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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담배꽁초 수거함이 '흡연 공간' 돼버린 홍대 레드로드의 모순 [질문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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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5.08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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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news.naver.com/article/665/0000007332?cds=news_media_pc&type=editn

 

더스쿠프 하나 기자의 질문 하나
홍대 레드로드 뒤덮은 담배 연기
꽁초 수거함의 역설적 변신
흡연 성지 돼버린 거리 풍경
정책과 현실 사이의 간극
홍대 레드로드는 균형 찾을까
서울 마포구 홍대 앞 '레드로드'. 이 거리엔 공식 흡연구역이 없다. 헌데, 담배꽁초 수거함이 거리 곳곳에 놓여 있고, 이 수거함 주변에서 흡연자들이 대놓고 담배를 피운다. 담배꽁초를 버리라고 만든 수거함이 담배를 피우는 '성지'가 된 셈인데,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서울 마포구 홍대 레드로드에 설치된 담배꽁초 수거함 주변으로 흡연자들이 모여 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서울 마포구 홍대 레드로드에 설치된 담배꽁초 수거함 주변으로 흡연자들이 모여 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 4월 29일 서울 마포구 홍대 앞 레드로드. 평일 낮인데도 거리엔 담배 연기가 자욱하다. 길가에 설치해 놓은 담배꽁초 수거함 주변으로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있다. 꽁초를 버리기 위한 시설이지만, 흡연자들에겐 자연스럽게 '피우는 자리'가 됐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다. 누군가 담배를 물고 서 있으면, 그 옆에 또 다른 사람이 자리를 잡는다. 수거함 정면엔 담배 그림과 함께 꽁초를 이곳에 잘 넣으라는 의미의 '당신은 명사수!'라는 문구가 있다.

# 이곳만이 아니다. 10분 남짓 거리를 걸어보니 10m도 채 안 되는 간격으로 수거함이 여러개 몰린 구간도 적지 않다. 인도 곳곳에 놓인 숱한 수거함과 그 주변에 모여든 흡연자들. 이 거리를 담배 냄새 없이 지나가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꽁초를 줄이기 위한 시설이 결과적으로 흡연자를 모으는 '거점'이 된 셈이다. 아이러니한 건 꽁초 수거함 바로 옆에 같은 구청 보건소의 금연 포스터가 붙어 있다는 점이다.

■ 담배꽁초 수거함 엇갈린 반응 = 이런 역설적 풍경이 생긴 건 3년 전부터다. 2023년 마포구청은 홍대 앞 약 2㎞ 레드로드에 담배꽁초 수거함 115개를 설치했다. 담배꽁초 무단투기를 줄이고 거리를 쾌적하게 만들겠다는 게 애초의 취지였다. 레드로드는 경의선숲길에서 당인리발전소와 한강, 절두산성지를 잇는 관광특화 거리다. 2021년 관광특구로도 지정됐다.

과거 이 일대는 수거함이 없어 빗물받이와 인도 곳곳에 꽁초가 쌓이는 등 무단투기가 빈번했다. 미관 훼손과 화재 위험 문제도 꾸준히 제기됐다. 이런 이유로 마포구는 수거함 설치와 디자인 개선을 통해 흡연자의 자발적 이용을 유도했다.

효과는 있었다. 담배꽁초 무단투기는 눈에 띄게 줄었다. 마포구청 관계자는 "담배꽁초 수거함 설치 이후 투기가 줄고 거리 환경이 개선되는 등의 성과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생겼다. 수거함을 중심으로 흡연이 집중되면서 인근이 사실상의 '흡연 거점'으로 변해버렸다.

꽁초를 줄이기 위한 장치가 오히려 흡연을 유도하는 신호로 작동한 셈인데, 현장의 반응은 엇갈렸다. "발 디딜 틈도 없는데 바로 옆에서 담배를 피우니 불편하다. 연기를 피하려고 차도로 내려와 걸었다(비흡연자 A씨)." "여기서 피워도 되는 거 맞지 않나. 다들 이 주변에서 담배를 피우고, 꽁초 수거함은 누가 봐도 재떨이처럼 보인다(흡연자 B씨)."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 정책과 심리의 간극 =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임명호 단국대(심리학) 교수는 '프라이밍(primingㆍ점화)' 효과에 주목했다. 이는 특정 단서가 사람들의 인식과 행동을 무의식적으로 활성화하는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임 교수의 말을 들어보자. "꽁초 수거함이라는 물리적 단서 자체가 '담배'와 '흡연'을 반복적으로 연상시킨다. 이 과정에서 흡연 행동의 심리적 문턱이 낮아졌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처음 한두 사람이 수거함 앞에서 흡연을 시작하면, 주변 사람들은 이를 '묵인된 질서'로 받아들이게 된다. 이런 행동이 반복되면서 집단적 동조가 나타나고, 특정 공간이 '흡연 성지'처럼 고착화하는 구조로 이어진다."

이유는 또 있다. 레드로드에 꽁초 수거함은 만들었지만 '공식 흡연구역'은 없다. 이런 정책적 모순이 꽁초 수거함을 '흡연구역의 대체공간'으로 만든 측면이 있다.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전문가들의 의견은 갈렸다. 허창덕 영남대(사회학) 교수는 흡연부스를 설치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담배꽁초 수거함만 분산 배치하면 이용자들은 이를 '흡연이 가능한 신호'로 해석하기 쉽다. 많은 인파가 다니는 길 한 가운데 수거함을 여러개 두기보다, 흡연이 가능한 공간을 명확히 지정해야 한다. 그 안에 함께 꽁초 수거함을 설치하면 흡연 행위를 통제된 영역으로 묶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서울 성동구는 스마트 흡연부스를 도입해 효과를 보고 있다. 2022년 성수동 일대에 시범 설치한 이후 흡연 민원이 감소하면서 현재는 14곳으로 확대했다. 음압 설비를 통한 밀폐형 구조, 공기정화장치와 자동 소화 기능 재떨이 등도 갖췄다. 2024년 만족도 조사에선 이용자 87.4%, 비흡연자 95.1%가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강남구 역시 최근 테헤란로 일대에 흡연부스를 설치해 비슷한 실험에 나섰다. 제연ㆍ공기정화 설비와 에어커튼을 통해 외부 확산을 최소화하는 방식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반면 이성규 한국담배규제연구교육센터장은 밀폐형 흡연부스 중심의 해법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는 "단순히 밀폐형 흡연부스를 설치하는 것은 해법이 될 수 없다"며 말을 이었다.

"국가와 지자체의 정책은 흡연을 특정 공간에 가두는 것이 아니라 점진적으로 줄여나가는 방향이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밀폐형 흡연부스를 늘리는 방식은 한계가 있다. 다만 현실적으로 흡연을 완전히 없앨 수 없는 만큼, 개방형 흡연구역을 명확히 구획해 관리하는 방식이 좀 더 실효적일 수 있다. 특히 레드로드처럼 유동 인구가 많은 관광특구는 금연구역 지정 여부까지 포함해 흡연 문제를 종합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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