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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때 3500명 학살된 경산 폐광… “귀신 출몰” SNS 등에 불청객 급증
“유골도 못찾은 유족들 가슴 찢어져”
살목지-곤지암 등도 ‘괴담 관광’ 몸살… “문제 유발 콘텐츠 제재 필요” 지적

6·25전쟁 당시 집단 학살이 벌어진 경북 경산시의 한 폐광 일대를 공포 체험객들이 돌아다니고 있다. 이곳은 일제강점기 코발트 등을 채취하던 광산이었으나 1940년경 문을 닫았고, 6·25전쟁 때는 좌익으로 몰린 민간인 3500여 명이 학살된 역사적 비극의 현장이다. 폐쇄회로(CC)TV 화면 캡처14일 오전 1시경 대구 달서구의 한 아파트. 어둠이 짙게 깔린 방 안에서 나정태 경산코발트광산민간인희생자유족회 이사장(80)이 졸린 눈을 비비며 태블릿PC를 응시하고 있었다. 화면에는 집에서 20여 km 떨어진 경북 경산 코발트광산 진입로와 폐광 입구 등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를 통해 송출되는 실시간 영상이 나타나고 있었다. 고요한 새벽이었지만 나 이사장은 수시로 화면을 확대하며 사방을 살폈다. 그는 “이 시간이 가장 긴장된다. 언제 어디서 공포 체험객이 나타날지 모른다”고 말했다.
● “한낱 호기심에 유족들 가슴 찢어져”
순간 광산 진입로 아래서 차량 1대가 올라왔다. 곧이어 20, 30대로 보이는 남성 4명이 차에서 내렸다. 이들은 손전등을 이리저리 비추며 들뜬 표정으로 폐광 주변을 돌아다녔다. 나 이사장이 입구에 연결된 방송 시스템을 켜 “몰지각한 행동을 중단하고 추모 공간에서 얼른 나가라”고 경고하자 이들은 놀란 듯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
이날 오후 1시경 경산 코발트광산 현장에서 만난 나 이사장의 얼굴에서는 피로감이 가득 묻어났다. 그가 밤잠을 설쳐가며 야간 감시관 노릇을 하게 된 것은 지난해 4월부터다. 그는 “광산 주변 주민들이 ‘새벽에 외부인들이 많이 오간다’는 이야기를 전해 왔다”며 “실제로 추모 공간에 담배꽁초가 버려져 있거나 시설이 훼손되는 상황이 계속돼 지난해 4월 감시 장비를 설치했다”고 말했다.
이 폐광은 일제강점기인 1937년 문을 열어 코발트와 금, 은 등을 채굴하던 곳이다. 1940년대 폐광됐지만 6·25전쟁 당시 좌익으로 몰린 민간인 3500여 명이 군경에 의해 집단 학살된 비극의 현장이기도 하다. 희생자들은 입구에서 총살됐고 시신은 수직 갱도 아래로 떨어졌다고 한다. 나 이사장의 아버지도 이 사건의 희생자다.
이 비극의 현장이 최근 ‘귀신 볼 수 있는 곳’으로 알려지며 홍역을 앓고 있다. 약 10년 전 한 방송 프로그램이 이곳을 ‘귀신 출몰 지역’으로 소개한 것이 계기가 됐고 4, 5년 전부터 유튜브 등에서 공포 체험 콘텐츠가 유행하면서 불청객들이 급격히 늘었다. 이창희 유족회 상임이사(76)는 “10대 청소년부터 조회수를 노리고 전문 장비를 챙겨 온 괴담 유튜버까지 별의별 사람들이 찾아온다”며“특히 여름철에는 더 많이 몰려드는데 벌써부터 걱정”이라고 했다. 나 이사장은 “이곳을 관리하고 있는 유족회원 300여 명이 억울하게 가족을 잃었고, 현재까지 유골도 찾지 못하고 있다”며 “이런 아픔이 있는 곳을 단순히 흥미만을 위해 찾아오니 유족들 입장에서는 가슴이 찢어진다”고 말했다.
● 전국 곳곳 ‘괴담 관광’ 몸살
사고, 재난 현장을 공포 체험 목적으로 찾는 ‘호러 투어리즘’으로 몸살을 앓는 곳은 경산 코발트광산만이 아니다. 충남 예산 ‘살목지’, 경기 광주 곤지암 폐정신병원 등도 공포 체험객이 몰리며 주민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2023년 치악산 국립공원 소재지인 강원 원주시는 공포영화 ‘치악산’에 대한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영화가 치악산을 배경으로 끔찍한 토막 살인 사건을 다뤄 지역 이미지에 타격을 주고, 공포 체험객으로 인해 주민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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