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BS가 개국된 이후 최초의 정통 사극이다.
무려 42.9%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말 그대로 신드롬적인 인기를 끌었으며
아직 인지도 낮은 신생방송국이었던 SBS에서
'모래시계'와 함께 개국공신작 중 하나

당시 장희빈 캐스팅이 상당히 파격적인 수준이라 화제였다. 장희빈 역의 정선경은 당시 장선우 감독의 영화 너에게 나를 보낸다로 데뷔해 '엉덩이가 예쁜 여자'라는 타이틀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던 신인 배우였다. 노출 이미지로만 인식되던 2년차 신인이 이 드라마를 통해 마침내 배우로 인정받았으며, 방영된지 30년이 넘어도 역대 최고의 장희빈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역대 장희빈 중 가장 기가 쎈 장희빈일듯 하다. 숙종의 앞에서 상을 엎고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며 심지어 왕의 멱살을 잡는다. 마지막회 사약씬에서는 장희빈이 숙종의 면전에서 내가 왜 죽어야 하느냐며 하오체로 반박하고 사약이 들어있는 사발을 숙종의 얼굴에 대고 발로 차버려 숙종이 사발에 얼굴을 얻어맞기까지 한다

인현왕후 캐스팅도 장희빈 역 못지않게 말이 많았다. 인현왕후 역의 김원희는 당시 씩씩하고 서민적인 개그캐 이미지가 강한 배우였고, 첫 촬영에서 김원희가 잔뜩 무게를 잡고 '마마'라고 하자 촬영감독마저 풉...하고 터졌다고 회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원희의 연기력으로 점점 선입견을 지워내고 우아하고 기품있는 인현왕후 역할을 100% 소화해냈다.

이 작품에서의 인현왕후 역시 성격이 결코 만만치않다. 장희빈의 종아리를 치는 장면이 나오기도 했고, 심지어 장희빈이 자신의 호출을 무시하고 씹어버리자 '내 정궁으로서의 위엄을 너에게 보여주랴?'라고 호통치며 장희빈을 중궁전 앞뜰 형틀에 묶어놓고 곤장을 치기까지 한다.

연출자는 사극계에서 잔뼈가 굵은데다 엄하기로 소문난 이종수 PD였는데 그 흔한 포옹씬도 연출자 마음에 들지 않으면 눈물나게 혼날 정도로 엄했다. PD의 엄한 지도와 정선경 개인의 노력 덕분에 드라마 대박과 동시에 30년이 지난 지금도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고 있다.

하지만 고증은 엉망이었다. 왕비의 당의에만 붙일 수 있었던 용보를 빈들의 당의에도 붙이고 나와서, 이 드라마에서는 왕후와 빈을 구별하기가 어렵다. 199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요즘처럼 호칭이나 의상에서 고증을 엄격하게 잘 따지고 지키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소위 '정통사극'들도 옛날 작품들일수록 고증오류 엄청나게 쏟아져나오는 이유)

숙종이 상당히 찌질(...)하게 나온다. 폐출 전교를 내린 다음 인현왕후의 처소에는 물도 들이지 못하게 한다. 오죽하면 장희빈도 소식을 듣고는 "그렇듯 잔인할 수가..."라며 혀를 내두르며 숙종의 행태에 기겁을 한다. 그러면서 자신의 미래를 내다 보듯 하는 말이 "폐비의 일을 보면서 나 역시 섬뜩하더라."라고까지 한다. 결국은...
숙종 역할의 남자주인공 임호의 아버지 임충이 작가를 맡았다. 비록 다른 고증에는 다소 문제가 있으나 대사는 상당히 고전적인 어투를 사용했다. 유튜브에 업로드된 뒤로는 알아듣기는 어렵지만 분위기가 잘 산다며 왜 이런 고전어투를 사용하는 사극이 이후로 없는지 안타까워하는 평이 많다.
장희빈이 쓰는 말투 '뭐시라?!'가 당시 유행어가 되기도 했다. 훗날 여인천하 '뭬야?!' 유행의 선배격이라 할 수 있을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