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감독·배우 사과에도 침묵한 MBC
재방송·다시보기 그대로…'내로남불' 비판 이어져
[더팩트ㅣ강신우 기자] 늘 그렇듯 이번에도 MBC는 침묵을 지켰다.
MBC 금토드라마 '21세기 대군부인'(극본 유지원, 연출 박준화)을 둘러싼 논란이 종영 이후에도 이어지고 있다. '21세기 대군부인'은 21세기 입헌군주제 대한민국을 배경으로 모든 걸 가진 재벌이지만 신분은 고작 평민이라 짜증스러운 여자 성희주(아이유 분)와 왕의 아들이지만 아무것도 가질 수 없어 슬픈 남자 이안대군(변우석 분)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지난 16일 막을 내린 작품은 역사 왜곡과 고증 오류 논란에 휩싸이며 계속해서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특히 11회에서 왕이 구류면류관을 착용하고 신하들이 "만세" 대신 "천세"라고 외치는 장면이 동북공정 논란으로 번지며 종영 이후에도 강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제작진과 주연 배우, 감독과 작가 모두 고개를 숙였다. 제작진은 "세계관 설정과 역사적 고증 이슈로 심려를 끼쳐 드린 점 진심으로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며 "조선의 예법이 역사 속에서 어떻게 변화했는지 세심하게 살피지 못해 발생한 사안"이라고 밝혔다. 이어 재방송 및 VOD, OTT 서비스에서 해당 부분의 오디오와 자막을 최대한 빠르게 수정하겠다고 했다.

아이유와 변우석은 "역사 고증 문제들에 있어 더 깊이 고민하지 않고 연기에 임한 점을 반성한다"며 "작품이 가진 메시지와 맥락까지 책임감 있게 살펴보겠다"고 소셜 미디어에 글을 게재했다. 대본을 집필한 유지원 작가 역시 "철저한 자료조사와 고증이 부족했다. 상처받으신 모든 분께 다시 한번 깊은 사과의 말씀 올린다"고 사과했다.
다만 이 와중에도 MBC는 여전히 방송사 차원의 별도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 작품을 편성하고 송출한 지상파 방송사로서 어떤 검증 과정을 거쳤는지, 왜 이 같은 장면이 방송될 수 있었는지, 향후 유사한 논란을 막기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지에 대한 설명은 찾아볼 수 없다.
단순한 침묵이 아니다. 논란 이후에도 MBC 공식 홈페이지와 각종 OTT에는 '21세기 대군부인' 관련 영상과 다시보기 서비스가 이어지고 있다. 오는 24일에는 MBC ON에서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11시 40분까지 1회부터 12회까지 전편을 연속 편성한다. 문제는 책임에 대한 설명은 제작진과 배우들에게 맡긴 채, 콘텐츠 유통의 이익과 화제성만 그대로 가져가는 듯한 방송사의 행태다.

이는 2021년 SBS 월화드라마 '조선구마사' 편성 취소 사태를 떠올리게 한다. '조선구마사'는 첫 방송 직후 태종과 충녕대군, 최영 장군 등 실존 역사 인물을 왜곡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여기에 중국식 음식과 소품이 등장하며 동북공정 논란까지 번졌고, 광고주 이탈이 이어졌다.
결국 SBS는 2회 방송 후 방영권 구매 계약 해지와 방송 취소를 결정했다. 당시 SBS는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깊이 인식했다"며 "지상파 방송사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당시 MBC는 해당 사태를 '시청자에게 혼쭐 난 '조선구마사'…사상 초유 '방송 퇴출'', ''조선구마사' 폐지…시총 700억 증발', '단 2회 만에 방송 폐지! '판타지'면 다야?!' 등의 제목으로 여러 차례 보도하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러나 타사의 역사 왜곡 논란에는 날카로운 잣대를 들이댔던 MBC가 같은 상황이 자사에서 벌어지자 제작진과 배우에게만 사과를 맡긴 채 침묵하고 있다. MBC에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이 가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온라인에서는 SBS가 어떤 보도로 복수할지 기대된다는 조소 섞인 반응도 나오고 있다.
물론 '21세기 대군부인'과 '조선구마사'의 논란의 양상이 완전히 같지는 않다. '조선구마사'는 첫 회부터 나온 논란이었고 '21세기 대군부인'은 MBC 금토드라마 역대 3위 시청률이라는 성과를 남기며 이미 종영을 한 상태다. 그러나 그렇기에 더욱 방송사의 설명이 필요하다. 공영방송이 자사 콘텐츠의 역사 왜곡 논란 앞에서 어떤 책임을 지겠다는 최소한의 메시지는 내놓아야 했다. (중략)
MBC는 공영 방송이다. 좋은 콘텐츠의 성과가 방송사의 몫이라면, 그 콘텐츠가 불러온 사회적 논란의 책임 역시 방송사가 함께 져야 한다. 다만 최근 MBC의 행보에서는 이러한 책임감을 찾아보기 어렵다. '시청자가 주인인 방송, 시청자와 소통하고 응답하는 방송이 되겠다'며 '좋은 콘텐츠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든다'고 강조하는 MBC의 구호가 더 이상 와닿지 않는 이유다.
https://news.tf.co.kr/read/entertain/2325230.ht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