또 일반열차 61대, 전동열차 31대, 화물열차 5대 등이었다. 사고 구간의 평일 하루 통과 열차는 346대로, 이상 징후를 발견한 뒤에도 하루 통과량의 48%가 통제 없이 현장을 지나갔다. 사고 약 5분 전에는 20량 규모의 KTX가, 붕괴 1분 전에는 7량짜리 무궁화호 열차가 현장 아래를 통과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26일 오전 2시30분께 상판 절단 작업 도중 15, 16번 거더 사이에서 약 29㎜의 처짐과 단차가 확인됐다. 시는 곧바로 공사를 멈추고 강판을 덧대 보강했다. 이 사실은 오전 7시30분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에 처음 보고됐고, 오후 1시40분부터 외부 전문가 등이 참여한 긴급 안전점검이 시작됐다. 하지만 점검을 시작한 지 약 50분 만에 구조물이 무너졌다. 임춘근 도시기반시설본부장은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철근 누락 사태와 관련한 국회 현안질의에 참석하느라 붕괴 소식을 언론 속보로 처음 접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험 징후가 있었지만 철도 운행과 차량 통행은 평소처럼 유지됐다. 이날 국토부는 “공사 중 발견된 교량 상부 단차는 서울시 및 시공사가 즉시 공단 또는 코레일에 통보해 열차 운행중지 등을 수반했어야 하는 사안”이라며 “당시 균열 등 사고 조짐과 관련된 내용을 서울시 측으로부터 전달받은 바가 없었다”고 밝혔다.
◇열차 진동이 붕괴 앞당겼나
건설업계와 전문가들은 3개월간 이어진 철거 작업의 충격에 더해 침하 발견 이후 166차례 반복된 열차 진동이 붕괴를 앞당겼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상판 침하를 확인한 순간 열차 운행부터 중단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추태호 부산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노후화로 강성이 약해진 구조물에 열차와 차량 통행으로 반복적인 진동이 가해지면 충격이 누적될 수 있다”며 “양옆 고가도로를 모두 철거한 뒤 철도 위 구간만 남겨둔 철거 순서에도 문제가 있어 보인다”고 했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최소한 철거 기간에는 해당 구간에서 열차를 서행시켜 진동을 줄였어야 했다”며 “코레일과 서울시 모두 안전 조치에 안일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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