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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국금지 모르고 비행기 놓쳐...대법 "국가가 배상해야"

무명의 더쿠 | 05-08 | 조회 수 1696
https://www.chosun.com/national/court_law/2026/05/08/T52LYXMNW5C4NEJZNALNVOUHI4/



법무부가 출국 금지 사실을 당사자에게 알리지 않는 ‘통지 유예’는 도주나 증거인멸 우려가 매우 높은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허용돼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출국 금지된 사실을 모른 채 공항에 갔다가 비행기를 놓친 당사자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대법원은 “통지 유예 사유는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며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8일 백주선 변호사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상고심에서 “국가가 585만5000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사건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이 2022년 성남FC 후원금 사건을 수사하던 때 벌어졌다. 검찰은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성남FC 감사를 지낸 백 변호사를 사건 관련자로 분류해 출국 금지 조치를 하고, 이 사실을 당사자에게 알리지 않는 ‘통지 유예’ 결정도 함께 내렸다.


출입국관리법에 따라 법무부가 출국 금지를 결정하면 원칙적으로는 곧바로 서면 통지를 해야 하지만 ‘범죄 수사에 중대하고 명백한 장애가 생길 우려가 있는 경우’ 예외적으로 통보를 안 할 수 있다. 이후 백 변호사에 대한 출국 금지는 두 차례 연장됐고 통지 유예도 계속됐다.


문제는 2022년 12월 백 변호사가 일본에서 열리는 변호사회 행사 참석차 출국하려고 할 때 생겼다. 백 변호사는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해서야 자신이 출국 금지 상태라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된 것이다. 백 변호사가 곧바로 출국 금지 해제 요청을 해 당일 해제가 이뤄졌으나 비행기는 이미 떠난 뒤였다. 백 변호사는 출국 금지와 통지 유예 결정이 모두 위법하다며 국가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법원의 판단은 “출국 금지는 적법하지만 통지 유예는 위법하다”는 것이었다. 1·2심은 모두 당시 검찰이 성남FC 후원금 사건을 수사 중이었고 백 변호사를 향후 조사할 가능성이 있었던 만큼, 출국 금지와 연장 조치는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봤다.


반면 이 사실을 숨긴 통지 유예는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1·2심과 대법원은 “성남FC 후원금 사건 수사가 이미 언론에 널리 알려진 상태였고, 백 변호사가 출국 금지 전후 수사기관 조사를 받은 적도 없었다”고 했다. 또 백 변호사가 공항에서 출국금지 사실을 알고 해제를 요청하자 검찰은 당일 곧바로 해제를 요청했고 법무부도 몇 시간 만에 출국금지를 풀었다는 점도 지적했다. 계속 출국금지를 할 필요성이 크지 않았다는 것이다.


1심은 국가가 항공권 취소 수수료 85만5000원과 위자료 100만원 등 총 185만5000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고, 2심은 “변호사 직업 특성상 출국금지 통지 유예로 직업적 신뢰와 사회적 평판이 훼손될 수 있다”며 위자료를 500만원으로 올려 총 585만5000원을 배상하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를 그대로 확정했다.


대법원은 ‘범죄 수사에 중대하고 명백한 장애가 생길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통지를 미루려면 “피의자나 참고인이 통지 자체로 도주하거나 증거를 없앨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이 인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에 대해 “출국금지와 연장 결정 ‘통지 유예’에 대한 위법성 판단 기준을 처음 제시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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