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n.news.naver.com/article/newspaper/656/0000176658?date=20260519
서울 양재-세종-전주-여수 잇는 320㎞ 고속철 구상
"직선 고속철" 내세웠지만 청주 경유론에 선형 왜곡 우려
지방선거 맞물려 '정치 노선' 논란…충청권 갈등 조짐

서울-여수를 2시간대로 잇는 '한반도 KTX' 구상을 두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수도권과 호남을 잇는 새로운 문화관광·산업벨트 축이 될 것이란 전망과 함께, 벌써부터 '오송역 시즌2' 논란도 확산하는 분위기다. '직선형 고속철'을 내세웠지만 정작 굴절된 노선안이 거론되면서 "또 정치 논리로 철도가 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 SOC 공약 경쟁과 맞물리며 향후 '역·노선 정치'로 비화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현재 논의되는 한반도 KTX는 서울 양재를 출발해 세종·전주 등을 거쳐 여수까지 이어지는 약 320㎞ 규모 고속철도망이다. 설계 속도는 시속 350㎞ 수준으로, 완공 시 서울-여수 이동시간을 기존 3시간대에서 2시간 이내로 줄이는 것이 목표다. 총사업비만 약 25조원 규모의 초대형 프로젝트다. 대한민국 경제 지도를 다시 그리는 국가 균형성장의 핵심 엔진으로 작용할 것이란 기대감이 크다.
(중략)
한반도 KTX 구상을 처음 공론화한 것은 전남 여수를 지역구로 둔 조계원 의원이다. 지난 2월 조 의원실 주최 정책토론회엔 국회의원 54명이 공동 주최자로 이름을 올렸다. 정치권에서도 지방선거 국면과 맞물려 수도권 접근성 개선과 지역균형발전을 앞세운 대형 SOC 공약으로 부상하는 분위기다.
한반도 KTX 추진 여부는 현재 진행 중인 한국개발연구원(KDI)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에 따라 최종 판가름 날 전망이다. 호남권은 오는 7월 예정된 국토교통부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반영되길 고대하고 있다.

다만 사업 추진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경유지와 우회 여부를 둘러싼 논쟁도 커지고 있다.
철도업계와 지역 정치권 등에 따르면 현재 거론되는 노선안에는 청주 경유안이 포함된 상태다. 서울에서 용인·안성·세종을 거쳐 곧바로 호남으로 내려가는 최단 축이 아닌, 청주 방향으로 우회한 뒤 다시 남하하는 형태가 검토된다는 것이다.
이 경우 "직선 고속철"이라는 사업 취지와 충돌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속철의 핵심 경쟁력은 최단 거리와 직선 선형 확보인데, 지역 안배 논리가 개입되면서 선형이 다시 굴절될 수 있다는 우려다.
충청과 호남권 일각에서도 미묘한 기류가 감지된다. 서울-전남권 이동시간 단축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으나 정작 최단·최속 노선과는 거리가 멀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기존 호남고속철이 이미 청주를 경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또다시 청주 우회안이 거론되자 "오송역 시즌2 아니냐"는 비판과 함께 중복 투자 논란도 거세지고 있다.
더 복잡한 건 지역별 셈법이다. 세종은 수도권 접근성 개선 효과와 오송역 포화 해소를 기대하면서도 청주 경유 시 속도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을 고민하는 눈치다. 충남 역시 기존 KTX·SRT 체계와 기능이 겹칠 가능성을 주시하는 분위기다. 호남권 일부에서도 "서울-여수를 가장 빨리 연결하는 노선이 맞느냐"는 의문이 나온다.
반면 충북은 청주공항과 오송역을 연계해 중부권 교통 허브를 키워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균형발전 없는 직선 고속철은 의미가 없다는 취지다.
결국 한반도 KTX 논쟁은 "가장 빠른 철도"를 만들 것인가, "가장 많은 지역을 경유하는 철도"를 만들 것인가를 둘러싼 충돌로 번지고 있다. 향후 국가철도망 계획 반영 과정에선 경제성과 지역균형발전 논리가 정면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