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허리층이 분노 지수 가장 높아
이번 조사 결과를 보면, ‘불공정한 사회 구조에 분노를 느낀다’고 응답한 비율은 60대와 40대가 각각 81%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았다. 이어 50대(78%), 30대(77%), 70대 이상(76%), 20대(73%) 순이었다. 소득별로는 중산층에 해당하는 월평균 가구 소득 400만~600만원 응답자의 81%가 분노를 느낀다고 답해 그 비율이 가장 높았다. 한국 사회를 떠받치는 40·50·60대와 중산층이 한국 사회의 부조리와 불평등에 가장 많이 분노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해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들이 가장 불평등하다고 여기는 분야가 자산(85%), 주거(81%), 소득(78%)으로 나타난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부동산 양극화로 촉발된 자산 격차에 이어, 최근 직장인들의 임금 양극화로 소득 격차가 점점 커지면서 한국 사회가 더 불안정한 상황으로 내몰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반도체 호황으로 역대급 성과급을 받게 된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직원들을 보며 소득 격차에 대한 한국 사회의 분노는 커지는 분위기다. 이모(41)씨는 유명 대학 재료공학부를 졸업하고 당시 인기가 좋았던 금융권에 취업했다. 그런데 이씨는 요즘 대학 동기 모임이 꺼려진다고 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다니는 동창들 때문이다. 이씨는 “반도체 성과급 이슈를 보면서 노력하면 성공할 거라 믿고 20·30대를 열심히 달려온 내 인생이 하찮게 느껴진다”고 했다.
대학 졸업 후 20년간 대형 건설사에서 근무했다는 공모(58)씨도 반도체 기업의 ‘영업이익 N% 성과급’ 관련 기사를 보면 허탈하다고 했다. 공씨도 친구들에게 기득권층이라는 말을 듣는다. 그러나 그는 “정작 모아둔 자산은 물론 앞으로 벌어들일 소득도 변변치 않을 것 같아 불안하고 어떨 땐 화가 난다”고 했다. 서울 약수동에서 전세로 산다는 공씨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직원들이 집을 장만하겠다고 하면 부동산 가격이 또 급등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했다.
이번 조사에서 20대는 사회적 분노를 느끼는 비율이 다른 세대보다 낮았다. 그러나 ‘미래에 대해 막연한 불안감을 느낀다’고 답한 비율은 20대가 90.9%로 모든 연령대 중 가장 높았다.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의 정연경 선임연구원은 “20대는 조만간 겪을 불공정에 공포를 느끼며 막연한 불안감에 시달리는 것”이라며 “아직은 사회에 대한 일말의 기대가 남아 있기 때문이기도 한데, 그 기대가 배신당하면 20대에서도 사회 시스템에 대한 분노가 커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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