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CJ 개인정보 유출 사건 피해자들은 카카오톡 단체채팅방을 만들어 피해사실을 공유하고 집단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 방에 모인 사람은 22일 밤 기준으로 전체 피해자 330여명 가운데 100여명으로 알려졌다.
일부 피해자는 “피해자가 많지만, 각 계열사별로는 20~30명 정도라 상대적으로 소수”라며 “사내에서 피해자임을 밝히기가 힘든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피해자들은 단체채팅방에서 사내에서 겪은 2차 가해 사례를 공유했다. 상급자 등으로부터 “너가 미녀라 대표로 털린 거다” “어리니까 당했다” “사진 보고 뽑은 거 아니냐” “330명 안에 들었으니 로또 사라” “너가 왜?” 등 피해자의 외모나 나이와 연관지으며 피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듯한 발언을 들은 사례가 여럿 공유됐다. ‘블라인드’에서는 한 피해자가 회사에 피해 지원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글을 올리자 “한탕해서 회사로부터 돈을 뜯어내려 한다”는 취지의 직원 댓글이 달리면서 피해자들이 공분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CJ그룹은 지난 19일 경찰에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발장을 제출하면서 “2차 가해 방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었는데, 이 약속이 회사 내부에서부터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CJ 개인정보 유출 사건은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에 배당돼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피해자들은 회사 측의 사건 대응 방식도 비판한다. CJ그룹 각 계열사는 개인정보 유출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진 다음날인 지난 19일 저녁 피해자들에게 개인정보 유출 사실을 처음 공지하면서 “금번 유출은 내부 직원에 의해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며 “유출된 개인정보는 ‘성명, 이메일, 회사명(계열사명), 부서명, 사무실 전화번호, 휴대폰 번호, 근무지역, 근무시간, 직무·직급’으로 확인됐고, 주민등록번호나 신용카드정보 등이 유출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하지만 일부 피해자들이 2900여명이 참여한 해당 텔레그램 채널을 찾아내 직접 들어가보니 개인별로 많게는 30~40장에 달하는 사진이 올라와 있었다. 자녀 등 가족 사진, 휴양지에서 찍은 사진 등까지 게시돼 있어 피해자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이후 피해자들이 ‘왜 사진 유출 사실은 안내하지 않았느냐’고 항의하자 회사는 ‘인트라넷에 있는 사진이 유출된 것은 아니기 때문’이란 취지로 해명했다고 한다. 가해자가 피해자들의 휴대전화번호를 저장해 확인한 카카오톡 사진을 텔레그램 채널에 올린 것이기 때문에 회사 책임이 아니라는 투였다.
더구나 지난 21일 밤 이 채널이 폐쇄되면서 자신이 정확히 어떤 피해를 입었는지 확인하지 못한 피해자들은 더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개인정보가 어디까지 유출됐는지 확인되지 않아 자신의 사진이 딥페이크 범죄 등에 악용될까 우려한다. 일부 피해자들은 자신의 정보가 유출됐을 무렵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연락을 받거나, 모르는 사람이 매장으로 찾아오는 등 의심스런 일을 겪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텔레그램 채널의 소유권은 지난해 가상화폐를 이용해 두 차례 거래되기도 한 것으로 확인됐다. ‘블라인드’에는 “텔레그램 방에 대한 세부 정보, 내 초상도 유출됐는지, 사건 발생 경위 등에 대해 아무런 내용을 듣지 못 했다”며 “이걸 피해자가 직접 기사를 찾아서 확인하는 게 맞느냐”는 글이 올라왔다.
피해자들은 “회사가 추가 피해 방지를 위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며 집단 대응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부는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피해자 A씨는 “2023년부터 수년간 직원 수백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실을 회사가 전혀 인지하지 못한 것은 허술한 보안체계가 원인이라고 생각한다”며 “가해자에 대한 분노보다 회사에 대한 분노가 크다”고 말했다. 회사에 요구할 지원방안에는 이른바 ‘디지털 장의사’를 통한 유출 개인정보 상시 모니터링 및 삭제, 정신적 충격에 대한 심리치료 지원, 유출된 휴대전화번호 교체 비용 지원 등이 거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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