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기사/뉴스 김태호·나영석 여행 예능의 온도차...'상황극 vs 일상'
2,939 11
2026.05.09 12:56
2,939 11
sMxUUb

[강대호 칼럼니스트] 여행은 ‘어디론가 떠나는 판타지’다. 여행이 쉽지 않은 시절부터 쌓여온 교과서적 서사다. 오늘날에는 다양한 선택지와 방법론이 있어 마음만 먹는다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게 여행이다. 다만 SNS에 사진 올릴만한 명소를 찾아다니는 여정 못지않게 그런 순간을 ‘누구와 함께하느냐’가 중요한 여행의 요소가 되었다. 

이런 현상을 잘 보여주는 예능 프로그램이 최근 방영되었거나 지금 방영되고 있다. ENA <크레이지 투어>와 tvN <꽃보다 청춘: 리미티드 에디션>이 그 프로그램들이다.


새롭다고 하지만 익숙한 문법의 여행 예능

두 프로그램은 한국 예능을 대표하는 프로듀서들이 기획했다. <크레이지 투어>는 김태호 피디가, <꽃보다 청춘: 리미티드 에디션>은 나영석 피디가 기획했고 두 사람의 회사에서 제작했다. 

두 사람 모두 여행 예능에 특화되어 있다. 각자 나름의 여행 예능 문법을 창시한 이로도 표현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이들 프로그램에서 전작의 향기가 솔솔 난다.


지난 5월 2일에 방영을 마친 <크레이지 투어>는 <지구마불 세계여행>의 스핀오프로 단순한 유람이 아닌 극한 경험에 초점을 맞췄다. 그간의 여행 예능이 ‘연예인이 꿀 빠는 여행’이라는 비판에 반항하듯 고공 등반, 스카이다이빙 등 육해공을 넘나드는 강도 높은 액티비티를 배치했다. 

5월 3일에 방영을 시작한 <꽃보다 청춘: 리미티드 에디션>은 ‘꽃보다 청춘’ 시리즈의 연장선이다. 페루나 아이슬란드로 연예인들을 납치했던 과거의 기획을 다시 가져왔다. 여행지만 국내로 바뀌었다. 그리고 이 시리즈의 큰 특징인 저예산 여행을 콘셉트로 했다. 

익숙한 포맷은 대개 안전하다. 누군가 가본 곳을 따라가면 실패할 확률이 낮은 것과 같은 이치일 것이다. 다만 두 프로그램의 제작진들은 새로운 변주를 시도했다고 주장한다. 


<크레이지 투어>는 낯선 경험을 위해 떠난다는 여행 예능 문법을 사용했다. 대중들에게 익숙한 문법이다. 그런데 여행지를 소비하는 방식이 과장되고 게임 같다는 점이 달라 보이긴 한다. ‘왜 저걸 하러 저기까지 갔을까?’ 같은 비효율과 돌발성을 의도적으로 설계했다. 그래서 여행 자체보다 ‘이상한 경험을 하는 사람들’을 관찰하는 쪽에 가깝다는 느낌을 들게 한다. 

결국 이 프로그램에서 여행은 목적지를 찾아가는 여정이 아니라 출연진들이 시도 때도 없이 펼치는 상황극에 가깝다. 그런 <크레이지 투어>는 액티비티를 통해 일명 ‘노동형 예능’의 문법을 극대화했다. 이를 통해 시청자에게 카타르시스를 주려 한 듯한데 오히려 피로감을 주는 지점이 많다는 평을 접할 수 있다.


<꽃보다 청춘: 리미티드 에디션(이하, 꽃보다 청춘)>의 출연진 정유미, 박서준, 최우식은 <윤식당>, <서진이네>를 통해 충분히 익숙한 조합이다. 제작진도 이를 안다. 그래서 새 시즌은 새로운 캐릭터를 만드는 대신, 이미 형성된 친밀감을 여행이라는 공간으로 옮기는 모양새다. 

그래도 이전 시리즈와 다르게 변주를 시도했다. 매일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야 하는 등 뭔가 제한을 두고는 제작진이 관여하는 게임 요소도 도입했다. 그리고 한 사람당 하루 10만 원으로 교통비와 의식주를 해결하게 했다. 

즉 ‘결핍’을 어떻게 풀어가며 여행하는지를 관찰하는 콘셉트다. 그래서인지. 지난주 방영을 시작한 <꽃보다 청춘>은 ‘찐친들의 무계획 여행 브이로그’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 데 성공한 듯 보인다. 



출연진 간 케미를 드러내는 방식의 차이

대개의 예능 프로그램은 출연진 간의 관계가 서사의 중심축에 있을 때가 많다. <놀면 뭐하니?>가 대표적이다. 카메라 밖에서도 친한 관계라는 게 영상 속에서 잘 드러난다. 이른바 ‘케미’다. 일종의 화학작용이 인간관계에서도 중요하지만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 할 수 있다. 

그런 케미를 <크레이지 투어>는 프로그램 서사 속에서 의도적으로 끌어냈다. 출연진들이 평소 아는 사이인지 아닌지는 상관없다. 관계 자체를 프로그램 안에서 새롭게 설계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제작진은 특정 상황과 규칙을 던져놓고, 그 안에서 출연진들이 반응하면서 충돌이 일어나도록 유도했다.

즉 돌발 미션, 예상 밖 이동, 불편한 환경, 역할 분담의 혼선, 체력적 피로 등의 장치를 설치해 출연진 간 관계를 흔들었다. 제작진은 ‘상황의 압력’ 속에서 출연진 간 예능적 케미가 만들어진다고 믿은 듯 보인다. 


반면 <꽃보다 청춘> 제작진은 출연진의 케미가 ‘축적된 시간’ 속에서 형성된다고 보았다. 즉 이미 만들어진 관계를 관찰하는 것에 가깝다.

사실 나영석류 예능을 많이 본 시청자라면 정유미, 박서준, 최우식은 익숙한 조합일 것이다. 10년에 걸쳐 여러 시리즈에 함께 나온 덕분에 이들은 카메라 밖 일상생활에서도 가까운 사이가 된 듯하다. 시청자들 또한 이들의 친밀감을 이미 알고 있다. 이런 전제가 <꽃보다 청춘> 서사에 깔려 있다. 

그래서 <꽃보다 청춘> 제작진의 역할도 출연진의 관계를 만드는 것보다 드러내는 것에 가까워 보인다. 즉 익숙한 농담, 서로의 생활 습관을 아는 태도, 설명 없는 배려, 길어진 침묵조차 어색하지 않은 분위기 등의 요소들이 자연스럽게 화면에 담긴다. 보는 사람도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다시 말해 <꽃보다 청춘>은 출연진 간 케미를 연출이나 편집으로 생산한다기보다, 이미 존재하는 관계를 여행이라는 공간으로 옮겨 확대해 보여준다.

무엇보다 <크레이지 투어>와 <꽃보다 청춘>은 여행의 속성을 잘 드러낸 프로그램이다. 어디를 가느냐도 중요하지만 누구와 함께 가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걸 보여줬다는 면에서 그렇다. 

세상 좋은 곳을 가도 일행을 불편하게 만드는 이가 있다면 지옥에 가깝고, 평범한 곳에 가서 아무 데나 머물고 저렴한 음식을 먹어도 마음에 맞는 이와 함께 한다면 천국이 따로 없을 것이다. 즐거운 여행이란 그런 여정일 테다.


<크레이지 투어>는 여행을 상황극으로 만들었고, <꽃보다 청춘>은 여행을 일상으로 만들었다. 어느 쪽이 옳다고 할 수는 없지만, 시청자가 화면 속에서 자신의 여행을 상상하게 만드는 건 후자 쪽에 가깝다. 

여행 예능의 미덕이 있다면, 보는 사람이 ‘나도 저렇게 떠나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하는 게 아닐까. <꽃보다 청춘>은 그런 마음을 건드리고 있다.


http://www.opinio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38126

목록 스크랩 (0)
댓글 11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니베아X더쿠💙 니베아 선 프로텍트 앤 라이트 필 선세럼 체험단 30인 모집 242 05.07 27,719
공지 [공지] 언금 공지 해제 24.12.06 5,157,821
공지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24.04.09 12,384,472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13,125,663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 정치글은 정치 카테고리에] 20.04.29 35,676,452
공지 정치 [스퀘어게시판 정치 카테고리 추가 및 정치 제외 기능 추가] 25.07.22 1,114,120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85 21.08.23 8,569,380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70 20.09.29 7,472,821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620 20.05.17 8,681,832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4021 20.04.30 8,572,150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9. 스퀘어 저격판 사용 금지(무통보 차단임)] 1236 18.08.31 14,523,209
모든 공지 확인하기()
3062176 이슈 왜어머니들이 백화점 립스틱을 좋아하는가...정말확실히 알겠군 12 01:46 1,545
3062175 이슈 베이비몬스터 아사가 로라 어머니께 드렸다는 의외의 생신 선물.... 4 01:45 537
3062174 유머 [은밀한감사] 분위기&본능에 이끌려 키스하고 누가 먼저 했는지 싸우는 여주남주 1 01:44 345
3062173 이슈 음식 추천하면 불호 인용도 많이 받는데, 이건 오직 맛있단 인정인용으로 대동단결ㅋㅋ 7 01:44 589
3062172 이슈 <만약에 우리> 쿠플에 무료로 풀렸으니까 못 보신 분들 꼬옥 봐주시길 6 01:43 538
3062171 이슈 다이소 까눌레 틀에 얼음 얼려서 커피에 넣으면 5 01:42 1,151
3062170 이슈 유재석이 이상이를 이광수처럼 대함 3 01:41 640
3062169 이슈 오늘도 남동공단떡볶이 인천인특권♥️ 4 01:40 673
3062168 이슈 불닭볶음면에 냉면육수 넣어서 먹는 거 진짜 개.맛있다 7 01:39 747
3062167 이슈 자기 자신을 먹으려고 하던 킹스네이크가, 사육원의 마지막 순간 눈치챔으로 구출되었다(약간혐) 9 01:39 696
3062166 이슈 다이소 매출 수준 28 01:37 1,614
3062165 이슈 전문직 여쟈 없냐 여쟈! 소개시켜줘야쥬🥴 33 01:37 1,661
3062164 유머 내가 요즘 제일좋아하는 개그우먼 둘 이영지&이채연.jpg 01:37 339
3062163 이슈  헬스장 대표 도박으로 돈 날리고 망해서 난리났다 5 01:36 1,263
3062162 유머 놀면뭐하니 [동생이 훔친 내여자를 다시 뺏기로했다] ost 모음집 3 01:36 290
3062161 유머 정신 나간 트위터 번역 오류.twitter 4 01:33 915
3062160 이슈 고양이 6마리를 동시에 목욕시키는 집사 9 01:33 774
3062159 이슈 매니아들이 매우 많은 대표 서브장르 6가지 17 01:30 1,057
3062158 이슈 신혜선: 내가 원래 예뻐. 누가 봐도 예뻐. 이목구비도 뚜렷하고 배치도 조화롭게 잘 됐고 객관적으로 예쁜 얼굴이야. 8 01:29 1,884
3062157 이슈 언프리티랩스타 육지담 근황 8 01:29 1,9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