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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19세 일베 래퍼’와 방조한 선배들, 이게 국힙 현주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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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5.21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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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m.entertain.naver.com/home/article/609/0001126319

 

[뉴스엔 황지민 기자] 고인 조롱·소아성애 가사 논란 래퍼 리치 이기, 단독 공연 취소 이어 페스티벌 퇴출
처벌 규정 없는 법적 사각지대 속, ‘표현의 자유’ 뒤에 숨은 혐오에 우리 사회가 답할 때

‘표현의 자유’를 마치 ‘만능 면죄부’처럼 사용하는 이들이 있다. 그들은 ‘내가 내 마음대로 발언할 권리’에 대해 외치면서, 남들이 자신 발언에 비판할 자유는 용납하지 못하는 듯하다. 모든 자유에는 그 무게에 비례하는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모르는 걸까.

래퍼 리치 이기(Rich Iggy, 이민서) 사태로 인터넷이 뜨겁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모욕했다는 것을 시작으로, 그간 활동에서 나타났던 혐오적 표현들이 낱낱이 비판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충격적인 점은 힙합씬에서 그의 필모그래피가 지금과 같은 지적을 받은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국힙(국내 힙합)은 어쩌다 일베의 온상이 되었나.

■ 콘서트 포스터에 박힌 조롱 코드 … 결국 ‘공연 취소’와 고개 숙인 사과

발단은 그가 첫 단독 콘서트 정보를 공개하면서 부터였다. 내용에 따르면, 리치 이기 첫 단독 공연은 노 전 대통령 서거일인 5월 23일 오후 5시 23분에 열릴 예정이었다. 티켓 값 역시 '52,300원임이 밝혀지자, 사람들 사이에선 고인을 능욕하기 위한 의도적 행보라는 의문이 터져 나왔다. 더군다나 해당 공연 라인업에 팔로알토, 더콰이엇, 딥플로우, 염따 등 굵직한 래퍼들이 이름을 올려 더욱 충격을 안겼다. 조수진 노무현재단 이사는 지난 18일 해당 내용을 SNS에 공유하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당일 오후 공연 기획사 측으로부터 사과 및 재발 방지 서약 이메일 수신하며 일은 일단락되는 듯 했다.

그러나 리치 이기는 SNS를 통해 “공연을 강행하겠다”는 포부를 알렸다. 그러자 재단 이사 역시 "필요시 그간의 가사에 대한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소송은 물론, 오는 7월 시행 예정인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 따른 규제 등 강력한 후속 조치를 취할 것"을 밝히며 “(공연을) 반드시 중단시킬 것이며 모든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강경 태도를 취했다. 공연장측은 재단 손을 들어주었다. 다음날 19일, 공연장 연남스페이스는 입장문을 내고 해당 공연이 "공연 기획사와의 협의를 통해 최종 취소되었음을 알려드린다"고 발표했다. 뒤이어 “연남 스페이스는 특정 개인이나 집단에 대한 혐오·비하 표현 및 사회적 갈등을 조장할 우려가 있는 콘텐츠를 지향하지 않는다. 관련 내용을 확인한 이후 공연 기획사에 공연 진행은 불가함을 통보하였고 최종적으로 공연 취소를 결정하였다"며 사건과 공연장 사이 연관성이 없음을 강조했다.

뒤늦게 리치 이기도 SNS에 사과문을 올리며 수습에 나섰다.

(중략). 그는 같은 날, 재단에 직접 찾아가 사과문은 전달하는 모습이 재단 SNS에 올라오기도 했다.

논란이 거세지자, 리치 이기는 직접 사과문을 올리고 이를 노무현재단에 건네는 등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사진제공=조수진 노무현재단 이사 인스타그램

■ 음악적 교류인가, 혐오 카르텔인가… ‘침묵의 동조자’가 된 선배 래퍼들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래퍼 팔로알토(Paloalto, 전상현)와 딥플로우(Deepflow, 류상구)도 잇따라 사과문을 기재했다. 팔로알토는 "고인을 조롱하거나 혐오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표현들, 그리고 많은 사람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가사와 태도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그동안 음악적 교류의 의미로 그의 작업에 참여하고 방송에 초대해왔지만, 그 과정에서 표현의 문제성과 그것이 누군가에게 어떤 상처가 될 수 있는지 충분히 생각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딥플로우 또한 "솔직히 그 숫자의 의미를 전혀 몰라서 포스터를 봐도 연관 짓지 못했다"고 억울함을 표명하면서도 “(공연과 관련한 숫자의 의미를) 몰랐더라도 프로로서 또 업계의 고참으로서 제 나이브함에 책임을 크게 느낀다. 그동안 무분별한 협업을 참 많이 해왔는데 돌아보는 계기가 된다. 부디 오해 없으시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동조자’ 비판을 받은 래퍼들이 내놓은 구실은 하나, ‘무지함’이다. 리치 이기 행보에 대해 제대로 판단하지 못했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그들이 정말로 몰랐을까.

팔로알토는 이미 리치 이기와 팟캐스트를 진행한 적이 있다. 영상에서 팔로알토는 리치 이기를 향해 “너는 사람들이 더더욱 우파라고 생각할 것” 같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보다도 전에 촬영한 리치 이기 리스닝 콘텐츠에서도 다른 패널이 “얘 일베하네”라고 발언하기도 했다(현재 해당 영상은 전부 비공개 처리됐다.). 리치 이기가 내뱉는 가사가 무엇을 향하는지 모르는 채로 음악적 교류를 해왔다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 더군다나 팔로알토는 저스디스(JUSTHIS)와의 협동곡 ‘쿨러 댄 더 쿨(Cooler Than The Cool)’에서 ‘광화문을 환히 밝혔던 촛불의 빛을 우린 다 봤어’라는 가사로 본인 벌스를 시작한다. 단순히 ‘몰랐다’라는 말로 넘어갈 수 있을 만큼 대중은 멍청하지 않다.

■ ‘06년생 일베 래퍼’는 경고 없이 튀어나온 사회악이 아니다

예술은 언제나 ‘표현의 자유’를 강조한다. 이번 사안을 옹호하는 쪽에서 주장하는 핵심 명제이기도 하다. 더군다나 정치 풍자는 예술과 분리할 수 없는 가치이다. ‘사회적 메시지’를 필두로 성장해온 ‘힙합’에서 정치적 견해를 내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

그렇다면 논점은 ‘이것이 자유라는 이름 아래 보호받을 수 있는 범위 안의 표현인가’에 있다. ‘표현의 자유’라는 허울 좋은 구실로 사실 왜곡과 혐오성 발언까지 포용할 수는 없다. 예술은 보편 윤리 위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리치 이기 콘서트에 함께 라인업을 올린 래퍼 딥플로우와 팔로알토 역시 SNS에 사과문을 기재했다. 그들은 ‘판단력 부족’을 내세웠지만, 대중 공감을 얻지 못하는 모양세다/(왼) 뉴스엔DB 딥플로우, (오) 뉴스엔DB 팔로알토

리치 이기는 2006년생이다. 그가 정치 비판에 큰 뜻을 가지고 커리어를 쌓아 올렸을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리치 이기가 정말 소신을 중요시 한다면, 재단측의 강도 높은 비판에 본인 신념대로 맞서야 했다. 일전에 팔로알토와 진행한 팟캐스트에서 “나는 힙합을 하고 싶은 거지 정치를 하고 싶은 건 아니다”라는 모순 가득한 말로 자기를 포장하지 말았어야 한다. 그의 가사 대부분이 커뮤니티에서 파생된 조롱성 밈에 치우쳐 있다는 점은 그가 얼마나 사회적 이슈를 가볍게 보는지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고작 만 19세 청년이 ‘일베’를 랩 정체성으로 삼게 된 기저에는 신념도, 가치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분위기에 휩쓸린 것에 가깝다. 다시 말하면, 현재 힙합씬이 이러한 언행을 용인하는 것을 넘어 메이저 여론으로 자리잡았다는 것이다.

이번 사안과 더불어, 곡들 중 상당수에 문제적 표현이 삽입된 것으로 드러났다. 그 중에서도 대중을 경악하게 만든 건 곡 ‘탱크(Tank)’ 가사였다. 곡에는 “여고딩 대신 여초딩 먹고 소년원 빠르게 들어갑니다”라는 소아성애적 내용이 들어가 있다. 해당 음원은 2024년에 공개됐다. 즉, 전 대통령 모욕 사태로 인해 과거 행적이 ‘파묘’되지 전까지, 리스너 대부분이 이를 문제 삼지 않았다는 뜻이 된다. 이게 바로 국힙 현주소다.

■ ‘소아성애 가사’도 처벌 못 하는 법적 사각지대… 韓, 여론 심판에만 기댈 것인가

이번 사태가 '여론전'으로 마무리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하나다. 한국에는 혐오 표현을 직접 처벌하는 법률이 없다. 사자(死者) 명예훼손 조항도 마찬가지다. 정보통신망법 제70조는 허위사실 유포를 처벌 대상으로 삼지만, 고인에 대한 적용은 유족이 직접 고소해야 하는 구조인 데다, 가사처럼 '조롱'의 형식을 띠는 경우 '비방 목적'을 입증하기가 까다롭다. 결국 재단이 꺼내 든 카드도 법적 처벌이 아닌 법적 '압박'이었다.

소아성애적 가사 문제는 더 심각하다. 현행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은 실제 아동이 등장하는 음란물을 규제 대상으로 한다. 텍스트 형식으로 존재하는 가사는 그 사각지대에 고스란히 놓인다. 음원 플랫폼 자체 심의 역시 명확한 법적 의무 없이 작동하는 만큼, '탱크' 같은 곡이 버젓이 유통되는 것을 막을 공식 경로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비교 사례로 자주 언급되는 나라가 독일이다. 독일 형법 제130조, 이른바 '민중선동죄(Volksverhetzung)'는 특정 집단에 대한 증오 선동과 악의적 비방, 역사적 범죄 미화·왜곡에 최대 5년 이하 징역을 부과한다.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 핵심 가치이지만, 인간 존엄을 부정하는 표현까지 그 이름으로 보호할 수는 없다는 헌법적 합의가 굳건한 것이다. 한국 사회도 같은 질문 앞에 서 있다. 다만 아직 답을 내리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리치 이기는 곧 예정돼 있었던 대형 힙합 페스티벌 라인업에서도 제외되는 결과를 맞았다. '랩비트페스티벌 2026' 주최 측은 20일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을 통해 "기존 6월 21일 라인업에 포함됐던 아티스트 리치 이기 & GGM 킴보 출연이 최종 취소됐다"고 밝혔다. 법이 아닌 여론이 심판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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