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대졸 실업률, 고졸보다 높아
대구에 사는 김모(22)씨는 3년 전 구미의 중소 전자부품업체 생산기술팀에 입사해 일하고 있다. 대구의 한 특성화고를 졸업한 김씨는 고3 때부터 주 3일 현장 실습을 다니며 설비를 다뤘다. 그 덕에 졸업 후 바로 정규직 제안을 받았다. 김씨는 “4년제 대학에 간 친구들은 졸업해도 인턴만 돌고 있다거나 스펙 쌓느라 학원 다닌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며 “그럴 때마다 차라리 일찍 사회 나온 게 다행이라는 생각을 한다. 나중에 야간대에서 학위를 따서 더 좋은 조건의 회사로 이직할 것”이라고 했다.
김씨처럼 고교를 졸업하고 일찍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이들은 늘지만, 4년제 대학을 졸업한 고학력자들의 취업난은 심해지면서 대졸과 고졸의 실업률 역전 현상이 4년째 이어지고 있다. AI(인공지능) 시대에 기술직과 생산직 수요가 커지는 변화 속에서, 과거처럼 고학력이 취업을 보장해주는 시대가 저물어가고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0대 후반 대졸 실업률, 고졸보다 높아
25일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20대 후반(25~29세)의 대졸 이상 실업률이 고졸보다 높은 현상이 2023년부터 올해까지 1분기(1~3월) 기준으로 4년 연속 이어지고 있다. 이는 2000년 통계 집계 이후 최장 기록이다. 직전 최장 기록은 2001년부터 2003년까지 3년이었다.
대졸과 고졸의 실업률 역전 현상은 20대 후반을 제외한 다른 연령대에서는 찾기 어려운 현상이기도 하다. 대학 진학률이 상대적으로 낮았던 시기에 대학에 진학했던 30~50대에서는 고학력일수록 실업률이 낮은 효과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 1분기(1~3월) 기준 30대 고졸 실업률은 4.7%인 반면, 대졸 이상은 2.7%에 그쳤다. 40대 역시 고졸 실업률이 2.8%로 대졸 이상의 1.3%보다 높았다.

경력 선호에 고학력 백수 많아져
한창 직장을 구할 20대 후반에서 대졸과 고졸 간 실업률 역전은 신입보다 경력을 선호하는 채용 트렌드와 구직자들의 취업 눈높이 상향, 산업 구조의 급격한 재편 등이 맞물린 현상이라는 분석이다.
대졸자들이 주로 선호하는 대기업이나 공기업·공공기관들은 비용 절감 등을 이유로 신입 공채를 줄이고 대신 경력직을 선호하면서 대졸들의 취업 준비 기간은 길어지고 있다. 방송사 입사를 준비하는 대학생 박모(28)씨는 “최근 1~2년간 목표로 했던 곳들이 모두 경력 채용만 진행해서 지금은 지역 방송사까지 입사 원서를 넣고 있다”고 했다. 또 디지털 전환과 AI 도입으로 과거 대졸 사무직이 수행하던 업무들이 자동화되거나 축소되는 것도 대졸자들의 실업률이 상대적으로 높아지는 데 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도체 킹산직’ 등 인식도 변화
반면 고졸들은 상대적으로 노동시장에 빠르게 진입해 실무 경력을 쌓게 되는데, 이는 경력을 선호하는 고용 시장에서 무(無)경력 대졸자보다 유리한 측면이 있다. 특히 최근 반도체 호황으로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업체의 고졸 생산직 직원들이 수억 원대의 성과급을 받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고졸 취업이 더 주목받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생산직 채용을 하면서 지원 자격을 고등학교·전문대 졸업자로 제한했는데,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지원 학력을 맞추기 위해 대졸 최종 학력을 안 적어도 되느냐’ 등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처럼 기술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블루칼라 현장직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젊은 층도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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