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은평구에 사는 박모(65)씨는 대기업 정년퇴직 후 택시기사로 핸들을 잡았다. 거동이 불편한 노모를 모셔야 하는 데다, 자녀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아서다. 7일 박씨는 “건강할 때 조금이라도 더 벌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매일 일하고 있다”며 “어버이날인데, 일하느라 바쁜 아들 얼굴은 제대로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박씨의 사정은 한국의 60~70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실제 한국의 시니어들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늦게까지 일터를 떠나지 못하는 이들로 꼽힌다. OECD의 ‘한눈에 보는 연금 2025’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기준 한국의 유효은퇴연령은 남성 67.4세, 여성 69.6세에 달했다. OECD 평균보다 각각 2.7세, 6세 높다. 한국 여성은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았고, 남성은 38개 회원국 중 칠레ㆍ아이슬란드ㆍ멕시코ㆍ이스라엘ㆍ콜롬비아에 이어 여섯 번째로 높았다. 유효은퇴연령은 더 이상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실질적인 은퇴 시점을 뜻한다.

일터를 떠나지 못하니 한국의 65~69세 고용률은 57%로 일본과 함께 최고 수준이었다. OECD 평균(26%)의 2배를 넘는다.
이들은 부모를 부양하는 마지막 세대인 동시에, 자녀에게 부양받지 못하는 첫 세대라는 뜻에서 각 단어의 앞글자를 따 ‘마처세대’라고 불린다. 은퇴 후에도 노부모의 병원비와 성인이 된 자녀의 뒷바라지라는 이중고에 시달리며 노동시장에 끝까지 머물게 되는 구조다.
하지만 이들의 ‘황혼 노동’이 안정적 소득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재취업한 노년층 일자리는 단기직ㆍ일용직에 머무는 경우가 많아서다. 노후 생활비의 부족분을 채우기 위해 카드론 등 빚에 의존하는 고령층이 늘고 있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2월 말 기준 전업 카드사 8곳의 카드론 잔액을 연령대별로 보면 50대(34.6%)와 60대 이상(27%)이 차지하는 비중이 60%를 넘었다. 2021년에는 40대 비중(33.7%)이 가장 컸다. 특히 60대 이상 비중은 같은 기간 17.1%에서 27%로 급증했다. 연체잔액도 50대(32.0%)와 60대 이상(27.1%) 비중이 60%에 육박했다.
최근 카드론을 이용한 60대 A씨는 “두 자녀까지 4인 가족 생활비와 주거비에 더해 부모님 요양원 비용까지 대려니 도저히 월급만으로는 어려웠다”며 “나와 남편이 늙어가는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고 말했다.
OECD에 따르면 한국 66세 이상 고령자의 평균 가처분소득은 전체 인구 평균의 68%에 그친다. 한국 노인이 평균적으로 쓸 수 있는 돈이 전체 국민 평균의 3분의 2 수준밖에 안 된다는 의미다. OECD 평균(87%)을 크게 밑돈다. 66세 이상 상대적 빈곤율도 40%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았다.
사실 마처세대는 젊음을 바쳐 한국 경제 발전을 일궈낸 주역들이다. 하지만 본인이 평생을 바친 ‘효(孝)’는 이제 선택의 영역이 됐고, 사회 곳곳에선 ‘경로(敬老)’ 대신 ‘혐로(嫌老ㆍ노인 혐오)’의 정서가 스며들고 있다. 경제적 빈곤과 정서적 고립이 맞물리며 한국의 65세 이상 노인 자살률은 수년째 OECD 1위를 기록하는 비극으로 이어지고 있다. 전년(40.6명)보다 낮아졌다지만, 2024년 기준 한국의 65세 이상 노인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37.9명에 달한다.

OECD는 보고서에서 연금제도 미성숙, 성별 노동시장 격차 등을 원인으로 꼽았다. 국민연금에 충분히 가입하지 못한 세대라 연금소득이 낮고, 여성은 경력단절과 낮은 임금으로 노후 연금 수급에서도 불리하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를 제도적으로 풀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빠른 고령화로 연금 재정 부담이 커지는 상황이라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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