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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17세기 유럽에서 궁이나 귀족들이 아니라 평민들이 문화를 주도했던 두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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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5.10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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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문화라는 것은 화려한 궁정문화나

귀족들이 주도하는 사치 정도의 개념이었던 17세기 유럽.

 

 

 

이 무렵 프랑스의 태양왕 루이14세가 주도하는

베르사유의 화려한 궁정문화, 

고급스러운 프랑스 귀족문화가 온 유럽을 석권하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왕이나 귀족들이 아닌 평민들이 새로운 문화를 주도해나가고,

현대적 개념의 대중문화와 도시적 소비가 이미 자리잡은 나라가 두 곳 있었으니,

 

 

 

바로 17세기 내내 피 터지게 싸워대던 

유럽의 두 라이벌 국가

 

 

영국과 네덜란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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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기 네덜란드 공화국은 유럽에서 가장 도시화되고 상업화된 사회 중 하나였고, 암스테르담은 그 중심이었다. 프랑스나 스웨덴처럼 왕권과 군대로 커지는 게 아니라, 도시 상인·선박·금융·보험·주식·정보·항해기술로 커진 나라였다. 

 

 

 

 

원래도 네덜란드가 위치한 저지대 지역은 이미 중세시대부터 상업과 무역이 발달해서, 유럽에서 가장 잘살고 부유한 동네 중 하나였긴 하다. 근데 콜럼버스가 발견한 대서양쪽 항로가 열리고 대항해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네덜란드의 포텐이 미친듯이 터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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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대항해시대를 연 나라들은 네덜란드가 아니라, 스페인과 포르투갈같은 나라들이었지만, 중세부터 이미 상업적 전통이 매우 뿌리깊었던 네덜란드는 단순히 사고 팔고 무역하는 기존의 개념에서 더 나아갔다.

 

 

 

주식회사를 설립하여 체계적으로 항해 자금을 끌어모았고, 큰 선박를 만들고 운용하는 해운업, 먼 항해로 인한 위험부담을 나눠지는 보험업 등 나라 자체가 근대 자본주의 국가로 진화해버린다.

 

 

 

 

단순히 부유한 상인 몇명이 활약하는 수준이 아니라, 온 나라 전체가 상업과 소비를 위해 돌아가는 근대 자본주의 사회가 17세기 네덜란드는 이미 완성되어 있었다. 

 

 

 

전세계의 돈이 전부 네덜란드로 모이자 필연적으로 금융 시스템이 고도화되고 선진화되었고

이미 1609년에는 세계 최초의 증권거래소까지 세울 정도로, 

네덜란드의 금융업은 매우 고도화되고 체계화된 단계에 이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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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에 우리나라로 표류되어왔던 네덜란드인 두 명

 

 

 

무기 기술에 대한 지식을 인정받아 벼슬까지 했던 벨테브레(박연)

 

 

하멜표류기라는 책으로 널리 알려진 하멜

 

 

 

둘 다 네덜란드 전성기였던 이 시기의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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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네덜란드의 의식주 생활상들을 사진처럼 묘사해놓은

17세기 특유의 네덜란드 풍속화, 정물화들

 

 

 

 

네덜란드는 귀족 궁정문화보다는 도시 시민문화가 강했다. 깨끗한 집, 쾌적한 실내공간, 벽에 걸린 그림, 지도, 책, 장식품, 세련된 식기, 정돈된 네덜란드인들의 생활은 당시 유럽에서 부러움과 선망을 사는 고품격 생활수준이었다.

 

 

이건 17세기 당시에 유행했던 네덜란드 그림들만 봐도 느낌이 오는데, 네덜란드 도시민들은 그림·지도·책·가정용품을 사서 자신의 집을 취향껏 인테리어하며 꾸미는 것이 유행이었다. 

 

 

 

발트해 곡물, 북해 청어, 프랑스 와인, 설탕, 중국 도자기, 일본 칠기, 좋은 린넨과 모직물, 금속 생활용품, 유리잔, 지도, 지구본, 인쇄서적, 정물화, 풍속화, 과학기구, 보험·금융상품이 당시 네덜란드인들의 일상생활 속으로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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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모든 네덜란드인이 저렇게 산 건 당연히 아니지만, 17세기 동시대 유럽 다른 곳과 비교했을 때, '적당히 먹고살만한 시민층'이 물건을 사고, 집 안을 꾸미고, 책과 그림을 소비하는 생활수준이 보편화 되어있는 유일한 나라였다고 할 수 있다. 근대형 부르주아 소비사회 1.0 같은 나라였던 셈이다.

 

 

(오스만제국에서 수입된 신기한 꽃 '튤립' 수집 열풍이 투기성 광풍으로 번져

초창기 자본주의의 '버블경제' 현상이 17세기 네덜란드에서 생겨나기도 했다.)

 

 

 

실제로 17세기 네덜란드는 교육·교양 수준이 매우 높았던 나라였다. 네덜란드 시민들은 단순히 돈만 많은 게 아니라, 상업 실무교양과 시민적 취향이 유럽 최고 수준으로 넓게 퍼진 나라였다. 성공한 부르주아들뿐만 아니라, 그 집에서 일하는 하녀들도 저녁에 삼삼오오 모여서 주식투자 토론을 하는 사회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었다.

 

 

도시적 상업사회답게 유럽 최저 수준의 문맹률과 높은 교양 수준을 보였다. 다만 타 유럽 국가들에 비해 신학이나 라틴어같은 전통적인 교양보다는 계산, 문서, 계약, 회계, 지도읽기, 외국어 실용능력이 중요하게 여겨졌다.  

 

 

 

프랑스처럼 왕궁이 화려하다거나, 고급스러운 귀족문화가 온 유럽을 석권하는 그런 유형의 소프트파워가 강한 나라는 아니었지만, 

시민이 직접 소비하고 읽고 사고 토론하고 투자하는 도시문명의 정점에 있었던 국가였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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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기의 런던 시내 모습

 

 

17세기의 잉글랜드, 특히 런던을 중심으로 한 핵심 도시권도 시민형 대중문화가 매우 강해지고 있었다. 런던은 이제 단순한 수도가 아니라 상업, 연극, 법률, 항만, 소비문화가 한꺼번에 폭발하는 메가시티가 되어 있었다. 

 

 

 

사람이 미친 듯이 몰려들고, 극장이 생기고, 싸구려 인쇄물이 쏟아지고, 거리에서는 노래로 뉴스가 팔리고, 선술집에서는 신대륙·전쟁·스캔들 이야기가 돌고, 법률가·상인·도제·선원·배우·작가·소매상인이 한 도시 안에서 계속 부딪히는 곳이 바로 런던이었다. 

 

 

 

 

이 시점의 잉글랜드는 아직 네덜란드처럼 전세계 해운을 장악한 건 아니지만, 사람들이 해외 세계를 더 자주 이야기하고 투자 대상으로 상상하기 시작한 도시가 되어가고 있었다. 당시 1~2년 남짓 차이나는 거의 똑같은 시기에 잉글랜드와 네덜란드가 동시에 동인도회사를 설립했다는 점은, 바다와 해외교역이라는 부분에서 가장 치열한 라이벌이 바로 이 두 나라였음을 보여준다.

 

 

 

 

17세기 런던에서는 극장, 거리공연, 발라드 인쇄물, 선술집, 여관, 법정 구경, 처형 구경, 시민 축제가 도시민의 오락이었다. 이건 네덜란드식 교양있는 시민생활과는 결이 다르지만, 대중성·생동감·참여도 면에서는 유럽 최고급 중 하나였다고 볼 수 있다. 런던은 '가장 품격 있는 도시'라기보다는 '가장 시끄럽고 뜨거운 대중문화 도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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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 시대의 런던은 셰익스피어 시대의 도시이다. 쇼디치의 The Theatre 이후 런던 주변에 상업적 극장들이 자리 잡고, 글로브 극장에서는 오늘날까지도 널리 회자되는 셰익스피어의 대표작들이 처음으로 관객을 만나는 중심지가 된다. 

 

 

단지 책을 읽거나 교회 설교를 듣는 게 아니라, 살아 있는 배우가 눈앞에서 왕, 광대, 악당, 귀족, 상인, 창녀, 병사, 유령, 외국인을 연기하는 걸 집단적으로 소비하는 도시가 된 것이다.

 

 

 

이 시기 런던의 극장이 중요한점은, 귀족 살롱이나 궁정 오락이 아니라 시민들도 누구나 돈 내고 들어가는 대중 오락이었다는 점이 포인트이다. 글로브 같은 야외극장에서는 가장 싼 입장료 1페니로 무대 앞 마당에 서서 볼 수 있었다.

 

 

극장이라는 한 공간 안에 도제, 상인, 법률가, 젠트리, 숙련 장인, 잡다한 구경꾼이 같이 있었던셈인데, 이건 당시 유럽에서는 큰 변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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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대 유럽의 다른 도시들이라고 해서 극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프랑스 파리의 오텔 드 부르고뉴는 1548년에 세워진 최초의 상설 극장으로서 오히려 영국보다도 더 먼저 극장문화가 생겨났다. 

 

 

 

 

다만, 종교극 조합의 독점과 궁정·귀족문화가 얽혀 있어서, 17세기의 런던처럼 여러 상업극장이 경쟁하며 대중시장을 폭발시키는 그림과는 좀 달랐다고 볼 수 있다.

 

 

런던식 극장의 경우 '왕이나 귀족이 후원하는 예술'이라기보다, 도시 관객이 티켓을 사서 유지시키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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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쯤 런던의 대중문화를 상징하는 또 하나의 아이콘이 바로 'broadside ballad'인데, 한 면짜리 큰 종이에 노래 가사, 부르는 법, 목판 삽화 등을 버무려서 찍어낸 싸구려 인쇄물이었다. 한마디로, 당시 런던판 길거리 싱글 음원 + 가십 신문 + 사건 사고 뉴스 + 벽보 + 밈 짤방이 종이 한 장에 들어간 형태였다.

 

 

 

예를 들어 어떤 살인사건이 났다? 누가 처형됐다? 괴상한 기형아가 태어났다는 소문이 돈다? 외국에서 전쟁 소식이 들어왔다? 유명한 연애 스캔들이 있다?

 

그러면 그게 곧바로 노래 가사로 만들어지고, 목판 삽화가 붙고, 한장짜리 종이에 찍히고, 거리에서 불리고, 선술집 벽에 붙고, 지방 장터까지 전국적으로 퍼져 나갔다.

 

 

 

“충격! 런던 살인사건의 전말”

“사형수의 마지막 고백”

“바다에서 돌아온 선원이 본 기이한 괴물!”

“스페인 놈들을 물리친 용감한 선장”

“어리석은 아내 & 바람난 남편 이야기”

“술 마시다 패가망신한 도제의 교훈”

 

 

이런 것들이 모두 노래의 소재가 되었고, 사람들은 단돈 1페니에 이 종이를 사서 노래를 배우고 익히며 선술집·장터·박람회처럼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서 대중가요의 형태로 소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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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런던은 단지 소비만 하는 곳이 아니라, 대중문화 콘텐츠를 찍어내는 공장이기도 했다. 인쇄업자, 작사가, 목판 삽화 재사용, 서점, 행상인, 노래꾼들이 하나의 거대한 산업 생태계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이게 네덜란드나 이탈리아나 북독일의 '상업 시민문화'와는 결이 다른 영국만의 특징이었다. 암스테르담이나 피렌체의 시민이 더 많이 배우고 품격이 있었을 수는 있지만, 런던은 싸고 빠르고 시끄러운 대중문화 생산력이 미친 듯이 올라가고 있었다.

 

 

 

 

책 같은 경우엔 우선 글을 읽을 줄 알아야하고, 돈도 어느 정도 있어야 하는데, 발라드는 훨씬 싸고, 노래로 들을 수 있고, 삽화도 있고, 내용도 자극적이었다. 오늘날로 치면, 유튜브 썸네일 자극성 + 인터넷 기사 제목 + 커뮤니티 떡밥이 한 장짜리 종이에 들어간 셈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런던 시민들은 '교양 있는 고급 소비자'라기보다는 도시 여론과 유행, 소문, 오락을 실시간으로 흡수하고 재생산해내는 사람들이 되었다. 그 점에서 17세기의 런던은 굉장히 현대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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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조금만 내면 볼 수 있는 오락

 

상업극장

 

유행어와 노래

 

스타와 배우

 

거리 판매

 

사건사고·스캔들이 곧 컨텐츠가 됨

 

작가·배우·흥행업자·인쇄업자·관객이 서로 먹고 먹히는 생태계

 

 

 

이런 것들이 17세기 런던의 시민형 대중문화였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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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지도

 

신문과 팸플릿

 

그림 시장

 

가정 인테리어

 

상인 시민의 교양

 

주식투자

 

 

 

17세기 네덜란드의 시민형 대중문화는 이런 이미지들로 대표된다고 할 수 있다.

 

 

 

 

런던 대중문화의 엔진은 젊은 도제, 하급 서기, 법률가 지망생, 선원, 배우, 인쇄공, 점원 같은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돈은 많지 않지만, 극장 1페니 입장료는 낼 수 있고, 발라드 한장은 살 수 있고, 선술집에서 떠들 수 있었다. 

 

 

 

바로 이런 층이 17세기 영국의 '대중문화'를 주도하고 만들어갔다. 비록 돈은 많지 않지만 완전히 빈민도 아니고, 친구들과 몰려다니고, 새 노래와 유행어를 빨리 따라하고, 극장과 선술집에 가고, 도시 소문에 민감한 부류들이었다.

 

 

 

물론 암스테르담에도 선원과 젊은 노동자가 많았지만, 도시의 대표적 중산층 이미지는 조금 달랐다. 상인가족, 선주, 장부 보는 점원, 공증인, 부유한 시민부부, 집안 인테리어, 주식, 해운, 시민민병대, 그림과 지도 소비가 더 강하게 대표되었다. 암스테르담의 중산층 문화는 거리의 함성보다는 집 안의 벽과 책상 위에서 더 잘 보이는 문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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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해서 암스테르담이 런던보다 ‘덜 현대적’이었다고 볼 수는 절대 없다. 금융, 출판, 국제뉴스, 지도, 그림시장, 가정소비, 상업정보 처리 능력은 암스테르담이 런던보다 압도적으로 더 앞서있고 현대적인 부분이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증권거래소인 암스테르담 증권거래소의 등장은 현대 자본주의적 도시문화의 상징이 네덜란드에서 태동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17세기 영국이 현대의 극장가·타블로이드·팝송·가십·라이브 엔터테인먼트 쪽 조상이라면, 

 

17세기 네덜란드는 현대의 증권시장·출판산업·뉴스경제·미술시장·인테리어·글로벌 무역도시 쪽 조상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영국의 경우 17세기 중반에 일어난 내전과 크롬웰의 독재로 큰 타격을 받기는 했다.

 

 

특히 호국경 크롬웰의 청교도 원리주의식 독재는 대중오락과 즐거움을 엄격히 금지했기 때문에,

영국 특유의 극장문화나 배우들도 이 시기에 독재정권의 철퇴를 맞아 매우 위축되는 암흑기를 맞아야 했다.

 

 

 

다만 이 시기에도 뉴스북, 정치 팸플릿 인쇄문화는 오히려 더 활성화되었고,

그래머 스쿨, 법률가 문화, 상업문서, 인쇄본 접근성, 성경 읽기, 회계와 필사 문화는 

더욱 보편적인 시민층에까지 더욱 넓게 퍼져나갔다.

 

 

 

17세기 중반 내전과 혼란 속에서 잠시나마 왕조 중심의 전통 왕국을 벗어나, 

의회·군대·상업·해군이 국가를 움직이는 근대적 공화국을 경험하며 

완전히 근대형 모델의 국가로 체질개선이 이루어진 영국은

 

 

그 후 극장문화가 다시 되살아나며 드라이든 같은 명작가들이 활약하고

음악공연, 공원산책, 서점, 신문, 커피하우스 문화가 폭발하며 또 다른 황금기로 진입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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