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천피 풍경]④ 돈 쓰면 불릴 기회 잃어…소비 줄여 '투자'
코스피 '널뛰기'도 소비 확대 제한…부동산 '포모'는 여전
[편집자주]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8000포인트를 돌파했다. 증시 안팎에서는 과열을 우려하는 경고음도 커지고 있지만, 상승장에서 소외될 수 없다는 ‘포모(FOMO·소외 공포)’ 역시 시장 전반을 뒤덮고 있다. 투자자들은 신용대출까지 끌어다 쓰고, 소비를 줄여가며 주식 투자에 뛰어드는 분위기다. 은행 예금에서 빠져나온 자금은 증권사로 향하고, 주부와 퇴직자, 사회초년생까지 ‘주식 고수’를 자처한다. 외국인들까지 국내 계좌 개설에 나서며 '팔천피 시대'의 새로운 투자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이미 주식 투자를 하고 있었지만 최근에는 비중을 더욱 늘려 '올인'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필수 지출과 매월 꼭 필요한 생활비를 제외한 모든 자금을 주식에 투자하고 있어요."
최근 직장인 김 모 씨(33)는 매월 친구들과 2~3차례 갖던 술자리에 나가지 않고, 계절마다 한 벌씩 샀던 옷 구매도 관뒀다. 김 씨는 "주식에 넣어놓고 하루 밤 자고 나면 10%씩 오르는데 다른 곳에 돈을 쓰기가 너무 아깝다"고 말했다.
올해 코스피 지수가 사상 처음으로 8000포인트를 찍는 등 역대급 폭등장이 이어지면서 개인 투자자들이 소비를 줄여가며 주식 투자에 뛰어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투자 열풍은 직장인을 비롯해 주식과 거리가 멀었던 취업준비생·주부까지 가리지 않는다.
취업준비생 최 모 씨(28)는 지난 2월부터 스타벅스 대신 저가 커피 매장에서 1500원 짜리 아메리카노를 사고 있다. 편의점에서도 신상보다는 1+1 위주로 구매하며, 생활용품 구매는 대형마트 대신 다이소 또는 온라인 최저가를 찾는다. 이렇게 모은 200만 원으로 지난 4월 삼성전자 투자를 시작했다. 최 씨는 "빚까지 내긴 싫어 가진 돈으로만 하려다보니 이렇게 됐다"고 말했다.
최근 코스피 급등으로 주식 자산의 증가 속도가 매우 가파르자 최대한 소비를 아껴 투자를 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은행은 지난 2월 '경제전망보고서'에서 "최근의 가파른 자산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는 가계로 하여금 소비보다는 투자를 우선시하게 만들고 있다"고 했다. 당장 돈을 지출한다면 그만큼 미래에 돈을 불릴 기회를 잃게 된다고 인식하는 것이다.
결국 주식자산은 증가했지만 소비 확대 효과는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일 한국은행이 발간한 '우리나라의 주식 자산효과에 대한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경우 자본이득의 1.3%가 소비재원으로 활용되는 것으로 추정됐다. 주가가 1만 원 상승시 소비를 130원 늘린다는 얘기다. 자본이득의 3~4%가 소비 증가로 나타나는 유럽·미국보다 적은 편이다.
증시의 변동성이 급격히 커진 점도 졸라맸던 허리띠를 아직 풀지 않는 이유다. 올해 코스피는 1월 24.0%, 2월 19.5% 상승했지만 3월 19.1% 하락, 4월 30.6% 상승 등 폭등-폭락이 번갈아 나오는 모양새다. 5월 들어서도 4일 5.12%, 6일 6.45% 폭등했지만 15일 6.12% 폭락하는 등 여전히 등락폭이 크다. 개인 입장에선 이 같은 높은 변동성이 주가 상승 이익을 가처분소득의 영구적 증가로 인식하기 어렵게 해 소비 확대를 제한한다는 것이다.
또다른 직장인 김 모 씨(39)는 "예전에 국장이 하락하고 몇 종목은 상장폐지를 겪었던 것을 생각하면 '언제 떨어질까'라는 우려가 더 크다"며 "주식투자금 중 아내가 코스피에 투자하는 비중이 100%라 저는 코스피 비중을 25%로 줄일 생각"이라고 말했다.
부동산에 자금이 묶인 사람들의 '포모(FOMO)'도 여전하다. 최대한 소비를 줄여 투자금을 확보하고 있지만, 두 번 오기 힘든 '불장'의 기회를 놓치고 있다는 아쉬움이 크다. 3년 전 '영끌'로 서울 강서구에 집을 장만한 주부 박 모 씨(46)는 최근 500만 원으로 주식 계좌를 개설했다. 박 씨는 "부동산 대출금을 갚느라 주식은 전혀 해보지 않았다"며 "이번 상승장을 보며 '이러면 안 되겠다' 싶어 시작했지만 가용 자금이 적어 매우 아쉽다"고 말했다.
생략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421/00089523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