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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혜선 VS 임지연, '보는 재미' 보장하는 '믿보배' 여왕들 [탑티어]

무명의 더쿠 | 14:49 | 조회 수 464

 

 

 

신혜선 임지연, 정상의 두 배우의 연기는 확실히 '보는 재미'가 있다. 

두 주인공은 최근 각 tvN '은밀한 감사'와 SBS '멋진 신세계'로 다시 한 번 시청자들의 눈도장을 받고 있다. 지난달 25일 시작된 '은밀한 감사'는 1회 시청률 4.4%로 출발해 2회에서 6.3%로 훌쩍 뛰었고, 6회까지 9.4%로 솟으며 두 자릿수 시청률을 넘보고 있다. '멋진 신세계'도 첫 회 4.1%에서 2회 5.4%로 상승세다. 시청자들이 초반부터 두 주인공의 매력에 푹 빠졌다는 의미다.

 


 

 

 

#'은밀한 감사' 신혜선 

'은밀한 감사'는 비밀을 가진 주인아(신혜선) 감사실장과 감사실 에이스 노기준(공명) 대리의 로맨틱 멜로물이다. 기본적으론 오피스물의 형식인데, 사내 불륜을 적발하는 이야기가 매회 스릴러처럼 펼쳐지고, 직장생활의 애환이 위트 있게 버무려진다. 로맨스와 스릴러, 코미디 사이를 오가며 시청자들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한다.

그 중심에는 신혜선이 있다. 우선 첫 등장 신만으로도 카리스마가 넘친다. 신임 감사실장으로 부임한 주인아. 긴 생머리, 검은색 정장바지에 흰색 블라우스 패션, 한 손엔 아이패드, 다른 한 손엔 재킷과 가방. 또각또각 구두 발자국 소리를 내며 사무실로 향하자, 직원들의 일대 소동이 벌어진다. "주인아 떴다" "현장 비상" "엘리베이터 몇층에서 내리나" 같은 다소 과장된 리액션이 난무한다. 그만큼 그녀는 무시무시한 존재다. 같이 일하기 부담스러운 상사다. 마치 배우 이정재가 영화 '관상'에서 큰 칼을 어깨에 걸친 채 등장했던 '후덜덜'한 장면을 연상시킨다고나 할까. 

14층 감사실에 부임하자, 사무실 분위기는 순간 얼음. 주인아는 "음 뭐야 왜 이렇게 칙칙해요 분위기가? 노래라도 한 곡 땡길까요?"라며 너스레를 떤다. 처음부터 보통 단수가 아니다.
그리고는 곧바로 시청자들이 기다렸던 카리스마를 폭발시킨다. 친정기업 감사를 5년간 해온 부하 차장에게 이제 그만 손떼라고 하고, 차장이 말대꾸를 하며 웃자, "웃어?" "가지 말라면 안 가시면 됩니다" "왜 따따부따 토를 달지?"하면서 매섭게 몰아붙인다. 차장은 금세 얼이 나간 듯 안절부절못하며 "죄송합니다"만 되뇌인다. 이후 멘털이 탈탈 털린 차장에게 "그만 나가보라"라는 뜻의 손가락 권총질(검지와 중지로)을 하는 순간, 직장인들의 가슴도 같이 철렁 내려 앉는다. "난 아웃이구나."
 

마치 직장생활을 해본 것 같은 디테일한 연기에 소름이 돋는다. 요즘 샐러리맨의 애환을 극사실적으로 다룬 오피스 드라마가 인기라지만, 주인아의 손가락 권총질은 지켜보는 시청자도 움찔하게 만든다. 게다가 존댓말과 반말을 섞어서 상대를 쥐락펴락하는 말솜씨는 신의 경지다. 원치 않는 부서로 발령난 노기준 대리가 자기만이 해결할 수 있는 일이 남았다며 반발하자 속사포처럼 현란한 대사와 제스처를 쏟아낸다. 박장대소를 하더니 "노 대리 뭐 돼? 초능력 같은 거 쓸 수 있나? 하늘 날아, 순간이동해? 노 대리가 뭔데 회사에 노 대리밖에 못 하는 일이 있을 수가 있지? 설마, 회사에 대체 불가능한 인재 같은 게 있다고 믿는 건 아니죠?" 노 대리는 주인아의 논리에 말문에 턱 막히고 만다. 하지만 이를 지켜보는 시청자는 최고로 흥미진진하다.

3회에서 주인아가 머리 끄덩이를 붙잡고 육탄전을 벌이는 장면도 백미다. 감사 3팀의 '사람 좋은' 무광일(오대환) 팀장이 오너 일가의 사건을 덮으려는 인사실의 '댓글공작'으로 곤경에 처한다. 개인 명예가 실추되고 견책 처분까지 받게 되자 후배들은 징계 철회를 요구하며 주인아에게 항의한다. 하지만 소용 없다. 그 뒤에는 회사의 음모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반전이 일어난다. 주인아가 임원회의에서 인사실장에게 "이제 그만 (무 팀장에 대한) 댓글을 차단해달라"고 요청했다가 거절당하자, 갑자기 인사실장의 머리채를 부여잡고 몸싸움을 한다. "소문은 소문으로 덮겠다"는 전략이다. 이 사건은 곧바로 사내 게시판으로 퍼지고, 무 팀장 사건은 수면 아래로 묻히게 된다. 직원들에게 냉혹해 보이지만 실은 인간미를 갖춘 주인아의 캐릭터를 강조하는 장면이고, 신혜선은 이를 찰떡처럼 해냈다.

2013년 KBS '학교 2013'으로 본격 데뷔한 신혜선은 단역부터 주연까지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온 배우다. 2016년 KBS 주말극 '아이가 다섯', SBS '푸른 바다의 전설'을 거쳐 2017년 tvN '비밀의 숲'의 영은수 역으로 얼굴을 많이 알렸고, 이어 KBS 주말극 '황금빛 내 인생'으로 대중적 인지도를 더욱 확장했다. 이후엔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며 연기력을 입증했다. 2020년 tvN '철인왕후'(코미디 사극), 2023년 tvN '이번 생도 잘 부탁해'(로맨스), 2026년 넷플릭스 '레이디 두아'(미스터리 스릴러)에서 매번 변신했고, 영화 '결백'(2020)과 '타겟'(2023)으로 스크린 무대에서의 가능성도 보여줬다.

 

 

 

 

#'멋진 신세계' 임지은 

'멋진 신세계'는 거의 임지연의 독무대다. 임지연은 조선 시대 사약을 받고 죽은 뒤 현대에 무명 배우 신서리의 몸으로 환생한 희빈 강씨를 연기한다. 이 설명만 봐도 만만치 않은 배역임이 여실히 드러난다. 시대적 배경이 조선 시대에서 현대로 점프하고, 희빈 강씨와 신서리의 1인 2역을 해야 한다. 사극+판타지+멜로+코미디+스릴러 등 거의 모든 장르를 소화해야 한다. 때론 희빈 강씨로, 때론 신서리로, 때론 신서리인 척하는 희빈 강씨로 변신을 거듭한다. 무엇보다 모든 게 빠르게 돌아가는 현대 사회 속에서 희빈 강씨의 정신을 지닌 신서리는 너무나도 외롭고 쓸쓸한 존재다.

하지만 임지연은 특유의 순발력으로 희비극을 자유자재로 오간다. 역시 1회 등장 신이 대단하다. 조선 시대 사약을 받은 희빈 강 씨의 비극적 절규는 개기일식과 함께 현대 사회 드라마 촬영장 속 신서리의 희극적 상황으로 순간전환한다. 기존의 '타임슬립'(시간이동)과 비슷하지만 임지연의 진지한 캐릭터 연기가 중심을 잘 잡아준다. 300년을 뛰어넘었으니 말투와 행동 등 모든 면에서 충돌이 일어나는 건 당연지사. 이는 자칫하면 흥미 일변도로만 치우칠 수 있는데 임지연의 진중한 말투가 희극 속 정극의 아이러니를 창조한다. 친구가 치마 고쟁이에서 휴대폰을 꺼내는 것을 보고 매우 당황한 표정으로 "어찌 고쟁이에서 풍악 소리가…"한다거나, 경복궁 문밖을 나서 고층빌딩 숲을 바라보며 "내 정년 죽었단 말인가. 이런 무간지옥이라니…"하고, 제멋대로인 재벌 2세 차세계(허남준)와 실랑이를 하다가 받은 명함을 보고 "함자가 적힌 걸 보니 종이로 된 호패인가?" 하는 대사와 어조가 이질적이면서도 호기심을 불러 일으킨다. 조선 시대 옛말이나 한자 사자성어 등 문어체식 화법은 의외의 신선함을 준다. 

1회 엔딩에서도 또 한번 임지연의 진가가 드러난다. 차세계에게 도움을 청하러 갔다가 신통한 예지력으로 그를 위험으로부터 구해낸 뒤 나누는 대사가 흥미롭다. 차세계가 사고가 날 것을 "어떻게 알았냐"며 따져 묻자, "원체 내 육감이 발달하여 숱한 독살과 사살 시도에도 굳건히 살아 남았지. 내 덕분에 귀한 목숨을 보전하였구나"하며 능청을 떤다. 원래 대사는 배우간의 '티키타카'가 매우 중요하다. 상대방과 같은 속도로 호흡을 맞춰서 같은 감정을 끌어내야 리듬이 잘 맞는 법. 하지만 임지연은 천상천하 유아독존으로 옛 문어체를 구사한다. 메아리 없는 독백에 가깝지만 그럼에도 매우 안정적인 발성 톤을 유지한다. 수없는 연습의 결과로 보인다.
2회에선 희빈 강씨가 본격적으로 현대 문명 사회에 적응해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신서리의 고시원 방에서 사회적 약자였던 그녀의 일기를 접하고, 유튜브 역사 이야기를 통해 을사늑약과 해방, 2002년 한일월드컵 4강을 속성으로 공부한 뒤 다소 과장된 리액션도 보이지만, 충분히 개연성이 있다. 희빈 강씨가 300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우리가 아는 역사적 사건들을 본다면 이렇게 반응하지 않았을까 하는 공감이 간다. 특히 월드컵 4강을 기뻐하며 고시원 사람들을 불러모아 붉은악마처럼 "대~한민국"을 외치는 모습은 코미디와 리얼리티를 동시에 발산한다.
이번에도 임지연의 장점인 '먹방'이 나온다. 동네 골목길에서 만난 노점상에서 '만쥬' 과자를 사 먹는 장면이다. 작은 럭비공처럼 생긴 만쥬 하나를 입에 넣는 순간 폭죽이 터지고 임지연의 눈은 휘둥그레진다. 300년 전 인물에겐 아마 이처럼 달콤한 간식은 없었을 것이다. 이어지는 대사가 그 느낌을 고스란히 전달한다. "이런 경천동지할 맛이…입천장이 타들어갈 듯 달달하구나."

이후로 시장 골목길에서 '먹방'이 이어진다. 구슬 아이스크림, 과일 탕후루, 꽈배기와 도너츠 등을 무서운 기세로 먹어치운다. 그러면서 "조선에서 함부로 먹었다간 형벌 30대의 치도곤으로 볼기짝이 남아나지 않았거늘 이토록 사치스러운 약과를 이리 양껏 먹을 수 있다니 이 얼마나 살만한 세상이냐"하고 감탄한다. 타임머신을 타고 수백년의 세월을 넘어온 여행자라면 과연 그럴 것 같다. 돈만 있다면, 이 얼마나 풍요롭고 맛있는 세상인가. 

임지연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기과 출신이다. 학창시절부터 연기 잘하는 학생으로 통했단다.
2011년 영화 '재난영화'로 데뷔했고, 2013년 오디션을 통해서 김대우 감독의 영화 '인간중독'(2014)에 주인공 종가흔 역으로 캐스팅되며 얼굴을 제대로 알렸다. 당시엔 수위 높은 노출 연기가 화제였다. 불륜이라는 파격적인 소재를 다뤘다. 신인으로서 매우 대담한 선택이었다. 이 작품으로 임지연은 그 해 대종상과 부일영화상,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에서 신인상을 수상했다.

이후 신혜선 못지 않게 다양한 장르에서 변신에 변신을 거듭했다. 수많의 이종의 캐릭터에 도전해 '믿고 보는' 배우의 이미지를 쌓아왔다. 민규동 감독의 영화 '간신'(2015)에선 복수를 위해 왕의 '쾌락조'로 들어간 단희를 연기했고, 2016년 MBC 주말극 '불어라 미풍아'에선 탈북자 출신의 주인공 김미풍을 맡아 북한 사투리 연기를 소화했다. 2019년 MBC 월화극 '웰컴2라이프'에선 강력계 형사로 등장했고, 영화 '타짜: 원 아이드 잭'(2019)에선 상대를 현혹하는 윤영미 역을 맡아 호평받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임지연의 잠재력을 폭발시킨 작품은 넷플릭스의 '더 글로리'(2022)다. 학교 폭력을 다룬 이 작품에서 임지연은 폭력의 주동자인 박연진을 맡아 데뷔 이래 처음으로 악역에 도전했다. 박연진은 자신이 한 끔찍한 폭력에 대해 일말의 죄책감도 느끼지 않는 가해자. 악녀 중의 악녀 캐릭터였다. 너무 빼어나게 배역을 소화해서 주인공 송혜교에 뒤지지 않는 인기를 누렸다. 제59회 백상예술대상에서 TV부문 여자 조연상을 수상했다.

ENA의 월화극 '마당이 없는 집'(2023)에선 가난과 가정 폭력에 시달리는 임신부 추상은 역을 맡아 또 한번 호평받았다. 앞서 악녀 박연진과는 180도 처지가 바뀐 셈인데 전작의 이미지가 생각나지 않을 만큼 완벽한 변신을 보여줬다. 헝클어진 머리와 초점 없는 눈동자, 화장기 없는 얼굴 등 외모는 물론 감정도 피폐해진 폭력의 피해자를 끌어냈다. 특히 이전 칼럼에서도 언급했듯이, 가정폭력을 가하던 남편의 죽음으로 경찰 조사를 받고 나서 중국집에 들어가 홀로 짜장면을 게걸스럽게 먹는 장면은 복합적인 감정을 잘 전달했다. 또 2024년 JTBC '옥씨부인전'도 빼놓을 수 없다. 역시 노비 구덕이와 양반집 부인인 옥태영의 1인 2역을 맡아 흠잡을 데 없는 연기를 선보였다.

신혜선과 임지연. 두 여배우의 활약은 현재진행형이고, 그들을 만나는 일은 이보다 더 설렐 수가 없다. 

 

 

https://m.entertain.naver.com/home/article/465/0000017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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