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주요 건설사들이 중동 전쟁 여파로 급등한 원자재 가격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하도급 납품단가를 총 1343억원 규모로 인상한다. 건설업계의 대표적 불공정 관행으로 지적돼 온 ‘유보금’ 관행도 폐지하기로 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8일 서울 동작구 전문건설회관에서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 윤학수 대한전문건설협회 회장, 시공능력평가 상위권 19개 종합건설사 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건설산업 상생협력 및 공정거래 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협약에는 삼성물산, 현대건설, 대우건설, DL이앤씨, GS건설, 현대엔지니어링, 포스코이앤씨, 롯데건설, SK에코플랜트 등을 비롯한 주요 대형 건설사가 참여했다.
협약은 중동 전쟁과 건설경기 둔화 속에서 원자재 가격 상승 부담이 하도급 업체에 과도하게 전가되는 것을 막고 하도급대금 연동제를 현장에 안착시키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협약에 따라 19개 종합건설사는 방수재·단열재·페인트·아스콘 등 주요 건설자재 가격 상승분을 반영해 수급사업자 납품단가를 총 1343억원 인상하기로 했다. 이 가운데 340억원은 이미 반영됐으며 추가로 1003억원을 더 인상할 예정이다.
아울러 전쟁·국제분쟁·공급망 불안 등 비상 상황으로 공급원가 변동이 발생할 경우 하도급대금을 신속히 조정할 수 있도록 별도 기준과 절차를 마련하기로 했다. 공사 수행 차질이 발생할 경우에는 공기 연장과 지체상금 면제 등 계약조건 조정도 상호 협의를 통해 추진한다.
협약에는 건설업계의 오랜 관행으로 꼽혀 온 유보금 폐지 방안도 담겼다. 그동안 일부 종합건설사는 기성금의 90% 안팎만 우선 지급하고 잔액 지급은 준공 이후로 미뤄 왔는데, 이 과정에서 하도급 업체들의 자금난이 심화된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이에 따라 참여 기업들은 하도급대금을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60일 이내 현금으로 지급하고 일체의 유보금을 폐지하기로 했다.
산업안전비용이나 폐기물 처리비용 등을 하도급 업체에 떠넘기는 부당특약도 정비한다. 건설사들은 계약서와 첨부서류를 자체 점검해 부당 조항을 삭제하고 공정한 계약 관행 확립에 나서기로 했다. 수급사업자가 입찰 과정에서 제출한 금액보다 낮은 금액으로 계약을 강요하지 않겠다는 내용도 협약에 담았다.
이와 함께 하도급대금 분쟁과 단가 조정 문제를 자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사내 하도급분쟁 해결기구를 설치·운영하거나 이에 준하는 절차를 마련하기로 했다. 공정위와 업계는 협약 실효성 확보를 위해 올해 하반기 중 민관협의체를 구성하고 협약 이행 상황과 하도급법 집행 동향, 상생협력 모범사례 등을 연 1회 이상 공유할 계획이다.
주 위원장은 이날 협약식에서 “건설산업은 우리 경제의 근간을 이루는 핵심 분야인 만큼 오랜 기간 이어져 온 불공정 거래 관행을 해소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며 “최근 국제정세 불안과 건설경기 둔화로 현장의 어려움이 커진 상황에서 대형·전문 건설업계가 상생협력을 통해 대내외적 위기를 함께 헤쳐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오는 8월 시행 예정인 하도급법 개정안을 통해 지급보증 의무를 강화하고 연동제 적용 범위를 에너지 비용까지 확대해 하도급 업체의 대금 지급 안전망을 강화하겠다”면서 “상생협력 문화 정착을 위해 공정위와 종합건설사업자, 전문건설업계가 참여하는 민관협의체를 신속히 구성해 지속 운영하겠다”고 덧붙였다.
행사에서는 현대엔지니어링의 중동전쟁 대응 단가 인상 사례, GS건설의 안전전담자 인건비 지원제도, 포스코이앤씨의 동반성장·ESG 펀드 운영, SK에코플랜트의 협력사 기술개발 지원 사례 등 상생 프로그램도 공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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