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전세 품귀현상
월세가격지수 109로 최고치 경신
전월세 상승→매매가도 올려
전세대출 규제·광범위한 토허제
“정부관리 소홀, 단기간 경직” 지적
30대 A씨는 2022년 말 서울 은평구의 한 아파트단지에 전세로 신혼집을 구했다. 한차례 갱신한 전세 계약은 오는 12월 만료를 앞둔 가운데 최근 들어 마음이 조급해졌다. 약 700세대 단지에 전세 매물이 단 하나도 없었다. 첫 계약 당시 3억5000만원 안팎이었던 전세가는 6억원대로 치솟았다.
이참에 차라리 사는 게 낫겠다며 점찍어뒀던 강서구 아파트를 뒤져봤다. 지난해만 해도 8억원대였던 아파트는 13억원대 신고가를 기록했다. A씨는 18일 “너무 올랐다고 생각하지만 지금이라도 서울이 아닌 경기에서 집을 찾아야 하는지 갈피를 못 잡겠다”고 말했다.

최근 1000세대 이상 대단지 아파트에서도 전세 매물이 단 1개일 정도로 서울의 아파트 전세 매물이 자취를 감추면서 임차인들의 주거 불안이 커지고 있다. 전세가가 뛰는 사이 월세가는 날아올랐다. 서울에서 경기로 확대된 전월세난에 수요자들이 갈 곳을 잃고 매수세로 돌아서면서 부메랑처럼 다시 매매가가 상승하는 양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임대차 시장 부담을 고려한 정책 속도 조절과 아파트 수요를 대신 소화할 비아파트 등의 조기 공급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전세 매물 감소는 여러 공식적인 통계로도 확인이 된다. 한국부동산원 자료를 보면, 전세수급지수는 5월11일 기준 113.7로, 2021년 3월8일 116.8 이후 약 5년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전세수급지수가 100보다 크면 전세 수요가 공급보다 많다는 뜻이다.
이날 네이버 부동산을 기준으로 1000가구 이상 대단지를 살펴본 결과, 강북·노원·중랑·금천·강서구 등에서 전세 매물은 단지당 1~4개꼴이었다. 가령 강북구는 9개 단지의 총 매물이 19개뿐이었고, 소위 ‘대장주’인 3830가구 단지 SK북한산시티의 매물은 2개에 그쳤다. 경기 의정부·구리·하남·광명·부천시 등 인접 도시에서도 단지당 1~2개에 불과했다. 서울 강남·서초·송파구는 단지당 60~70개로 사정이 훨씬 나았다. 다만 개포주공 6·7단지 등 재건축단지의 주변 이주가 시작되면 전세 매물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수요가 공급을 압도하면서 전세가는 튀어오르고 있다. 서울 마포구의 공인중개사 B씨는 근처 약 1000가구 대단지를 두고 “원래는 전세 물건이 한 10개 정도 나와야 정상인데 하나도 없다”며 “2~3년 전 8억원에도 거래가 안 됐는데 최근 전세 계약 건이 11억9000만원”이라고 말했다.
전세는 점점 월세로 대체되는 분위기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에서 월세 비중은 올해 처음 과반(50.8%)을 넘어섰다.
문제는 월세가 오르는 속도다. 국토연구원이 부동산원 자료를 바탕으로 서울 전월세가격지수를 산출한 결과, 월세가격지수는 2022~2023년 103.1로 정점을 찍고 하락했다가 도로 상승해 최고치를 계속 경신하며 최근 109.0에 이르렀다. 전세가격지수 역시 비슷한 패턴을 보이지만 2022~2023년 당시 정점을 넘어서진 못했다. 전세가격이 뛰는 사이 월세가는 날아오른 셈이다.
수도권 전체적으로 전세가 부족하고, 전월세 가격 상승은 다시 매매가 상승 고리를 형성했다. 국토연구원은 최근 전셋값이 오른 이후 3~9개월까지 매매가도 오르는 경향이 있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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