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드라마 '21세기 대군부인'을 연출한 박준화 감독은 19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경직된 모습으로 취재진 앞에 섰다. 주조연 배우 모두 종영 인터뷰를 진행하지 않는 가운데, 총대를 멘 박 감독은 인터뷰 시작에 앞서 자리에 선 채 사과를 했다.
그는 "방송 전 '즐겁고 행복한 힐링 드라마로 남았으면 좋겠다'고 인터뷰했었는데, 이런 불편한 자리와 죄송스러운 상황을 만들게 됐다. 변명의 여지 없이 제작진을 대표해 책임이 있다. 시청자 여러분께 사과드린다. 더불어 이 드라마를 같이 노력하며 만든 연기자들도 어려움을 겪게 한 것 같아 죄송하다"고 고개 숙였다.
초반 연기력 논란은 '선녀'였다. 지난 16일 종영한 '21세기 대군부인'은 심각한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였다. 극 중 이안대군의 즉위식에서 '만세' 대신 제후국이 사용하는 '천세, 천천세'라는 표현이 사용됐고, 황제의 십이면류관 대신 제후를 뜻하는 구류면류관을 착용해 중국 동북공정에 빌미를 제공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중국 온라인상에서는 '속국을 인정했다'는 반응까지 나온 상황. 박 감독은 이에 대해 "역사적인 순간에 대한 무지함이었던 것 같다. 우리 역사 안에 자주적이었던 부분을 왜 투영하지 못했나 싶다. 좀 더 깊이감 있게 살펴봤어야 했는데 너무 죄송스럽다. '천세' 장면 촬영할 때 자문하는 분도 같이 있었다. 일상적이지 않은 문구가 맞는데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며 연신 한숨을 쉬었다.
극 중 한복을 입지 않는 성희주의 설정과 중국식 다도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박 감독은 "다기는 현대식 다기였다. 지문에 '찻잔에 물을 뿌린다'고 되어 있어서 그 순간의 기능적인 선택이었을 뿐이다. 성희주가 한복을 안 입은 건 대비(공승연)와 극단적으로 대비되는 인물을 그리고 싶었다. 궐 안에 있지만, 전통 대신 혁신을 택한 인물과의 간극을 표현하는 장치였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작가님은 조선이라는 나라에 대해 애정이 많은 분"이라며 "6.25, 일제 강점기 등 힘들었던 기억이 없는 형태의 조선 왕조가 지금까지 이어졌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 드라마가 시작됐다. 그 안에서 왕실 대군과 평민 여인의 로맨스를 그리고 싶어 했으나, 초기설정 등 정보가 미흡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뒤늦은 작품 합류로 준비 시간이 부족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면서 "배우들에게 미안한 마음뿐"이라며 "너무 열심히 하는 친구들이었다. 역사적인 해석의 문제와 저의 미숙함 때문에 그들이 하지 않아도 될 사과를 하고 상처받는 게 미안하다. 가장 연륜 있는 제가 좀 더 고민하고 치열하게 챙겨야 했다. 초기 설정에 매몰됐는지 왜 그런 결정을 했는지 모르겠다. 작가님도 스스로 고민하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 많이 힘들어한다. 불편한 상황을 만들게 되어 후회 중"이라고 전했다.
이날 박 감독은 50분가량 해명과 사과를 하며 자책했다. 그 과정에서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핵심은 무지했다, 왜 그랬는지, 중국식 다도는 의미 없는 선택이었다, 작품 설정이 미흡했다, 준비 시간이 부족했다, 우리도 후회 중…. 300억 대작에 걸맞지 않은 작품 곳곳의 허술함이 의아함을 남긴다.
https://naver.me/FwGj4TY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