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이슈 소설가 50인 & 평론가 이동진이 뽑은 2025 올해의 소설, 김애란 『안녕이라 그랬어』
2,416 18
2026.05.17 22:29
2,416 18
CWHSnR


'2025 소설가 50인이 뽑은 올해의 소설' 추천 대상은 2024년11월부터 2025년 10월까지 출간된 소설로, 국내외, 장르는 구분하지 않았다. 올해 총 95권의 작품이 추천 목록에 올랐으며, 그 중 김애란의 『안녕이라 그랬어』가 가장 많은 추천을 받아 1위를 차지했다.


김애란 작가는 2017년 소설집 『바깥은 여름』 그리고 2024년 장편소설 『이중 하나는 거짓말』로 그 해 ‘소설가 50인이 뽑은 올해의 소설’1위에 오른데 이어, 2025년에 다시 한번 1위에 올라 독자들과 동료 작가들 모두에게 신뢰와 지지를 받는 한국 문학의 대표주자임을 증명했다. 8년만의 소설집인 『안녕이라 그랬어』는 공간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갈등과 딜레마들을 한층 성숙한 문학 언어로 그려내고 있다. 


+


DfbQBG

-


홈 파티 007
숲속 작은 집 045
좋은 이웃 097
이물감 143
레몬케이크 189
안녕이라 그랬어 217
빗방울처럼 257



살면서 어떤 긴장은 이겨내야만 하고, 어떤 연기는 꼭 끝까지 무사히 마친 뒤 무대에서 내려와야 한다는 걸, 그건 세상의 인정이나 사랑과 상관없는, 가식이나 예의와도 무관한, 말 그대로 실존의 영역임을 알았다.(「홈 파티」, 39~40쪽)


실제론 내게 별 관심 없는 이들에게 내 인생을 매번 설명하고 싶지 않았다. 사람들에게는 그저 삶의 활력소처럼 가볍게 비난하고 싶은 대상이 필요한 것뿐이라고, 삶의 권태를 어느 정도 그렇게 견디는 것뿐이라고 여기려 애썼다. 자기 방의 벽지를 바꿀 수 없을 땐 남의 집 현관이 더럽다고 생각하면 많은 위안이 되니까. 그게 남 뒷얘기 하는 이들 못지않게 속물적인 태도란 걸 알면서도 그랬다.(「숲속 작은 집」, 78쪽) 

한두 번 겪은 일도 아닌데, 나조차 그런 식으로 누군가의 공간을 침범한 적이 있는데, 그걸 보자 지난 시간 우리가 겪은 과정이, 그 모든 노출과 공개가 부당하고 지리멸렬하게 느껴졌다. 대여 혹은 매매 의사만 있으면 누구든 실거주자 집에 들어와 모든 걸 살펴볼 수 있다는 게.(「좋은 이웃」, 108쪽)


물론 나이들어 좋은 점도 있었다. 젊은 시절 여기저기 빵가루처럼 지저분하게 흘리고 다닌 말과 마음들, 담백하지 못한 처신들, 쉽게 흥분하거나 화를 낸 뒤 엄습한 부끄러움 같은 건 이제 많이 줄었으니까. 경험이 많다는 건 ‘경험을 해석했던 경험’이 많다는 뜻이기도 하니까. 그런데 냄새는, 헛구역질이나 트림은 ‘해석’이나 ‘의지’로 잘 막아지지가 않았다. 문제는 이제 겨우 시작이라는 거였다. 기태는 자신이 늙음에 대해 아는 것이 하나도 없음을, 안다 믿었던 것조차 실은 아는 게 아니었음을 새삼 실감했다.(「이물감」, 175~176쪽) 

고통이 나를 압도할 때 나는 일부러 집밖으로 나가 수백 년 된 나무들 사이를 걷는다. 갓 걸음마를 뗀 아기가 엄마 아빠의 가랑이 사이를 통과하듯 키 큰 나무들이 줄지어 늘어선 공원을 지나간다. 마치 거길 다 통과하면 내가 더 자라나기라도 할 것처럼. 그런 뒤 집으로 돌아와 세상에 고통을 해결해주는 자연 따위는 없음을 깨닫는다. 그러곤 이미 아는 걸 한번 더 깨달으려 다음날 다시 같은 장소로 나간다. 내 고통에 무심한 자연 앞에서 이상하게 안도한다.(「레몬케이크」, 204쪽)


그런 일은 ‘그냥’ 일어난다. 그리고 이번에는 그저 내 차례가 된 것뿐이었다. 그런데도 우리는 왜 그 앞에서 매번 깜짝 놀라는 표정을 지을까? 마치 살면서 이별이라고는 전혀 겪어본 적 없는 사람들처럼.(「안녕이라 그랬어」, 250쪽)


둘은 이 상황을 어떻게든 돌파해보려 애썼다. 그 과정에서 두 사람이 가장 많이 한 일은 무언가를 ‘기다리는’ 거였다. 더불어 두 사람은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 중 하나가 무언가를 기약 없이 기다리는 일임을 알게 되었다.(「빗방울처럼」, 271쪽)



목록 스크랩 (0)
댓글 18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도브X더쿠💙 [도브ㅣ미피] 귀여움 가득 한정판 바디케어 체험단 (바디워시+스크럽) (50명) 475 00:05 11,296
공지 [공지] 언금 공지 해제 24.12.06 5,185,626
공지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24.04.09 12,437,520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13,147,610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 정치글은 정치 카테고리에] 20.04.29 35,742,084
공지 정치 [스퀘어게시판 정치 카테고리 추가 및 정치 제외 기능 추가] 25.07.22 1,119,718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85 21.08.23 8,573,765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71 20.09.29 7,484,443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623 20.05.17 8,691,317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4021 20.04.30 8,584,502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9. 스퀘어 저격판 사용 금지(무통보 차단임)] 1236 18.08.31 14,540,714
모든 공지 확인하기()
3070916 이슈 SBS에서 첫 방한다는 스님이 메인 주인공이라는 예능 15:53 73
3070915 유머 그럼 당신이 날 기억해요 15:53 42
3070914 이슈 [KBO] ⚾️두산베어스 X 쿵야레스토랑즈🧅 COMING SOON 2 15:50 398
3070913 기사/뉴스 5.18 질문에 송언석 "광주, 어떤 상황 생길지...더러워서 안가" 30 15:50 819
3070912 이슈 캡컷(편집어플) 과금했으니까 원금 뽑으려고 1개월 치 이펙트 다 써버림🎶 5 15:48 748
3070911 유머 충칭 오토바이 체험 틱톡 영상 찍은 엔시티 텐 7 15:46 693
3070910 유머 새 앨범(13집) 발매 스포인가 싶은 테일러 스위프트 귀걸이 3 15:46 478
3070909 기사/뉴스 코스피, 장 초반 '출렁'하다 상승전환…7,500선 마감 1 15:46 314
3070908 이슈 마이클 잭슨 팬들이 오프라 윈프리를 극혐하는 이유..jpg 13 15:45 1,610
3070907 정치 박순찬의 만화시사 서울시 편 3 15:45 283
3070906 이슈 지금봐도 대단한 대군부인 사태의 예언자 55 15:44 4,021
3070905 이슈 개찢은 과탑 다음으로 발표해야하는 나보는 것 같애서 가슴이 아픔 1 15:43 459
3070904 기사/뉴스 [단독] 이하늘 음식점 또 경찰 출동…이하늘 "협조 차원 방문이라 생각" 4 15:42 1,247
3070903 이슈 신곡 See Ya - stay mv 15:41 66
3070902 기사/뉴스 “20·30 씨가 말랐다” 장동민, 정작 본인 회사는 ‘경력만 채용’ 27 15:39 1,420
3070901 이슈 대군부인 작가만 아주 조용한 현재 상황 270 15:37 14,556
3070900 기사/뉴스 女축구 공동응원단 "'북한팀 응원' 아닌 남북 모두 응원하는 것" 12 15:35 540
3070899 이슈 기아 팬들이 사랑하는 김도영이 사랑 받는 이유 중 하나 34 15:34 1,938
3070898 기사/뉴스 [단독] “JTBC 잠잠해졌는데 또 달려든다”...'다현이 학대' 뭉갠 양주시, 국회 자료제출 거부 1 15:32 779
3070897 기사/뉴스 "천세" 중국 제후국 자처한 '21세기 대군부인', 칸 출품 소식에 "나라 망신" 비난 쇄도 47 15:31 1,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