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기사/뉴스 단 한명 민원 탓에… ‘당일치기’ 된 수학여행
51,246 529
2026.05.18 11:12
51,246 529

2024년 9월 5일 전북의 한 초등학교. 5, 6학년들이 손꼽아 기다려 온, 1박 2일간의 수학여행이 시작되는 날이었다. 전교생이 45명인 학교에서 상급생이 한꺼번에 빠져나가자 교정은 조용했다. 오후 3시경, 적막을 깨고 교무실의 전화기가 울렸다.

 

“아이들이 목말라 죽겠다는데 물은 없고 거기 인솔자도 없다네요.” 5학년 학부모 김모 씨의 전화였다. 수학여행을 간 아이가 물을 못 마시고 있는데 돌봐주는 선생님도 없다는 것.

 

당시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 현장에는 교감과 담임 교사가 동행했고 학생들에겐 음료수도 나눠 준 상태였지만 김 씨는 항의를 멈추지 않았다. 수학여행에서 돌아온 뒤로도 김 씨의 문자메시지에 시달리던 담임 교사는 같은 달 30일 휴직했다.

 

그 후로 1년여간 학교는 조용할 날이 없었다. 예전에도 ‘오예스를 간식으로 나눠 주지 마라’ ‘수업 중 자세를 지적했다’ 등 여러 차례 항의했던 김 씨는 수학여행 이후 더 많은 민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새로 부임한 담임 교사 송모 씨(42)는 ‘아이를 째려봤다’는 등의 이유로 아동학대범으로 몰렸다가 오명을 벗었고, 이 과정에서 경찰이 학교로 여러 차례 출동해야 했다.

 

불안을 느낀 학부모들이 자녀를 전학 보내면서 전교생은 20여 명으로 반 토막 났다. 학교는 고심 끝에 수학여행을 올해부터 당일치기 현장 학습으로 대체하기로 했다.

 

학교 측은 표면상으론 안전을 이유로 들었지만, 송 교사는 “단 한 명의 민원 때문이라는 걸 누구나 알고 있다”고 했다. 1%도 안 되는 소수의 민원이 다수의 일상을 어떻게 바꿨는지, 615일간의 과정을 살펴봤다.

 

 

“아이들 목말라 죽겠다해” 등 줄민원… 2년간 담임 6번 바뀌어

 

[1% 민원에 휘둘리는 사회] 〈1〉 초등학교 ‘1박2일’ 수학여행 실종기
“불량식품 주지 마라” “수업중 째려봤다”
잇단 항의에 담임 수시로 교체… 학대 신고도
교권보호위 ‘교권 침해’ 인정했지만… 민원 학부모 전용 ‘교감 직통폰’ 생겨
교사 “경찰 자주 찾아와 수업에 차질”


● 오예스로 시작된 담임 교체

 

교사들이 기억하는 김 씨의 첫 번째 민원은 2024년 6월 20일, 과학 교사가 나눠준 오예스 때문이었다. 김 씨는 자녀의 담임 교사에게 전화해 따졌다. “학교에서 불량식품 안 먹여주셨으면 좋겠어요. 저희 집에서 (오예스는) 불량식품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금지하고 있어요.”

 

보름 뒤인 7월 2일에는 장문의 문자메시지가 날아왔다. 김 씨의 자녀가 반 친구와 다툼을 벌이자 담임 교사가 둘을 각각 불러 상담했는데, 이를 두고 “교사의 권한을 이용한 과도한 지적은 명예훼손이자 학대 의심 행위”라고 경고한 것. 이후 담임 교사는 정신적 스트레스와 우울감을 호소하며 병가를 냈고, 끝내 교단을 떠났다.

 

이후 55일 동안 교사 3명이 그 반을 거쳐 갔지만 누구도 한 달 이상 담임을 맡지는 못했다. 그중 한 교사가 아이에게 수업 중 자세를 지적한 것을 두고도 김 씨는 교감에게 전화해 항의했다. “자세가 살짝 흐트러지면 (교사가) 와서 등을 찌르고 가서 아기가 아프다네요. 그게 선생이 할 짓이에요? 미치지 않고서야.”

 

김 씨와 학교의 갈등은 다섯 번째 담임 교사가 부임한 9월, 수학여행에서도 반복됐다. 학교에 따르면 당시 아이들은 오전에 이미 음료를 나눠 받은 상태였다. 하지만 김 씨는 담임 교사가 휴직하기 전까지 ‘아이의 건강 상태에 대해 (전임자로부터) 인계받지 못했냐’ ‘누구 잘못인지 따져보자’ 등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해당 반 담임은 총 6번 바뀌었다.
 

hqLDNY

 

 

● ‘교권 침해’ 인정됐지만 처분 불응

 

갈등은 해가 바뀐 뒤에도 계속됐다. 김 씨는 새로 부임한 담임인 송모 교사를 직무유기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고 아동학대 의심 신고를 했다. 수업 중에 교사가 자녀를 째려 봤다는 등의 이유였다. 해당 교사는 입건되지 않고 사건은 종결 처리됐지만, 이 과정에서 김 씨 등의 신고로 학교에 경찰이 출동한 횟수만 8번에 달했다. 송 교사는 “하도 경찰이 자주 오다 보니 아이들이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고 창밖으로 누가 지나가면 두리번거리게 됐다”고 했다.

 

학교가 손을 놓고 있었던 건 아니었다. 관할 교육청은 피해 교사들의 요청에 따라 2024년 10월과 지난해 6월 두 차례 교권보호위원회(교보위)를 열었다. 교보위는 교사의 교육 활동을 침해한 학생과 학부모에 대한 조치를 심의하고 의결하는 기구로 사건과 무관한 교사와 학부모, 변호사, 경찰 등이 위원으로 참여한다. 교보위는 김 씨의 교권 침해가 인정된다며 그에게 특별 교육 30시간과 심리치료 15회를 이수하라고 통보했다.

 

특별한 사유 없이 교보위의 처분에 불응하면 최고 300만 원의 과태료를 물 수 있지만, 김 씨는 특별 교육과 치료를 모두 받지 않았다. 관할 교육지원청이 실시한 상담 프로그램에도 교사들만 참여했다. 여기에 참여한 한 교사는 “이 프로그램을 교사만 받으면 무슨 소용이 있나 싶었다”고 했다.

 

2024년 12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전북지부는 김 씨를 담임 교사에 대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지만, 교사 본인의 요청에 따라 이를 취하했다. 해당 교사는 ‘교육청이 직접 나서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며 취하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내용들이 알려지자 최교진 교육부 장관이 학교를 찾아 현장 의견을 듣기도 했다. 최 장관은 “너무 늦게 와서 미안하다”며 “중대 교권 침해와 악성 민원에 엄정하게 대응하기 위해 관할청 고발과 학교장 처분 권한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20/0003720238

목록 스크랩 (0)
댓글 529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올여름 웃음 차트 올킬! <와일드 씽> 웃음 차트인 시사회 초대 이벤트 398 05.15 36,162
공지 [공지] 언금 공지 해제 24.12.06 5,185,626
공지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24.04.09 12,437,520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13,147,610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 정치글은 정치 카테고리에] 20.04.29 35,742,084
공지 정치 [스퀘어게시판 정치 카테고리 추가 및 정치 제외 기능 추가] 25.07.22 1,119,718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85 21.08.23 8,573,765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71 20.09.29 7,484,443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623 20.05.17 8,691,317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4021 20.04.30 8,584,502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9. 스퀘어 저격판 사용 금지(무통보 차단임)] 1236 18.08.31 14,540,714
모든 공지 확인하기()
3070980 이슈 놀랍게도 실존하는 정당 16:42 87
3070979 이슈 직관적이면서 무서운 한국 살충제 이름들 1 16:41 195
3070978 유머 7년만에 나오게 된 나영석 사단 컨텐츠 1 16:40 680
3070977 이슈 한국식 시위 응원봉이 일본에도 그대로 전파, 일본반응 3 16:40 485
3070976 이슈 역사왜곡 논란 <대군부인> 내일 팝업 오픈 앞두고 사과문 올린 아이유, 변우석 7 16:40 422
3070975 정보 이때싶 식민사관에 대해 알아보자 16:40 86
3070974 이슈 오늘 오후 6시 컴백하는 있지(ITZY) 'MOTTO' KBS 심의에 나온 뮤비 내용 16:40 100
3070973 이슈 21세기 대군부인으로 예능 출연 예정인데 아무 말도 없는 배우.jpg 3 16:40 753
3070972 유머 양봉업하는 가족이 반려견을 지키는 방법 ㅋㅋㅋ 2 16:40 196
3070971 기사/뉴스 “팔려고 찍냐고 욕해도”…홍현희, ‘팔이피플’ 오명에 해명 2 16:39 460
3070970 유머 1살반 애기손님의 마음을 영원히 모를 카페사장 4 16:37 781
3070969 이슈 프랑스 언론 "삼성전자, 시총 1조달러 클럽 가입" 해외 반응 3 16:37 495
3070968 유머 손주 멕일 반찬 사러 오신 할머니 10 16:37 959
3070967 이슈 하이브-아일릿 렉카소송 패소한 판결문 뜸 52 16:36 1,626
3070966 이슈 남규리 근황 . jpg 11 16:35 1,166
3070965 유머 왕홍 메이크업 받고 놀다가 새벽에 4만원 뜯긴 유튜버 17 16:34 2,583
3070964 이슈 35kg 빼고 1년 만에 단골 카페에 갔더니 사장님이 22 16:34 1,905
3070963 이슈 하도 임지연 딕션딕션하길래 들어봤더니 7 16:33 1,059
3070962 기사/뉴스 트럼프 시진핑과 정상회담 태도에 외신 평가 긍정적, "중국 국력 고려해 실용주의 선택" 16:33 66
3070961 기사/뉴스 [단독] “그 돈이면 독립영화 5~7편인데”...영진위, 100억 이상 영화 ‘추경 지원’ 반발 16:32 3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