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여자축구팀 내고향여자축구단이 17일 인천공항을 통해 한국을 찾았다. 북한 스포츠 선수가 한국을 방문한 건 2018년 12월 국제탁구연맹(ITTF) 월드투어 그랜드파이널스 이후 8년 만이다. 여자 축구 종목으로 한정하면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이후 12년 만이다.
선수단 23명, 코칭스태프 12명 등 총 35명 규모의 내고향축구단은 이날 중국 베이징에서 출발해 오후 2시 54분께 인천공항 우측 끝 입국장을 통해 모습을 드러냈다. 이들이 떠나는 과정은 마치 007 작전 같았다. 검정색 계열의 단복을 입은 선수단은 마치 예행연습이라도 한 듯 80초 만에 일사불란하게 입국장을 빠져나갔다.
현장에서 인천이북실향민도움회, 인천함북도민회 등 실향민 단체와 자주통일평화연대를 비롯한 시민단체가 내고향여자축구단을 환영하는 현수막을 내걸며 환영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선수와 관계자들은 일절 반응 없이 시종일관 굳은 표정으로 정면만 응시하며 걸었다.
선수단이 입국장을 통과해 미리 대기 중이던 버스를 타고 공항을 벗어나기까지 채 3분이 걸리지 않았다. 다만 차분한 단복과 달리, 선수들은 핑크, 민트 등 화사한 색의 캐리어를 끌어 눈길을 끌었다. 이날 공항엔 국내외 취재진이 대거 몰리며 뜨거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50여명의 경찰 병력이 현장 상황을 통제했다.

내고향여자축구단은 오는 20∼23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리는 2025~26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 4강 토너먼트 출전한다. 이번 대회를 위해 지난 12일 오전 고려항공편으로 평양을 떠나 중국 베이징에 도착했다. 현지 북한대사관 인근에서 훈련하다가 이날 중국국제항공편으로 한국에 들어왔다. 내고향여자축구단은 수원의 한 호텔에서 머물며 대회를 치른다.
숙소에 짐을 푼 선수들은 곧바로 수원의 한 야외 축구경기장으로 이동해 비공개 훈련을 소화했다. 운동복으로 갈아입은 선수 일부는 숙소에 도착했을 때보다 다소 긴장이 풀린 듯 옅은 미소를 띠며 편안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훈련장을 둘러싼 울타리에는 내부를 들여다볼 수 없도록 약 2m50㎝ 높이의 가림천이 설치됐다. 경찰 병력이 주변을 순찰하며 외부인의 접근을 차단했다. 선수들은 이후 숙소로 복귀에 호텔 내부 식당에서 저녁 식사했다.

오는 20일 오후 2시 멜버른 시티 FC(호주)와 도쿄 베르디(일본)가 맞붙고, 같은 날 오후 7시에 수원FC 위민과 내고향여자축구단이 남북 클럽 대결을 펼친다. 이번 남북 여자 축구 경기는 지난 12일 예매 시작 후 약 12시간 만에 7087석이 모두 매진돼 축구를 넘어 남북 교류 재개 가능성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입증했다. 준결승전 승자는 23일 오후 2시 같은 구장에서 우승 트로피를 두고 마지막 승부를 벌인다. 우승 상금은 100만 달러(약 14억7000만원)다.
중앙일보 피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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