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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부터 빼라는 말만 반복”…다낭성난소증후군 이름 바뀌었다지만, 여성들 불신 이유는?

무명의 더쿠 | 05-21 | 조회 수 5726

https://n.news.naver.com/article/296/0000100733?cds=news_media_pc&type=editn

 

다낭성난소증후군(PCOS), ‘PMOS’로 새 출발…환자들은 “이름보다 진료 방식이 먼저 바뀌어야”

PCOS 병명이 PMOS로 바뀌어도 진료실에서 환자의 증상을 몸 전체의 문제로 보지 않고 체형 변화와 생식 문제에만 시선을 두면 달라질 것이 없다는 이야기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PCOS 병명이 PMOS로 바뀌어도 진료실에서 환자의 증상을 몸 전체의 문제로 보지 않고 체형 변화와 생식 문제에만 시선을 두면 달라질 것이 없다는 이야기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16세 소녀는 어느 날 몸이 이상해졌다는 걸 느꼈다. 생리 주기가 불규칙해졌고 턱에 털이 자라기 시작했다. 얼굴과 몸에 붉은 발진이 올라왔고 체중도 이유 없이 늘었다. 병원을 찾았지만 의사로부터 돌아온 말은 "살을 빼야 한다"였다. 그리고는 피임약 처방이 뒤따랐다.

영국 서리에 사는 조지나 릭스(35)는 당시를 떠올리며 "진료실을 나오며 울었다"며 "너무 어린 나이에 체중을 줄여야 한다는 말을 들은 경험은 아직도 상처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빵을 끊고 새벽 4시에 일어나 달리기를 하며 체중 감량에 매달렸지만, 자신이 다낭성 난소 증후군(PCOS)이라는 사실은 수년이 지난 뒤에야 알게 됐다.

영양사이자 PCOS 호르몬 전문가인 알렉스 앨런(55)의 경험도 비슷했다. 22세 때 1년 사이 체중이 약 19kg 늘었지만 PCOS 진단 후 들었던 말은 "너무 많이 먹어서 그렇다"는 설명 뿐이었다. 그는 "그 질환이 무엇인지도 몰랐고 왜 이런 일이 생기는지도 알지 못했다"며 "불임 가능성이 있다는 말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다낭성 난소 증후군(PCOS)을 겪는 여성들 사이에서는 진단이 늦어지거나 증상이 제대로 이해받지 못하는 일이 적지 않았다. 체중 문제로만 설명하려는 의료 현장에 대한 불만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런 배경 속에서 14년간 논의 끝에 다낭성 난소 증후군(PCOS·Polycystic Ovary Syndrom)은 최근 '다내분비 대사성 난소 증후군(PMOS·Polyendocrine Metabolic Ovarian Syndrome)'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기존 이름이 질환의 본질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번 변경안은 국제 전문가와 환자 단체, 의료진이 참여한 대규모 논의를 거쳐 마련됐으며, 관련 내용은 의학 학술지 ⟪랜싯(The Lancet)⟫에 발표됐다.

하지만 병명이 변경됐다는 소식에도 환자들은 기대보다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병명이 바뀌어도 진료실 풍경은 그대로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최근 영국 매체 미러는 PCOS의 이름이 PMOS로 바뀌더라도 의료 현실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환자들의 우려와 반응을 소개했다.

영국에서는 산부인과 진료 대기 기간은 선택 진료 분야 가운데 가장 긴 편이다. 공식적인 비응급 진료 목표는 18주이지만 실제 첫 진료까지 6개월에서 1년 이상 기다리는 일도 적지 않다. 영국 의회 보고서에서는 환자 3명 중 1명 이상이 진단까지 4년 넘게 기다렸다고 분석했다.

세계보건기구(WHO) 추정에 따르면 해당 질환 환자의 최대 70%는 진단받지 못한 상태로 지낸다. 일부 의료 현장에서는 최대 12년까지 걸린다는 보고도 있다. 생리 불순이나 난임 문제만이 아니라 인슐린 저항성, 체중 변화, 피부 증상, 정신 건강 문제까지 함께 나타날 수 있지만, 의료 현장에서는 PCOS를 여성의 체중과 생식 문제에만 집중해 치료를 이어 왔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진단 지연과 치료 한계의 원인을 단순히 명칭 탓으로 돌리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병명보다 의료진 교육과 진료 방식, 질환 인식 부족이 더 근본적인 문제라는 것이다.

여성 환자들이 불신하는 이유도 이 지점에 닿아 있다. 병명이 PMOS로 바뀌어도 진료실에서 환자의 증상을 몸 전체의 문제로 보지 않고 체형 변화와 생식 문제에만 시선을 두면 달라질 것이 없다는 이야기다. 실제 환자 경험담에는 "살부터 빼라", "피임약을 먹어보라"는 조언만 반복해서 들었다는 사례가 적지 않다. 체중 증가 자체가 호르몬 이상과 인슐린 저항성의 결과일 수 있는데도 원인과 결과가 뒤바뀐 채 설명되는 일이 이어졌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에 따라 실제 전문가들은 새 이름 도입과 함께 진료지침과 의료 교육도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콜로라도대 안슈츠 의대 연구진은 PMOS가 단순한 산부인과 질환이 아니라 내분비·대사·피부·정신 건강까지 함께 보는 다기관 질환 개념으로 재정립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중략)

미국 소아내분비학자 멜라니 크리 박사도 이 질환의 치료가 피임약 처방이나 체중 감량 권고에 그치는 일이 많았고, 대사질환 위험이나 심혈관 검사 필요성은 놓치는 일이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새 이름이 중요한 이유는 질환을 다시 설명하는 데 있으며, 증상을 몸 전체의 문제로 보고, 더 오래 듣고 더 넓게 살피는 진료실의 변화를 강조했다.

국제 의료계는 2028년까지 새 명칭 PMOS를 단계적으로 진료 지침에 반영하면서, 의료 교육과 국제 진료 기준도 함께 개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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