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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미국 놈 아닌 아일랜드 놈’ 신부가 제주도에서 일군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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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5.14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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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놈 아니라 아일랜드 놈이에요”-제주도민의 마음을 열다

임피제 신부는 1928년 가난한 아일랜드에서도 가난했던 북부 도니골이란 지역 출신입니다. 성골롬반외방선교회 사제로 한국에 온 것은 1953년 4월, 아직 6·25전쟁이 휴전도 되기 전이었습니다. 제주도에 온 것은 이듬해인 1954년입니다. 임 신부는 키가 190㎝나 됐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로서는 엄청난 거구에 푸른 눈의 사나이가 나타나니 제주 한림이 들썩거렸겠지요. 여기저기서 “미국 놈”이라고 쑥덕거리는데 그는 성큼성큼 사람들에게 다가가 서툰 한국어로 “나는 미국 놈 아니에요. 아일랜드 놈이에요”라고 했답니다. 순간 주민들의 긴장이 확 풀렸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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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신부의 첫 과제는 성당 건축이었습니다. 광주교구장으로부터 선교비 1000달러를 받아왔지만 쓸 곳이 많아 건축비는 태부족이었답니다. 그런데 어느 날 한림 앞바다에 미국 화물선 한 척이 좌초했답니다. 그 배엔 목재가 잔뜩 쌓여 있었고요. 마침 선장은 아일랜드 출신이었다네요. 통사정했더니 선장은 목재를 가져가라고 했답니다. 단, 사고 조사반이 도착하기 전까지 사흘 안에 끝내라는 조건으로요. 그런데 신자는 20여 명, 그중 힘쓸 남자는 6~7명밖에 없었답니다. 일단 부딪쳐 보기로 했고, 첫날 신자 20명이 열심히 목재를 날랐답니다. 그런데 둘째 날 바닷가에 나가 보니 100명이 넘는 사람이 모여 있더랍니다. ‘아일랜드 놈 신부’가 애쓴다는 소식을 듣고 도우러 온 사람들이었지요. 그렇게 시작해 1955년 성당을 지었답니다.

 

#“영혼의 가난 벗기 위해서는 물질이 뒷받침돼야”-사업

임 신부가 평소 늘 했던 말이랍니다.

성당은 지었지만 주민들의 생활은 말이 아니었답니다. 전쟁 직후이니 모두가 가난했고, 제주도는 더 가난했습니다. 그런데 가난보다 더 무서운 것은 ‘자포자기’였답니다. 임 신부가 무슨 일을 제안하면 “그거 다 일본 사람들도 해봤는데 안 됐다”고 하더랍니다.

임 신부는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줬답니다. 시작은 돼지였습니다. 경기도로 피정을 다녀오는 길에 새끼 밴 암퇘지 한 마리를 구입해 데려왔습니다. 인천에서 목포까지는 열차로, 목포에서 제주까지는 배로, 제주에서 한림까지는 트럭에 싣고요. 그 돼지가 새끼를 낳아 수가 늘어나자 성당 마당에서 키울 수 없어 중산간에 마련한 사육장이 오늘날 이시돌목장의 시작입니다. 분양한 새끼가 자라 다시 새끼를 낳으면 두 마리씩 돌려받는 방식의 ‘가축 은행’을 꾸렸지요. 사육하는 가축은 시대 변화에 맞춰 돼지에서 양·소·말, 은퇴 경주마로 변했습니다. 주민들의 소득 증대를 위한 사업을 위해 고향의 가족에게 계속 손을 벌리니 아버지는 “아들! 한국에 선교하러 간다더니 왜 자꾸 돼지와 땅만 사니?”라고 했다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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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가로서 임 신부의 자질이 빛나게 된 것은 목장을 운영하면서입니다. 한때 전국적으로 가장 많은 돼지를 키우게 된 그는 불안정한 국내 수요 대신 해외로 눈을 돌려 홍콩과 일본으로 수출했답니다. 수출에 국운을 걸었던 우리나라는 1977년 수출 100억불을 달성했지요. 그해에 이시돌축산주식회사가 수출한 물량이 8150만달러였답니다.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의 0.8%를 이시돌목장 한 곳이 감당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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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을 키우는 것은 사업의 질적 변화 계기가 됐습니다. 고향 아일랜드에서 여성들이 특유의 뜨개질 문양으로 양모를 가공하는 기술을 제주 여성들에게 가르쳤습니다. 한림수직(手織)의 시작이지요. 그것도 공장에 나와서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재택하면서 각자 사정에 맞춰 뜨개질 일감을 나눴답니다. 한때 1300여 명의 제주 여성들이 한림수직에서 일했다지요. 임 신부는 서울 조선호텔이 옛 건물을 헐고 신축할 때 이 호텔에도 입점했답니다. 주요 고객인 미국인들에게 판매할 길이 열린 것이지요. 다소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임 신부에게 불가능은 없었습니다.

#“비포장도로는 돼지 살 빼앗는 도둑” 박정희 앞에서 일갈

책의 제목이기도 한 ‘초록’은 겨울에도 푸른빛이 생생한 목초지를 가리킵니다. 우리는 지금 제주 중산간 지역에서 말이나 소가 풀을 뜯는 초원이 원래 그랬던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아니었습니다. 임 신부는 양과 소를 키우게 되면서 뉴질랜드에서 전문가를 초빙해 목초지 가꾸는 법을 배웠습니다. 그 결과 황무지처럼 버려졌던 중산간이 오늘의 그림 같은 풍경이 만들어지게 된 거죠. 그곳에서 방목해 키우는 소는 건강한 유제품을 우리에게 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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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초지 만드는 일에는 박정희 대통령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답니다. 그런데 ‘특명’을 내려도 좀처럼 목초 재배에 성공하지를 못했답니다. 그러던 차에 제주도에서 벽안의 신부가 목초지 조성에 성공했다는 소식을 들은 박 대통령은 경제동향보고회에 임 신부를 초청해 발표를 들었답니다. 이 자리에서 임 신부는 전혀 주눅 들지 않고 “제주도에 도둑이 있다. 농장에서 항구까지 14㎞ 길 상태가 너무 안 좋아 항구에 도착하면 돼지들이 1㎏씩 살이 빠진다”며 ‘비포장도로가 도둑’이라고 일갈했답니다. 박 대통령은 직접 현장을 찾기도 했답니다. 감명을 받은 박 대통령은 임 신부의 건의를 받고 목장에서 한림항까지 아스팔트 포장과 전기·전화 가설까지 일사천리로 해결해 줬답니다.

“일본 사람들도 해봤는데 안 됐다”고 포기하려는 주민들에게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준 ‘아일랜드 놈’의 근성이 통했던 것이죠.

 

#“부자도 가난한 사람도 마지막은 편하고 존엄하게”-호스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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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장, 사료공장, 양로원, 노인학교, 유아원, 신용협동조합, 이시돌의원까지 다양한 사업과 복지사업을 벌인 임 신부가 마지막까지 심혈을 기울인 것은 호스피스였습니다. 그는 1990년대 중반부터 호스피스 서비스를 시작했고, 2002년엔 말기 암 환자를 무료 진료하는 ‘성 이시돌 복지의원’으로 개편하고, 2007년에는 이시돌 목장 부지 안으로 옮겨 1200평 부지에 13개 병실, 25개 병상, 1개의 임종실을 마련했다고 합니다. 임 신부는 2018년 4월 초 건강이 급격히 악화되자 “이시돌 복지의원(호스피스)에서 생을 마감하고 싶다”고 했답니다. 그의 뜻대로 복지의원으로 옮겨진 임 신부는 5시간 후 선종(善終)했습니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3/0003976145?sid=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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