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이슈 소설가 50인 & 평론가 이동진이 뽑은 2025 올해의 소설, 김애란 『안녕이라 그랬어』
2,183 18
2026.05.17 22:29
2,183 18
CWHSnR


'2025 소설가 50인이 뽑은 올해의 소설' 추천 대상은 2024년11월부터 2025년 10월까지 출간된 소설로, 국내외, 장르는 구분하지 않았다. 올해 총 95권의 작품이 추천 목록에 올랐으며, 그 중 김애란의 『안녕이라 그랬어』가 가장 많은 추천을 받아 1위를 차지했다.


김애란 작가는 2017년 소설집 『바깥은 여름』 그리고 2024년 장편소설 『이중 하나는 거짓말』로 그 해 ‘소설가 50인이 뽑은 올해의 소설’1위에 오른데 이어, 2025년에 다시 한번 1위에 올라 독자들과 동료 작가들 모두에게 신뢰와 지지를 받는 한국 문학의 대표주자임을 증명했다. 8년만의 소설집인 『안녕이라 그랬어』는 공간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갈등과 딜레마들을 한층 성숙한 문학 언어로 그려내고 있다. 


+


DfbQBG

-


홈 파티 007
숲속 작은 집 045
좋은 이웃 097
이물감 143
레몬케이크 189
안녕이라 그랬어 217
빗방울처럼 257



살면서 어떤 긴장은 이겨내야만 하고, 어떤 연기는 꼭 끝까지 무사히 마친 뒤 무대에서 내려와야 한다는 걸, 그건 세상의 인정이나 사랑과 상관없는, 가식이나 예의와도 무관한, 말 그대로 실존의 영역임을 알았다.(「홈 파티」, 39~40쪽)


실제론 내게 별 관심 없는 이들에게 내 인생을 매번 설명하고 싶지 않았다. 사람들에게는 그저 삶의 활력소처럼 가볍게 비난하고 싶은 대상이 필요한 것뿐이라고, 삶의 권태를 어느 정도 그렇게 견디는 것뿐이라고 여기려 애썼다. 자기 방의 벽지를 바꿀 수 없을 땐 남의 집 현관이 더럽다고 생각하면 많은 위안이 되니까. 그게 남 뒷얘기 하는 이들 못지않게 속물적인 태도란 걸 알면서도 그랬다.(「숲속 작은 집」, 78쪽) 

한두 번 겪은 일도 아닌데, 나조차 그런 식으로 누군가의 공간을 침범한 적이 있는데, 그걸 보자 지난 시간 우리가 겪은 과정이, 그 모든 노출과 공개가 부당하고 지리멸렬하게 느껴졌다. 대여 혹은 매매 의사만 있으면 누구든 실거주자 집에 들어와 모든 걸 살펴볼 수 있다는 게.(「좋은 이웃」, 108쪽)


물론 나이들어 좋은 점도 있었다. 젊은 시절 여기저기 빵가루처럼 지저분하게 흘리고 다닌 말과 마음들, 담백하지 못한 처신들, 쉽게 흥분하거나 화를 낸 뒤 엄습한 부끄러움 같은 건 이제 많이 줄었으니까. 경험이 많다는 건 ‘경험을 해석했던 경험’이 많다는 뜻이기도 하니까. 그런데 냄새는, 헛구역질이나 트림은 ‘해석’이나 ‘의지’로 잘 막아지지가 않았다. 문제는 이제 겨우 시작이라는 거였다. 기태는 자신이 늙음에 대해 아는 것이 하나도 없음을, 안다 믿었던 것조차 실은 아는 게 아니었음을 새삼 실감했다.(「이물감」, 175~176쪽) 

고통이 나를 압도할 때 나는 일부러 집밖으로 나가 수백 년 된 나무들 사이를 걷는다. 갓 걸음마를 뗀 아기가 엄마 아빠의 가랑이 사이를 통과하듯 키 큰 나무들이 줄지어 늘어선 공원을 지나간다. 마치 거길 다 통과하면 내가 더 자라나기라도 할 것처럼. 그런 뒤 집으로 돌아와 세상에 고통을 해결해주는 자연 따위는 없음을 깨닫는다. 그러곤 이미 아는 걸 한번 더 깨달으려 다음날 다시 같은 장소로 나간다. 내 고통에 무심한 자연 앞에서 이상하게 안도한다.(「레몬케이크」, 204쪽)


그런 일은 ‘그냥’ 일어난다. 그리고 이번에는 그저 내 차례가 된 것뿐이었다. 그런데도 우리는 왜 그 앞에서 매번 깜짝 놀라는 표정을 지을까? 마치 살면서 이별이라고는 전혀 겪어본 적 없는 사람들처럼.(「안녕이라 그랬어」, 250쪽)


둘은 이 상황을 어떻게든 돌파해보려 애썼다. 그 과정에서 두 사람이 가장 많이 한 일은 무언가를 ‘기다리는’ 거였다. 더불어 두 사람은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 중 하나가 무언가를 기약 없이 기다리는 일임을 알게 되었다.(「빗방울처럼」, 271쪽)



목록 스크랩 (0)
댓글 18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더쿠X려💚 칙칙 뿌리면 뽕긋 살아나는 뿌리볼륨🌿 려 루트젠 뿌리볼류머 체험단 모집 102 00:05 1,410
공지 [공지] 언금 공지 해제 24.12.06 5,184,438
공지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24.04.09 12,434,076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13,146,344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 정치글은 정치 카테고리에] 20.04.29 35,737,467
공지 정치 [스퀘어게시판 정치 카테고리 추가 및 정치 제외 기능 추가] 25.07.22 1,118,965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85 21.08.23 8,573,765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70 20.09.29 7,484,443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623 20.05.17 8,691,317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4021 20.04.30 8,584,502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9. 스퀘어 저격판 사용 금지(무통보 차단임)] 1236 18.08.31 14,539,356
모든 공지 확인하기()
3070379 이슈 HUMAN vs Machine 02:41 8
3070378 팁/유용/추천 원덬이가 요즘 보는 신기한 유튜브 채널 02:39 130
3070377 이슈 원더풀스에서 연기 개웃긴 학씨아저씨 02:38 67
3070376 이슈 크리스탈 새 싱글에 궈궈·오혁 세션 참여…마스 발굴 프로듀서 제작 02:37 58
3070375 유머 (안무서움)닭을 키우면 귀신을 쫒을수있다는 부모님 6 02:25 486
3070374 유머 "꼬리 흔들지마. 털 날려" 7 02:13 1,186
3070373 이슈 세계? 유일의 2만명 입장 가능한 노래방 1 02:08 831
3070372 이슈 이렇게 귀엽게 능력 발동시키는 초능력자 본 적 있나요 1 02:03 751
3070371 유머 시켜줘 맛잔디 명예소방관 14 02:00 1,387
3070370 이슈 초대형 SUV 타호의 역대급 주차장 지옥 탈출기 (안양 종로빈대떡) 3 02:00 660
3070369 이슈 수화기를 좀 팍 내려놓는 맛이 있어야 되는데, 핸드폰은 그 맛이 없어 4 01:57 1,512
3070368 이슈 멋진신세계 3화 엔딩에 나타나 깔아봄 9 01:55 1,028
3070367 이슈 1990년대 신도림역 출근길 4 01:52 866
3070366 유머 즉흥인데도 화음 자연스럽게 맞는 조권 이창섭.jpg 1 01:50 428
3070365 이슈 케이팝은 백제에서 왔어? 신라에서 왔어? 고려에서 왔어? 36 01:50 2,275
3070364 이슈 외길장군 난리 날 것 같은, 노래 부르는 김고은 10 01:47 1,521
3070363 유머 메인 예고편 뜬 BL웹툰 원작의 <원룸조교님>애니 2 01:47 874
3070362 이슈 토호쿠대학 약학부를 졸업한 후, 대학 연구소에서 근무. 28세에 결혼 퇴직하여 전업주부가 되고 4명의 아이를 키움. 50을 넘어서 약학의 앞날을 보고 싶어 의학부를 목표로 함. 4년 연속 불합격이었으나, 이것이 마지막이라며 도전한 5번째에서 훌륭히 합격. 그리고 의사가 됨. 75세부터 시작한 스키도 숙달 중이며, 최근 탁구 교실에도 다니기 시작. 존경. 15 01:44 2,222
3070361 정보 도널드 트럼프를 죽이려고 했던 락스타 11 01:43 1,565
3070360 이슈 6년전 오늘 발매된,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세계가 불타버린 밤, 우린... (Can't You See Me?)" 1 01:43 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