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 양평군 양평역 벽산블루밍 주택홍보관. 양평군은 이 가설건축물이 존치 기간이 지난 불법 건축물로 판단하고 이행강제금 2700여만원을 부과했다. 손성배 기자
경기동부에 거주하는 A씨(60대)는 지난 2월 “죽기 전에 아파트에 한번 살아보고 싶다”는 아내의 평생소원을 실현해주고자 양평 소재 주택홍보관(모델하우스)을 찾았다. 이 주택홍보관에선 861세대 규모의 10년 민간임대 공동주택 개발 사업을 양평역 벽산블루밍이라는 이름을 붙여 홍보하고 있었다.
계약금 3000만원을 내면 59~84㎡ 아파트를 10년 보증금 2억900만~4억4800만원에 살게 해주고, 10년 뒤엔 계약 시점에 확정(예정)된 분양가로 5800만~1억2500만원만 더 내면 아파트를 소유할 수 있다는 홍보에 구미가 당겼다. A씨는 중도금을 7번에 걸쳐 1600만~2000만원씩 나눠 낼 수 있고 무이자 혜택까지 있다는 안내에 방문 당일 가계약금 500만원을 건넸고, 일주일 뒤 계약금 3000만원을 완납했다.

경기 양평군 양평역 벽산블루밍 10년 민간임대 주택에 계약금 3000만원을 내고 돌려받지 못하고 있는 A씨가 홍보물을 보이고 있다. 손성배 기자
사업자는 A씨에게 계약금 납입 영수증과 함께 3월 30일까지 양평군청에 ‘도시개발사업지구 지정을 위한 사전협상제안’을 미접수(미제출)하는 경우 납입금 전액을 계약자에게 환불해주겠다는 확약서도 시행사 명의로 써줬다. 3월 13일 개발계획안이 양평군에 제출된 사실은 있다. 하지만 양평군은 사업자로부터 사전 협의가 전혀 없었고, 적법한 도시개발이 아니라고 보고 접수 직후 반려했다.
투자자들은 계약금을 납입했다가 뒤늦게 사업의 실체가 없다는 점을 인지하자 항의를 했다. 그러자 사업자는 도리어 추가로 3000만원을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 A씨는 “사업이 추진 단계도 아니고 군청에서 반려됐다는 사실을 알고 계약금을 돌려달라고 했더니 2029년 완공된다며 3000만원을 더 내놓으라고 했고, 그래도 돌려받고 싶으면 변호사를 선임하라고 했다”며 “아내 소원 들어주려다 돈만 뜯겼다”고 했다.

경기 양평군 양평역 벽산블루밍 장기민간임대 공동주택 사업 예정지에 펜스가 설치돼있다. 손성배 기자
양평군은 해당 사업자가 적법 절차를 거치지 않고 막무가내로 영업을 하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사업 실체를 묻는 투자자들의 문의 전화가 쇄도해 공동주택팀 업무가 마비될 정도였다고 한다.
투자자들은 “사업자가 전체 861세대 중 200세대가 팔렸다며 안심시켰는데, 200세대의 계약금만 단순 계산으로 합쳐도 60억원 규모의 피해가 예상된다”고 입을 모았다.
양평군은 사업자를 도시개발법 위반 혐의로 수사 의뢰하는 방안도 검토했다. 도시개발법상 관련 정보가 누설되지 않도록 보안 관리를 해야 하는데, 인허가 관청에 사업 검토 신청을 하겠다는 판촉물을 주택홍보관에 설치해놓고 투자자를 모집했기 때문이다. 주택홍보관 내부엔 이재명 대통령이 서울양평고속도로 사업 재개를 지시했다는 지난해 5월 보도 기사를 홍보물로 곳곳에 설치해두고 있었다.

경기 양평군 양평역 벽산블루밍 주택홍보관 내부에 이재명 대통령이 서울양평고속도로 사업 재개를 지시했다는 보도 홍보물이 서 있다. 손성배 기자
군 관계자는 “도시개발 사업에 대한 사전 협의가 전혀 없었는데, ‘사전 협의를 진행한 뒤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문구로 홍보를 했기 때문에 사업자를 고발 조치 하는 방안도 한 때 검토했다”며 “일단 지난 4월 말에 도시개발법을 준수하라는 조치 명령을 했다”고 설명했다.
양평군은 이 사업 주택홍보관으로 사용되는 가설건축물에 대해서도 이달 초 철거 명령을 하고 이행강제금 2700여만원을 부과했다. 해당 가설건축물의 존치 기간이 지난 2023년 6월 만료됐는데도 그대로 둔 채 불법 사용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는 건설형 민간임대주택을 계약했다가 환급받지 못하는 피해 사례가 잇따르자 지난해 7월 민간임대주택 허위광고에 주의하라는 공문을 전국 지자체에 내려보냈다. 유사 민간임대주택 투자 피해 한국소비자원 상담 건수는 2023년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190건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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