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세기 대군부인'이 12부작의 막을 내렸다. 하지만 종영과 맞물려 치명적인 역사왜곡 의혹이 확산되며 불명예 속 퇴장을 맞게 됐다.
그간 '21세기 대군부인'은 다소 허술한 개연성과 설정으로 일부 시청자들의 불만을 사왔다. 21세기 대한민국이 입헌군주제가 된 배경 자체가 당위성이 부족하다는 지적과 함께 일각에서는 "대한민국이 전범국이 된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나왔다. 드라마 속에서 차용한 신분제 등이 조선보다는 현재의 일본 왕실과 닮아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실제 조선왕실에서 왕을 낳은 대비의 지위는 대군보다 높다. 하지만 대비인 윤이랑(공승연 분)이 있음에도 어린 왕 이윤(김은호 분)의 섭정을 이안 대군이 하고 있다는 점은 물론, 윤이랑이 이안대군 앞에 무릎꿇고 애원하는 장면은 조선왕조에 뿌리를 두고 있는 대한민국의 입헌군주제라면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지적이다.
이런 가운데 11회 방영 후에는 동북공정 논란까지 확산됐다. 이안 대군의 즉위식에서 자주독립국의 상징인 ‘만세’가 아닌 제후국이 황제국에 예속되었을 때 사용하는 '천세'를 외쳤다는 점, 자주국의 황제(왕)가 12줄의 보석 줄이 달린 '십이면류관'을 쓰는 반면 이안대군이 황제의 신하인 제후를 의미하는 '구류면관'을 착용했다는 점 등이 문제가 된 것.

앞서 고종은 1897년 황제국을 선포하며 국호를 '대한제국'으로 바꾸고 스스로 황제로 즉위했다. 비록 '21세기 대군부인'은 정조 이후 문효세자가 즉위하면서부터 갈라진 평행세계라는 점에서 현실과 차이가 있지만, 당초 자주독립국이라면 대한제국이 그랬듯 '왕'이 아닌 '황제'라는 호칭을 사용하는 것이 적절하다. 하지만 '21세기 대군부인'은 호칭에서부터 이미 한국이 중국의 통치를 받는 제후국을 전제로 한다. 조선시대 설정을 어설프게 가져온 데서 온 치명적인 오류인 셈이다.
이에 누리꾼들은 대한민국이 스스로 제후국을 자처하는 듯한 묘사가 자칫 한국의 역사가 타국의 속국인것처럼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더군다나 성희주가 중국식 다도법을 따른 점, 한복 입기를 거부하는 점 등에 대해서는 의도적으로 한국의 역사를 깎아내리기 위한것이 아니냐는 반응까지 나왔다.논란이 확산되자 결국 '21세기 대군부인' 측은 공식입장을 내고 사과의 뜻을 전했다. 제작진 측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애정을 갖고 드라마를 지켜봐 주신 많은 분께 세계관 설정과 역사적 고증 이슈로 심려를 끼쳐 드린 점 진심으로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며 "제작진이 조선의 예법이 역사 속에서 어떻게 변화했는지 세심하게 살피지 못해 발생한 사안"이라고 사과했다.
이와 함께 16일 오후 전파를 탄 11회 재방송에서는 "천세"를 외치는 오디오가 지워졌다. 또한 출간을 앞둔 '21세기 대군부인' 대본집 역시 일부 표현이 수정될 예정이다. 출판사 오팬하우스는 16일 공지를 올리고 "드라마 '21세기 대군부인' 관련하여 오늘 제작진 측에서 공식 발표, 수정을 예고한 일부 의례 표현과 관련하여 제작진 측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출판사는 해당 사안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초판 예약 구매 독자분들께 별도 안내문을 제공하고 이후 제작분에는 해당 표현을 수정·반영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후속 조치에도 여론은 여전히 싸늘했다. 이미 전반적인 설정부터 오류가 있으며 글로벌 OTT를 통해 송출된 만큼 "천세"라는 표현 하나만 수정한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것. 일각에서 "폐기하라"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결국 '21세기 대군부인'은 300억원의 막대한 제작비와 화려한 캐스팅 라인업에 힘입어 시청률 두 자릿수와 디즈니+에서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시청된 한국 시리즈' 기록을 세우는 등 흥행에 성공했지만, 그 이면에는 '역사왜곡'과 '동북공정'이라는 뼈아픈 꼬리표를 달며 씁쓸한 퇴장을 맞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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