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사가 총파업을 몇시간 앞두고 잠정 합의안 도출에 성공했다. 노조원 투표 절차가 남아있지만 일단 파업 사태는 피해갈 공산이 커졌다. 그러나 후유증은 불가피해 보인다. '파업만은 막아야 한다'는 정부의 조바심에 떠밀려 경영의 기본 원칙을 훼손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적자 사업부에 대한 거액 상여금 지급은 나쁜 선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날 합의는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 사후조정이 결렬된 이후 김영훈 노동부 장관이 직접 중재에 나서면서 성사됐다. 그 전에 노조는 "우리는 중노위 중재안을 수용했지만 사측이 거부했다"며 총파업 돌입을 선언했다. 사측은 "적자 사업부에도 사회적으로 용납되기 어려운 규모의 보상을 하라는 요구를 받아들일수 없다"고 거부 이유를 밝혔다. '성과 있는 곳에 보상이 있다'는 경영의 기본 원칙을 위배할 뿐더러 다른 기업과 산업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전적으로 타당한 주장이다. 적자를 낸 사업부에 주는 거액 상여금은 명분 없는 보상이고 주주의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다. 신상필벌이 지켜지지 않는 보상 체계에서 누가 열심히 일하겠는가. 사측은 그러나 추가 협상에서 노조 측 요구를 일부 수용해 1년간 시행을 받아들였다. 정부가 이런 중재안을 제시한 사실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파업에 들어갔을 경우 직접 손실액은 30조~40조원, 간접 피해까지 포함하면 1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이 최대 0.5%포인트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부가 감당하기 힘든 부담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켜야 할 선은 분명히 있다. 삼성전자 같은 세계적 테크기업에서 글로벌 표준에서 벗어나는 노사 협상 결과는 신뢰의 위기로 이어진다. 무너진 보상 체계는 장차 파업보다 더 치명적이고 근원적인 문제를 한국 경제에 야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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