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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누가 책임지나" 공포에…소풍도 수학여행도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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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5.15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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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나'라는 속담이 화제다. 학교에서의 현장체험학습 실종을 걱정한 이재명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 때문이다. 교육부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법석을 떨고 있지만 교육 현장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교사가 일부 학부모의 악성 민원과 고소·고발에 따른 법적 책임을 짊어져야 하는 현실에서 현장체험학습은 어렵다는 것이 교사들의 일반적 인식이다. 교사에 대한 강력한 면책권을 보장하지 못하면 백약(百藥)이 무효라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실질적인 면책권을 요구하는 것은 교사만이 아니다. 국민 생명과 건강을 책임지고 있는 의사도 의료 현장에서 악성 환자들의 무분별한 민원과 고소·고발로부터의 확실한 면책권을 요구하고 있다. 현대 의학에 대한 최소한의 상식도 갖추지 못한 문과 출신 중심의 사법부도 믿을 수 없다는 것이 의사들의 입장이다. 국회가 '교통사고처리법' 수준으로 만들어놓은 '의료분쟁조정법'이 지역·응급·필수 의료 붕괴를 해결해 줄 것이라고 기대할 수도 없다. 어설픈 의료분쟁조정법이 무너지고 있는 의료 현장의 붕괴를 더욱 가속화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교권 붕괴의 현실

현장체험학습에 대한 교사들의 거부감은 심각하다. 한국교총이 지난해 1만1320명의 교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학교 현장체험학습 사고에 따른 학부모 민원, 고소·고발이 걱정된다'는 답변이 93.4%였고, 실제로 학부모의 민원이나 고소·고발을 겪거나 목격했다는 교사가 31.9%나 됐다. 학교와 교사에 대한 민원이 21만건이나 된다는 주장도 있다. 심지어 절반이 넘는 50.2%의 교사는 현장체험학습을 '폐지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체험학습의 실종은 단순히 안전요원의 보강이나 자원봉사자의 협조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다.

오늘날 공교육 현장에서는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관심을 보인 현장체험학습만 사라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아름다운 '추억'으로 기억하는 소풍과 수학여행도 사라졌고, 학교 운동장에서 실시하는 운동회도 사라지고 있다. 인근 주민들의 극성스러운 민원 때문이다. 심지어 운동장에서 축구·야구를 금지하는 초등학교도 있다. 전국 초등학교 6189곳 중 스포츠 활동을 금지한 학교가 무려 312곳이나 된다. 부산(105곳)과 서울(101곳)을 비롯한 대도시와 수도권을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는 안타까운 일이다.

안전사고나 소음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 교권을 상실한 교사에게는 학생의 '경쟁'과 '차별'로 오해받을 수 있는 활동도 금기사항이다. 학습에 뒤처지는 학생에 대한 차별은 물론이고 잘하는 학생에 대한 칭찬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칭찬을 받지 못한 아이들이 주눅드는 상황을 걱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교권'이 사라져버린 우리 사회에서 '교직'은 '극한직업'으로 전락하고 있다. 정년을 맞이하기 전에 학교를 떠나는 '중도 퇴직 교사'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2020년 6704명이었던 중도 퇴직 교사가 2024년 7988명으로 19.1%나 늘었다. 특히 교직 경력 5년 이내의 젊은 교사의 퇴직이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다. 2020년 290명에서 2025년에는 385명으로 32.8%나 증가했다. 교대와 사범대에 관한 관심도 위험한 수준으로 줄어들고 있다.

관료주의적 악마화의 후유증

공교육의 붕괴는 '민주화'를 앞세운 정치 바람으로 시작됐다. 정치권 출신 교육부 장관과 이념에만 매달리는 교육감들이 힘을 합쳤다. 김대중 정부 초대 교육부 장관을 지낸 이해찬 전 국무총리는 '무엇이든 하나만 잘하면 된다'는 해괴망측한 억지로 교육 현장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버렸다.

교육부가 공교육의 비효율을 극복한다는 핑계로 선택한 개혁의 대상이 바로 힘없는 '교사'였다. 교사들에게 '촌지·폭력·비리'의 꼬리표를 붙이는 본격적인 '악마화'가 시작된 것이다. 교사는 학부모로부터 촌지를 챙기고 학생들에게 혹독한 매질을 서슴지 않는 비윤리적인 집단으로 내몰렸다. 교사는 더 이상 존경해야 할 '선생님'이 아니라 학생·학부모가 함께 경멸할 수밖에 없는 '악마'가 돼버렸다.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이유로 시작된 지방자치도 교실 붕괴를 가속하는 요인이었다. 광역지자체의 교육을 틀어쥔 교육감들이 경쟁적으로 학생의 '인권'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교사의 '교권'이 학생의 '인권'에 속절없이 밀려나게 된 것이다. 교사의 정당한 교육 활동이 학생의 인권을 무시한 '정서적 학대행위'로 매도됐다. 오늘날 공교육 현장의 교사는 누구나 잠재적 '아동학대범'이다. 의심스럽다는 신고만으로도 교사의 직위가 해제되고, 치욕적인 누명과 오명을 벗기 위한 노력과 비용은 온전히 교사의 몫이다.

의료계의 현실도 크게 다르지 않다. 보건 행정에 대한 정부의 전문성이 턱없이 부족했던 것이 문제의 시작이었다. 전국민 의료보험, 의약분업, 의학전문대학원 등의 굵직한 의료 개혁을 무작정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실질적으로 의료 현장을 책임지고 있는 의사들의 목소리는 뒷전으로 밀려났다. 의료 현장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가진 '의료관리학' 전문가들이 정부의 의료 행정을 장악하면서 상황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총선 승리를 위해 의대 입학정원 2000명 증원을 밀어붙였던 지난 정부의 의사 악마화도 도를 넘어섰다.

교육과 의료 현장에 대한 이해가 턱없이 부족한 사법부의 어설프고 섣부른 판결도 교권·진료권 붕괴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교육이나 진료·수술은 국회가 정해놓은 '법률'에 따라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교육 전문가인 교사와 의료 전문가인 의사의 '판단'을 오로지 법률 상식만으로 재단(裁斷)할 수도 없다.

교육·의료 현장에서 일어난 '사고'는 모두 교사·의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은 정상적인 교육·의료에 족쇄를 채우는 일이다. 의사가 환자에게 실시한 '의료행위로 인하여 환자의 생명·신체·재산에 피해가 발생한 경우'를 모두 '의료사고'로 정의한 의료분쟁조정법의 정의는 지나치게 느슨하다.

학부모와 환자의 확실한 인식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 "환자가 사망했으면 의사가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수준의 어설픈 인식은 봉건주의 시대의 왕실에서나 볼 수 있었던 낡은 것이다. 교육과 의료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한 학생·환자의 '알권리'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의사의 전문적인 설명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환자는 실제로 그렇게 많지 않다는 뜻이다.

공교육과 지역·응급·필수 의료를 되살리는 일은 가정교육과 사회교육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학교의 주된 임무는 '지식(知識)' 교육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과 현대 의학에도 분명한 한계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공동체 생활을 통한 인성(人性) 교육도 사실은 부수적인 것일 수밖에 없다. 점심에만 제공되는 학교급식만으로는 아동의 정상적인 발육이 불가능하고, 가정에서의 아침·저녁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한다.


https://weekly.chosun.com/news/articleView.html?idxno=515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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