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지현 기자] 부분 편집이 아닌 폐기가 과연 답일까. 종영된 MBC 금토드라마 '21세기 대군부인'을 둘러싼 논란이 점입가경이다. OTT 공개 중단을 비롯해 전면 폐기를 요구하는 국회 국민동의청원이 5만 명의 동의를 얻어 소관 상임위원회에 회부됐다.
이들은 '21세기 대군부인이' 가상이지만 대한민국을 배경으로 하면서도 일부 장면에서 중국식 복식과 예법 및 어휘를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제작진이 보여준 안일한 의식과 부실한 고증은 문제라는 비판이다. 작품이 실제 역사를 다루는 정통 사극이 아닌 현대 판타지물이라도, 우리 민족의 근간이 되는 문화적 정체성은 왜곡되어서는 안된다는 주장이다. 일리가 있는, 타당한 의견이다.
문제의 장면은 대한제국의 자주성을 상징해야 할 황제 즉위식 시퀀스다. 명나라·청나라 예법인 구류면류관을 착용하고 '천세'를 외치게 한 설정, 한국 전통이 아닌 중국식 다도법을 묘사한 장면 등이 과오로 꼽힌다. 청원에 동의한 이들은 MBC가 문제의 장면들을 삭제하겠다고 밝혔음에도 불구, 작품을 전면 폐기하라고 요구 중이다.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정통이든 판타지든 역사와 관련한 콘텐츠를 만들 때는 철저히 고증을 거쳐야 한다는 지적은 타당하고 관련된 시스템을 마련하는 일에도 찬성하지만, 작품 자체를 폐기하라는 요구는 과하다는 목소리다. 폐기가 아닌 편집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21세기 대군부인'의 핵심 서사가 로맨스라는 점에 주목한다.
드라마는 입헌군주제, 가상의 황실을 배경으로 이안대군(변우석 분)과 성희주(아이유 분)의 로맨스, 인간적 성장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정치적 메시지를 내포한 작품이 아니다. 작품이 역사적 사실을 고의로 날조하거나 동북 공정 등 특정 이념을 프로파간다 한 바 없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시청자 게시판에는 "일부 장면에서 한국의 전통 의상과 궁중 복식을 현대적으로 아름답게 재해석하고 고유의 멋을 잘 살려낸 미장센까지 도마 위에 오르는 것은 억울하다"는 옹호 여론도 적지 않다. 특정 연출의 결함을 이유로 작품 전체의 긍정적인 성과와 문화적 가치까지 통째로 부정하는 것은 가상 역사물이라는 장르적 특성과 창작의 자유를 과도하게 위축시킬 수 있다.
'21세기 대군부인'은 300억 원 규모의 막대한 제작비가 투입된 대형 콘텐츠로, 국내 공공 기관은 물론 글로벌 미디어 플랫폼(디즈니플러스)과의 협업을 통해 제작됐다. 무게에 걸맞은 비판이 필요하고, 책임도 져야 하지만 그 책임이 작품의 존재 자체를 없던 것으로 되돌리는 일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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