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매거진=황명열 기자] 국립현대미술관(MMCA)이 일본 요코하마미술관(YMA)과 공동 주최하는 국제전 ‘로드 무비: 1945년 이후 한·일 미술’을 오는 9월 27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개최한다.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을 기념해 마련된 이번 전시는 1945년 광복과 일본 패전 이후 약 80년에 걸쳐 이어진 양국 현대미술 교류의 흐름을 조망한다.
전시 제목 ‘로드 무비(Road Movie)’는 길 위의 이동 속에서 예상치 못한 만남과 변화를 경험하는 영화 장르를 뜻한다. 이번 전시는 이러한 개념을 바탕으로 한국과 일본 예술가들이 서로 다른 정치·사회적 조건 속에서 국경을 넘나들며 형성해 온 다층적인 교류의 역사를 살펴본다.
전시는 총 5개의 섹션으로 구성되며, 양국 작가 43팀의 작품 200여 점을 소개한다. 백남준, 박서보, 이우환, 이불, 정연두를 비롯해 다나카 고키, 무라카미 다카시, 다카마쓰 지로 등 한·일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들이 참여하며, 회화·조각·사진·설치·뉴미디어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이 과천관 전역에 펼쳐진다. 특히 이번 전시는 기존에 널리 알려지지 않았던 재일조선인 미술가들과 젊은 예술가들의 교류를 비중 있게 조명한다.
첫 번째 섹션 ‘사이에서: 재일조선인의 시선’에서는 조양규, 송영옥, 박인식 등의 작업을 통해 광복 이후 일본에 남아 활동한 재일조선인 미술가들의 정체성과 시대적 상황을 다룬다. 조양규의 편지 자료와 박인식이 참여한 일본 ‘갤러리 신주쿠’ 관련 자료도 처음 공개된다.

▲ 백남준, 인체전개도사진, 1964, 26.7×28.8cm, 개인소장 / 사진: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두 번째 섹션에서는 백남준과 일본 예술가들의 교류를 집중 조명한다. 백남준은 구보타 시게코, 아베 슈야 등과 협업하며 비디오아트와 로봇 예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고, 이번 전시에서는 ‘로봇 K-456’, ‘비디오 신시사이저’와 함께 한국·일본·미국을 연결한 위성 프로젝트 ‘바이 바이 키플링’ 관련 작업도 소개된다.
세 번째 섹션 ‘한·일 국교정상화 이후, 넓어진 길’에서는 1965년 국교정상화 이후 본격화된 양국 미술 교류를 다룬다. 일본 주요 미술관에서 열린 한국현대미술전과 1979년 제5회 대구현대미술제 등을 통해 서울과 도쿄를 넘어 지역으로 확장된 교류 양상을 조명하며, 곽덕준과 사이토 요시시게, 다카마쓰 지로 등의 작품도 함께 선보인다.

▲ 조양규, 밀폐된 창고, 1957, 캔버스에 유화 물감, 162×130.5cm, 도쿄국립근대미술관 소장 / 사진: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이어 ‘새로운 세대, 새로운 관계’ 섹션에서는 1990년대 이후 비공식 네트워크와 젊은 작가들의 자발적 교류를 소개한다. 나카무라 마사토와 무라카미 다카시, 고낙범, 이불 등의 만남을 통해 동시대 미술의 새로운 감각이 형성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마지막 섹션 ‘함께 살아가다: 예술 너머의 연대’에서는 다나카 고키, 다카미네 다다스, 정연두 등의 작업을 통해 재난과 차별, 역사적 상처에 예술이 어떻게 응답해왔는지를 살핀다. 이와 함께 도미야마 다에코와 이응노 등의 작품도 소개되며, 한·일 예술가들이 시대적 문제를 함께 응시해온 흐름을 보여준다.
전시는 실내 공간뿐 아니라 과천관 조각공원까지 확장된다. 1986년 과천관 개관 당시 설치된 한·일 작가들의 야외조각도 함께 소개되며, 전시기간 동안 ‘작가와의 대화’, 워크숍, 참여형 프로그램 ‘함께 만드는 로드 무비’ 등 다양한 연계 행사도 진행된다.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이번 전시는 두 나라가 경험해온 역사적 순간들과 그 속에서 형성된 미술 교류의 흔적을 되짚어보는 자리”라며 “한·일 현대미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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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로드 무비: 1945년 이후 한·일 미술’ 개막... 백남준·이우환·무라카미 다카시 등 거장 작품 200여 점 한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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