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 울주군 천황산 정상 인근에서 며칠째 떠돌던 흰 강아지가 한 등산객 부부의 품에 안겼다. 소셜미디어(SNS)와 등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강아지 목격담이 퍼진 뒤, 사연을 본 부부가 직접 산에 올라 구조에 나섰다.
이 강아지는 현재 ‘두부’라는 이름을 얻었다. 이름은 산을 내려오는 길에 정해졌다. 부부는 하얀 털을 보고 문득 ‘두부’라는 이름을 떠올렸다. 다른 이름에는 반응하지 않던 강아지가 “두부야”라는 부름에 고개를 돌리면서 이름도 그대로 정해졌다.
두부를 구조한 부부는 동아닷컴과의 통화에서 “유기견 보호시설에 보내지 않고 끝까지 책임지고 돌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 “비 온다는데 마음 쓰였다”…부부가 산으로 향한 이유
부부는 “며칠째 같은 장소에서 떠돈다는 글을 계속 봤다”며 “계속 마음에 걸렸다”고 말했다.
부부에게는 두부를 그냥 지나치기 어려운 사연이 있었다. 과거 함께 살던 반려견 두 마리를 모두 노견으로 떠나보낸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남편은 “그 뒤로는 반려견을 키우지 않았는데, 아내가 계속 강아지 이야기를 했다”며 “결국 같이 데리러 가자고 했다”고 말했다.

● “사람 손 탄 강아지 같았다”…차 타자 무릎에 안긴 두부
남편은 “오른쪽 계곡길 쪽에서 짖는 소리가 들려 따라 올라갔더니 거기에 있었다”며 “강아지가 있던 곳은 등산객들이 자주 다니는 길은 아니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왼쪽 앞다리를 많이 절고 있었다”고 말했다.
부부는 두부가 단순히 산에서 길을 잃은 상황은 아닐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주변 환경 때문이었다. 남편은 “산 주변에는 주택이나 인가가 사실상 전혀 없다”며 “사람이 사는 곳까지 내려가려면 거의 5km는 이동해야 하는 위치”라고 설명했다.
그는 “놓치거나 잃어버린 경우라기보다는 유기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아내 역시 “이렇게 예쁜 아이를 정말 일부러 버린 건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다만 두부가 천황산 정상 부근까지 오게 된 정확한 경위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구조 과정도 쉽지는 않았다. 두부는 처음에는 사람을 경계하며 가까이 오지 않았다고 한다. 남편은 약 10분 동안 두부와 거리를 두고 대치한 끝에 올가미를 이용해 조심스럽게 붙잡았고, 이후 목줄을 채웠다.
하지만 차에 오른 뒤 두부의 모습은 완전히 달라졌다고 했다. 부부는 두부가 사람과 함께 생활한 경험이 있는 강아지처럼 행동했다고 설명했다.
부부는 “차 문을 열자마자 자기가 먼저 타려고 했다”며 “그 모습을 보고 ‘아, 사람 손을 타던 아이였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아내가 조수석에 앉았는데 두부가 자연스럽게 무릎 위로 올라와 앉았다”며 “창밖을 보려고 유리창 쪽에 다리를 길게 뻗고 기대고 있더라”고 떠올렸다.
두부는 이후 약 80km를 이동하는 동안 거의 같은 자세로 차 안에 머물렀다고 한다.
남편은 “앉아, 엎드려 같은 기본적인 행동도 알아듣고 반응했다”며 “가정에서 자란 강아지가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부부는 구조 직후 급하게 필요한 물품부터 준비했다. 진드기 약과 목줄, 사료 등을 먼저 구입했다. 아내는 “일단 진드기 약부터 먹이고 필요한 물건들을 샀다”며 “이번 주말에는 병원에 데려가 몸 상태를 확인하고 내장 칩이 있는지도 확인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갑작스럽게 관심이 커진 상황에 대해 아내는 조심스러운 마음도 드러냈다.
아내는 “앱 안에서도 강아지를 걱정하는 분들이 정말 많아서 상황을 공유하려고 글을 올렸던 것”이라며 “이렇게까지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실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이어 두부를 끝까지 책임지고 돌보겠다는 뜻도 밝혔다.
아내는 “많은 관심을 받다 보니 오히려 두부에게 충분히 잘해주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 미안한 마음도 든다”면서도 “하지만 두부를 유기견 보호센터에 보내거나 다시 떠나보낼 생각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살리려고 데려온 아이인 만큼 시간이 걸리더라도 오래오래 곁에서 함께 살고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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