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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취사병' 박지훈, 선입견은 깨고 기대는 충족시키는 '넥스트 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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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5.25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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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1000만 관객' 흥행이란 배우를 스타로 만들지만, 동시에 가장 냉정한 검증대 위에 올려놓는다. 그 흥행을, 쏟아지는 기대와 스포트라이트를 배우가 오롯이 즐겨도 되느냐 하는 궁금증은 다음 작품의 흥행과도 직결되기 때문이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로 누적 관객 1686만 명을 돌파하며 단숨에 ‘1000만 배우’ 반열에 오른 박지훈이 선택한 차기작이 더욱 눈길을 끄는 이유다. 처연한 왕의 이미지가 강하게 남았던 그가 할 수 있는 다음 캐릭터는 무엇일까 궁금하던 찰나, 그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몸을 틀었다. 왕좌에서 군대 식당으로. 단종에서 취사병으로.


지난 11일 첫 방송을 시작한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취사병 전설이 되다’(극본 최룡, 연출 조남형)는 이등병 강성재(박지훈)가 신비로운 상태창 시스템을 만나 전설의 취사병으로 성장해가는 과정을 그린 밀리터리 쿡방 코미디다. 동명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이 드라마는 게임 퀘스트와 군대, 요리를 결합한 원작의 설정을 그대로 살려 이야기를 끌고 간다. 분명 이야기의 설정만 놓고 보면 가볍고 만화적인 작품처럼 보인다. 하지만 박지훈이 연기하는 강성재는 단순한 코미디 캐릭터에 머물지 않는다. 어려운 집안 형편 속에서도 악착같이 살아온 청년이고, 부친상을 겪은 직후 상실감과 우울증을 안고 군에 입대한 일명 ‘S급 관심병사’다. 도망치듯 들어온 군대에서 예상치 못한 취사병 생활을 시작하며 조금씩 변해가는 인물이다.


그래서 박지훈의 연기는 이번에도 눈빛에서부터 달라진다. ‘왕과 사는 남자’ 속 단종이 체념과 비애를 머금은 얼굴이었다면, ‘취사병 전설이 되다’의 강성재는 어딘가 어수룩하고 생활감이 묻어난다. 그런데 그 안에는 묘한 짠함이 남아 있다. 웃기려고만 하면 과해질 수 있는 코미디를 박지훈은 자신이 연기하는 인물의 결핍 위에 얹는다. 덕분에 장면이 가벼워도 캐릭터는 쉽게 붕 뜨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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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생활 연기에서 그 강점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군 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신병 특유의 어색하고도 어쩔 줄 몰라하는 시선과 선임의 눈치를 보느라 매 순간 반쯤은 접혀있는 몸, 자다 깬 직후에는 흐릿하게 풀린 표정 같은 디테일은 강성재를 단순한 드라마 속 캐릭터가 아니라 어딘가에 실제 존재할 법한 인물처럼 보이게 한다. 단지 장소가 군대일 뿐, 일상 생활에서도 흔히 볼 수 있을 법한 특별할 것 없는 순간들까지도 시청자에게 회자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박지훈이 이런 역할을 설득력 있게 소화하는 데는 그간 쌓아온 필모그래피가 토대가 된다. 그는 유독 웹툰 원작 드라마에서 강한 면모를 보여온 배우이기도 하다. ‘연애혁명’의 공주영, ‘약한영웅’의 연시은을 거치며 그는 ‘웹툰 원작 최적화 배우’라는 평가를 얻었다. 하지만 이러한 평가가 단순히 외형의 싱크로율에서 비롯된 것만은 아니다. 박지훈은 웹툰 특유의 과장된 설정을 현실적인 감정선으로 번역하는 데 능하다. 2D 캐릭터의 과장된 설정을 현실로 끌어오면서 설정 자체를 그대로 흉내내기 보다 캐릭터의 본질은 잃지 않되, 인물이 지닌 결핍과 불안 등 현실의 감정을 더한다. 그래서 만화적인 설정을 지닌 캐릭터도 실제 살아있는 사람처럼 설득력을 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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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사병 전설이 되다’ 역시 그렇다. ‘상태창’이라는 판타지적 시스템이 중심에 있지만, 박지훈은 상대 인물의 눈치를 보며 상태창을 힐긋거리는 연기는 물론이고 강성재의 감정 변화를 촘촘히 쌓으며 그 설정에 현실감을 부여한다. 매 회 강성재에게는 위기가 닥치고, 상태창의 도움 속에 이 위기를 넘어서고 있지만, 특히 3회에서는 이 드라마가 단순한 군대 코미디에 머물지 않겠다는 신호가 더해졌다. 시스템 종료 위기 속에서도 북한 주민의 귀순을 이끌어낸 돈가스 한 접시, 아버지의 기억을 떠올리며 토마토소스로 비린내를 잡아낸 명태순살조림. 이때 요리는 단순한 먹방 소품이나 생존 기술이 아닌, 강성재가 세상과 다시 연결되는 방법이 됐다.


박지훈은 이를 단순히 대사가 아닌 표정으로 먼저 전달한다. 아버지의 흔적을 떠올릴 때는 잠시 흔들리는 눈빛으로, 무너질 듯하면서도 끝내 버텨내는 얼굴에는 강성재라는 인물 특유의 외로움과 생활력을 동시에 담는다. 웃음과 뭉클함 사이를 자연스럽게 오가며 시청자의 응원을 이끌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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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응은 숫자로도 확인된다. ‘취사병 전설이 되다’는 첫 방송 시청률 5.8%로 출발해 2회는 6.2%로 상승했고, 최근 방송된 4회는 7.9%까지 치솟으며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 공개 첫 주 티빙 유료 구독 기여 1위에도 올랐다. 최근 3년간 공개된 티빙 드라마 가운데 공개 일주일 차 기준 최고 구독 기여 성과라는 기록도 세웠다. 군대, 요리, 게임 판타지라는 독특한 조합에 박지훈의 코미디 변신이 맞물린 결과다. 매회 경신된 이 숫자들은 단순한 흥행의 기록이 아니다. 매 작품마다 이전 이미지를 스스로 지워내며 새로운 얼굴을 꺼내온 배우에 대한 시청자의 응답이기도 하다.


‘약한영웅’의 서늘함, ‘왕과 사는 남자’의 처연함, 그리고 ‘취사병 전설이 되다’의 생활감까지. 박지훈은 매번 다른 얼굴로 매번 다른 상황에 처한 다른 인물을 살아낸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의 차기작보다, 다음에는 또 어떤 눈빛으로 새로운 인물의 삶을 보여줄지 궁금하게 된다.


https://www.ize.co.kr/news/articleView.html?idxno=77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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