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임금 노동자 성과급 투쟁 배경
집값·자산 격차 못 따라가 ‘불안’
경쟁사 이직 희망자도 적지 않아
성과급이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들의 핵심 요구로 떠오른 배경에는 자산 형성을 둘러싼 치열한 경쟁과 그로 인한 불안이 자리 잡고 있다. 대부분 직장인의 월급만으로는 수도권 집값과 기존 자산 격차를 따라가기 어려워지면서다.
삼성전자의 막대한 성과급을 놓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지만 이들을 ‘고임금·고위험·고불안 구조에 놓인 전략산업 노동자’로 보는 시각도 있다. 박현호 한국플랫폼프리랜서노동공제회 프리랜서권익센터장은 27일 “이들에게 성과급은 일반적인 상여금 개념이 아니라 잠재된 불안과 위험을 회피·완화하려는 수단”이라며 “성과급 요구에는 자산계급으로 성장하고 싶은 고소득 노동자들의 욕망이 깔려 있다”고 말했다. 과거 삼성전자 해고 노동자들을 지원한 경험에 바탕을 둔 분석이다. 박 센터장은 그러면서 “기존 노동운동 문법이 이를 충분히 포섭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반도체, 배터리, 인공지능(AI) 등 첨단 전략산업 노동자들은 호황기 큰 보상을 기대할 수 있지만 불황기에는 보상 축소와 고용 및 경력 불안을 겪는다. 업황이 좋을 때 목돈을 확보하려는 심리는 경기민감 산업 근로자들에게 일반적이다. 이차전지 업체에서 근무하다 올해 희망퇴직한 최모(38)씨는 삼성전자 노조의 성과급 투쟁에 공감을 표했다. 그는 “대기업 직원이라고 해봤자 성과급을 빼면 일반 직장인들보다 얼마나 더 받겠느냐”며 “반도체도 배터리 산업처럼 언제 불황기로 접어들지 모르므로 성과가 나는 시기에 최대한 보상을 받으려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사라진 ‘평생직장’ 개념도 성과급 투쟁을 강화하는 이유다. 대기업 조선 계열사에 다니는 오모(43)씨는 “주식·부동산으로 큰돈을 벌거나 인플루언서로 성공하는 등 대기업 직원들조차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만한 상황이 과거보다 많아졌다”며 “이직도 보편화된 시대라 조직에서 장기적으로 성장하기보다 단기적으로 성과가 났을 때 최대한 벌어가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런 불안의 배경에는 소득으로 자산 격차를 따라잡기 어려워진 현실이 자리한다. 자산 격차는 소득 격차보다 크다. 국가데이터처의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자산 불평등을 보여주는 순자산 지니계수는 2017년 0.584에서 지난해 0.625로 해마다 오르고 있다. 지니계수는 0에 가까울수록 평등하고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하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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