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덕 vs 탈떡
과연 어떻게 발음하는 게 맞는 발음일까???
(본인은 [탈덕]이라고 함)
때는 N년전.... 최애 라방을 보던 중 최애가 ‘탈덕’을 [탈떡]이라고 발음하는 걸 보고 귀여움에 몸부림치던 무명이
몇 해가 지난 어느날
그 발음이 또 떠올라 귀엽다는 생각을 했고
더쿠에 한 편의 글을 쓰게 되는데
매몰차게 모두 [탈덕]이라고 발음한다는 댓글이 달려
그 원인을 분석해보고자 하는 의지가 꺾임...
허나 최근. 사실 바로 오늘. 드라마를 보던 중 (지금도 보고 있음)
드라마 내 연기자들이 또 탈덕을 [탈떡]이라고 발음하는 걸 들어버렸고..
바로 전검ㄱㄱ 해본 결과
생각보다 많은 아이돌, 방송인들이 수년간 탈덕을 [탈떡]이라고 발음하고 있음을 알게 됨!
심지어 국립국어원 부설 대안사전인 ‘우리말샘’에는
탈덕하다의 표준발음을 [탈떡하다]로 제시하고 있으니...
우리말샘이 공신력있는 사전은 아니지만
그래도 [탈떡]이라는 발음이 기재된 걸 보면 꽤 많은 사람들이 [탈떡]이라고 발음하고 있는 게 아니겠어요??
하여 과연 표준발음을 무엇으로 해야하는지,
[탈떡]으로 발음해야하는 근거는 무엇인지
찾아보게 되었음.
1. 탈덕이라는 단어의 구조
탈덕이라는 단어는 일본어 ‘오타쿠’가 변형된 ‘덕후’라는 단어에서
‘덕’이라는 단어만 추출해서 만들어진 어근을 기본으로
어떤 행동을 비하하는 의미를 담은 접미사 ‘-질’을 붙여
“덕질” 이라는 단어로 사용하다
질을 빼고 한자어 ‘탈’을 접두사로 붙여 덕질에서 벗어난다는 뜻으로 만들어진 단어
말하자면 접두사 ‘탈’ + 어근 ‘덕’의 구조인 것.
갑자기 흥미가 떨어지시나요?
대충 탈과 덕이 합쳐져 만들어진 단어라는 것만 기억하심 됩니다.
2. 가설 세우기
그렇다면 왜 탈+덕이 [탈떡]으로 발음되는 걸까?
내돌을 사랑하는 마음과 중등교육문법 수준의 얄팍한 지식과 더쿠 내 덬들의 의견을 취합하여 여러 가설을 세워보았어요.
-1). 전라도 사투리다. (근거: 내돌이 전라도 출신)
-2). 입덕이 [입떡]이니까 탈덕도 [탈떡]이다.
-3). 한자어ㄹ뒤에 오는 ㄷㅅㅈ은 된소리로 발음한다는 된소리되기 원칙에 따른다.
-4). 합성어나 파생어가 만들어질 때 일어나는 사잇소리 현상이다.
차례로 가설을 검증해보겠음.
2-1). 전라도 사투리다. (원덬 혼자만의 가설)
출처: https://theqoo.net/square/3905709776
https://twitter.com/onfdisc/status/1353598562764943360?s=09
출처: https://theqoo.net/square/3581661869
전라도 사투리는
육학년 [유강년] (표준발음: 유캉년)
뭣하러 [뭐다러] (표준발음: 뭐타러)
못해 [모대] (표준발음: 모태)
처럼 거센소리(ㅋㅌㅍㅊ)를 잘 발음하지 않는 대신
은색을 [은쌕], 형형색색을 [형형쌕쌕]으로 발음하는 등
된소리(ㄲㄸㅃㅉㅆ) 발음이 강한 게 특징!
그렇다면 탈덕을 [탈떡]으로 발음하는 것도 그 일환이 아닐까?
하여 찾아본 결과
출처: 한국민속문화대백과사전
출처: 목포대 명예교수 이기갑
전라도의 된소리 발음은 단어의 어두(첫소리)에서 두드러지는 게 특징으로 탈덕을 [탈떡]으로 발음하는 근거가 되긴 어렵고
또 지역방언이니만큼 다양한 지역과 층위의 사람들이 [탈떡]이라고 발음하는 근거가 되긴 어렵다고 판단.
2-1), 기각!!!
2-2) 입덕이 [입떡]이니까 탈덕도 [탈떡]이다
꽤 많은 덬들이 입덕[입떡]과 발음을 비교하여 이야기하기에 가져온 가설!
근데 이건 되게 기본적인 차이가 있음
‘입덕’은 ㅂ과 ㄷ이 연달아 있는데
ㅂ과 ㄷ은 둘 다 폐쇄음(공기의 흐름을 막으면서 나는 소리)라서
소리를 강하게, 된소리로 발음해야 편함
갑자기 또 흥미가 떨어지신다구요?
‘입’을 발음해보세요
‘덕’을 발음해보세요
그대로 입덕. 이라고 읽어보세요.
입의 ㅂ을 발음하느라 긴장했던 입이
ㄷ을 발음하기 위해 긴장을 다시 풀어야해서 발음이 힘들어지는 걸 느낄 수 있음.
그래서 걍 긴장한 채로 쭉 읽으면
[입떡]이라는 편한 발음 완성!
반면에 탈덕는 ㄹㄷ이 연속으로 있어서 딱히.. 입이 긴장할 일이 없으시기에 [탈덕]으로 발음해도 무리 없음.
2-2)도 기각!
2-3). 한자어ㄹ뒤에 오는 ㄷㅅㅈ은 된소리로 발음한다는 된소리되기 원칙에 따른다. (약간의 문법덬적 구간이니 노잼이면 넘어가도 됨)
가설 가져온 덬이 반박함
요 조항은 한자로된 단어에서만 일어나는데
‘덕’은 한자어가 아닌 새말이므로 적용 안됨~~
탈당, 탈장은 脫黨, 脫腸이니까 [탈땅], [탈짱]이지만
탈덕은 脫덕이라 조항 적용 불가!
하지만...
뭐 사람들이 평소에 다 한자어 고유어 외래어 구분하면서 사나요?
귤과 포도, 호랑이가 한자어
구두와 가방이 외래어인 이 시대에
신조어인 ‘덕’을 사람들이 한자처럼 취급하고 있을 수도 있잖아요.
이에대한 반증으로
한자어는 사이시옷을 표기하지 않지만
곳간, 숫자, 셋방, 횟수라는 단어는 한자어임에도
너~~무 자주쓰는 단어라 사람들한테 고유어처럼 인식되어서
사이시옷 표기를 허용했잖아요?
그런 것처럼 ‘덕’도 한자처럼 쓰고 있는 게 아닐까요?
실제로
접두사로 입-, 탈- 등의 한자어를 쓰는 것,
접미사 -하다를 붙여서 동사로 쓰는 것.. 너무 한자어적 활용이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함. (그먼씹ㅈㅅ)
하지만 명사에 입-, 탈- 을 붙이는 게 신조어에서 자주 일어나는 형태라는 점 (탈서울, 탈케팝 등), -하다는 명사에도 잘 붙는다는 점을 들어
일단은
2-3)도 기각!
2-4) 합성어나 파생어가 만들어질 때 일어나는 사잇소리 현상이다.
위에서 탈덕은 탈+덕이라고 했잔아요.
이렇게 두 단어가 붙어서 만들어지는 말은
그 사이에 ㄴ이 첨가되거나 뒷말이 된소리가 되는 사잇소리 현상이 일어남
깨+잎 하면 깨+ㄴㄴ+잎 되서 깬닙(깻잎)이 되듯
코+물 하면 코+ㄴ+물 되서 콘물(콧물)이 되듯
초+불 하면 초+된소리+불 되서 초뿔(촛불)이 되듯
솜+이불 하면 솜+ㄴ+이불 되서 솜니불 되듯
뭔 소리인지 모르겠죠? (알면 짱)
사잇소리는 한국어 문법 최대의 적!
설명을 위한 규칙을 많이 만들어서
여기서 다 설명하긴 힘들지만
대충
앞말의 받침이 모음 ㅁ ㄴ ㄹ ㅇ
+뒷말 초성이 ㄱ ㄷ ㅂ ㅅ ㅈ 인 경우
뒷말이 된소리가 될 수도? 아닐 수도? 있는 규칙이 있습니다.
아침+밥 [아침빱]
김+밥[김빱]
술+잔 [술짠]
문+법 [문뻡]
처럼
탈+덕[탈떡]
이라고 하면 설명이 되지 않을까요?
찜질방[찜질방], 냉방[냉방]처럼 안일어나도 ㄱㅊ인 규칙이라서 이 경우 [탈덕]도 허용됨
결론: 탈덕은 탈+덕으로 수의적(지맘대로)일어나는 사잇소리 현상이 적용되기 때문에, 또 아직까지 표준어가 아닌 새말이기에 표준발음이 정해지지 않아 [탈덕]으로도 [탈떡]으로도 발음되는 게 모두 허용된다고 볼 수 있다!
아니 둘 중 뭐가 맞는지 말해줄 것처럼 굴더니
결국 네말도 맞고 네말도 맞구나 허허 하는
황희정승 판결이 나오는 게 속답답할 덬들을 위해
마지막 가설.
덕질을 해본 사람은 [탈덕]
덕질을 안해본 사람은 [탈떡]이라고 한다.
물론 댓글로 줄줄이 아닌데가 달리긴 했지만
많은 사례에서 기자들이나 배우들, 방송인들처럼
덕질 당사자가 아닌 사람들이 [탈떡]이라고 발음하는 예가 많이 나오긴 했잔아요
여기서 한 편의 자료가 떠오르는데
2015년 국립국어원의 ‘대도시 지역 사회 방언 조사’에 따르면
‘원룸’의 발음이 세대별로 다르다는 말이 나오거든여
해당 조사에 딱히 이유에 대한 설명은 없으나
신라는 [실라]인 반에
입원+료는 이붤료가 아닌 [이붠뇨]인 바
대강 ‘원룸’을 한 단어로 인식하면 [월룸]
원+룸으로 인식하면 [원눔]으로 발음한다는 의견이 있음
단어의 형성 방식을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발음이 달라진다는 것.
뭐 요인은 다르겠지만
덕질을 해봤고, 덕질이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하고,
또 이에서 파생된 말을 자주 쓰던 덬당사자들은
탈덕을 탈+덕으로 인식하여 ‘덕’ 발음을 살려
[탈덕]으로
‘탈덕’ 단어를 ‘덕’의 파생이 아닌
‘탈덕‘이라는 한 단어로 받아들인 기자 배우 유튜버 등은
탈덕을 ‘탈덕’으로 인식하여
[탈떡]으로 발음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결론이 나옴.
아까는 탈+덕이라 탈떡이라면서요.. 라고 반박할까봐
이미 한 단어로 받아들여진 단어일 경우 의미 구분을 위해 사잇소리가 나는 거고,
그래서 한 단어로 받아들인 이들은 [탈떡],
사잇소리 안넣어도 의미 구분을 하는 이들은 [탈덕]
이라고 말하는 게 아닐까 하는 추가 설명을 덧붙이며
탈덕을 [탈떡]이라고 발음하는
모든 아이돌, 배우, 기자, 방송인, 일반인들과
탈덕을 [탈덕]이라고 발음하는
모든 더쿠들이
올 여름 타의적 탈덕 없이 해피시원라이프를 살길 바라며
안녕!
결론:
어짜피 신조어라 맞는 발음 틀린 발음 없고 문법적으로도 둘 다 맞으며
‘덕’의 의미를 알고 쓰면 [탈덕], 인식 안하면 [탈떡]으로 하는 게 아닐까 싶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