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베 놀이의 진화"... 마케팅 문구에, 영상 자막에 '혐오 코드' 슬쩍
이러한 '혐오 밈'의 고의적 전파는 극우 사이트 '일간베스트(일베)'에 기원을 둔 '일베 놀이'라는 게 전문가들 진단이다. 특히 일베의 외부, 즉 일반 대중이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도록 직설적 형태보다는 '모호하고 중의적인' 표현으로 위장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규제나 처벌은 더 힘들어진 셈이다. 극우의 혐오 밈은 어떻게 '그들만의 세상'을 넘어 평범한 시민들의 일상 영역으로까지 진입했는지, 문제점은 무엇인지, 대책은 없는지 등을 짚어 봤다.
"일베적 혐오, 일베 이름 없이 사회 중심부에"
일베의 대표적 혐오 밈인 '노무현 조롱'이 최근 공공 영역에 잇따라 등장한다는 점도 간과해선 안 될 대목이다. 이달 11일 프로야구팀 롯데 자이언츠의 유튜브 채널 '자이언츠TV' 영상 속 자막이 대표적이다. 광주 출신인 롯데 소속 노진혁 선수의 유니폼에 적힌 이름 '진혁' 위치에 '무한 박수'라는 자막을 덧입혀 '노무한 박수'로 읽히도록 만든 것이다. 일반 누리꾼이 아니라 '자이언츠TV' 자막 담당자가 그랬다는 점에서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노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가사로 유명해진 래퍼 '리치 이기'의 사례도 있다. 그는 아예 노 전 대통령 서거일(5월 23일)에 맞춰 본인의 첫 단독 콘서트를 준비했다. 공연 시작 시간을 오후 5시 23분으로 정했고, 티켓 가격도 5만2,300원으로 책정했다. 노 전 대통령 모욕의 의도가 짙었다. 박 위원장은 X를 통해 "농담의 탈을 쓴 혐오, 냉소와 조롱으로 위장한 정치적 적대감은 일베라는 그릇을 벗어나 유튜브로, 밈으로, 힙합 가사로 흘러들었다"며 "일베의 이름 없이도 일베적 혐오가 사회의 중심부로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혐오 밈' 전파, 발각되든 안 되든 '성공'
문제는 모든 게 '놀이'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이다. 홍보 문구나 자막에 일부러 '혐오 코드'를 심어 놓은 뒤, 그 후 벌어지는 논란과 잡음 자체를 즐기고 있다는 얘기다. 학계에서는 개를 부를 때 쓰는 호각을 뜻하는 '도그 휘슬(Dog Whistle)'이라는 용어로 이를 설명한다. 일반 대중에게는 평범하거나 무해하게 들리지만, 특정 집단은 단번에 알아들을 수 있게끔 숨겨진 메시지를 전달하는 말하기 방식이라는 것이다. 내부 결속력을 강화하고, 외부에는 혼란을 야기하는 게 주된 목적이다.
'밈과 신조어로 읽는 인터넷 커뮤니티의 부족주의'(2022) 논문을 쓴 박인성 부산가톨릭대 인성교양학부 교수는 "한국의 혐오 놀이는 수평적 또래 사이의 충성 시험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에 따르면 혐오 놀이는 세 단계로 구성된다. ①가벼움의 외피: 밈과 유머라는 외피를 통해 기표를 유포하기→②발각 자체의 게임화: 들키지 않으면 내부 결속, 들키면 그 또한 콘텐츠가 돼 외부의 분노가 즐거움이 됨→③해명을 통한 2차 조롱: '그런 의도가 없었다'는 변명의 과정을 거친다는 것이다. 그는 "외부에서 정색하고 비판할수록 내부 결속이 강해지는 자기 강화 회로를 갖고 있다"며 "진지한 비판은 그들의 정체성을 확증해 주는 연료가 된다"고 분석했다.

'주류 침투' 위해 더 모호해지는 혐오
더욱 심각한 건 '위장된 혐오·조롱'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생성된 혐오·조롱 표현이 순화된 형태로 가공돼 광고와 예능 등 주류 문화로 흘러들어 가면서 이미 청년 세대의 '모국어'가 됐는데, 기성세대는 그 어휘에 담긴 속뜻을 알아챌 해석 능력이 없다는 게 박 교수의 진단이다. 스타벅스코리아의 '5·18 폄훼 마케팅'이 결재 과정에서 걸러지지 못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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