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기사/뉴스 [에스프레소] ‘지방’에 필요한 건 공장·예산이 아니다
1,559 8
2026.05.07 13:18
1,559 8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3/0003974960?sid=103

 

한예종 광주 이전 논란인데
왜 지방엔 문화산업 인프라 없나
지방 몰락은 공간 분업의 결과
균형발전 담론을 바꿔야 한다

 


 

28일 오후 서울 성북구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석관동 캠퍼스에서 방세희 한예종 총학생회장이 ‘광주 이전 법안 발의 학생사회 반발 성명 발표’를 하고 있다. /강정아 기자

28일 오후 서울 성북구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석관동 캠퍼스에서 방세희 한예종 총학생회장이 ‘광주 이전 법안 발의 학생사회 반발 성명 발표’를 하고 있다. /강정아 기자
지난달 22일 광주광역시 국회의원들이 발의한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광주 이전 법안은 뭇매를 맞았다. 별다른 인프라가 없는 지역에 한예종을 보내겠다는 정치 논리라는 비판이었다. 상당히 수긍이 가는 논리였다. 대학교 하나 내려보낸다고 지역의 문화산업이 활성화되지는 않는다. 수도권의 인적 네트워크에서 지리적으로 단절되면 대학이 제 기능을 하기 어렵다는 예측은 설득력 있다.

그런데 비판자들이 제시하는 논리가 바로 문제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수도권 밖 지방이 죽어가는 이유는 문화산업 같은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이 성장할 수 없는 여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예종 자리에 다른 고부가가치 서비스업, 인간의 지식과 창의성이 중요한 산업과 관련된 공공기관을 가져다 놓아도 비판 논리는 비슷하게 전개될 터이다.

산업화가 시작된 이래로 서울은 줄곧 ‘머리(구상 노동)’ 역할을, 지방은 ‘손발(실행 노동)’ 역할을 각각 맡았다. 한국이 선진국에 진입하고, 부가가치에서 직접 생산이 차지하는 몫이 줄면서 지방 경제도 가라앉게 됐다. 부산·울산·경남에 있던 연구소들이 대거 수도권으로 옮겨오는 등 이제 서울은 유일한 ‘머리’의 역할을 맡기 시작했다. (중략)

한예종 이전 법안에 대한 격렬한 비판을 보면서 지방 사람들이 적잖이 불편한 건 이 때문이다. ‘수도권의 배운 분들’이 대안으로 제시하는 공장 이전이나 대규모 예산 지원으로는 지방을 살릴 수 없다. 제조업만 해도 상품을 만들고 판매하는 것에서 벗어나 연구개발·디자인·유지보수·각종 컨설팅 등에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서비스화’가 급속히 진전되고 있다. 전현배·허정 서강대 교수는 2008~2013년 한국 제조업체를 분석한 결과, 해외에 생산 기지를 두고 수출입을 병행할수록 서비스화가 더 심화했다고 지적한다. 지방에 내려갈 만한 공장 수는 줄고, 제조업체들은 다양한 분야의 고숙련 인력을 필요로 한다. 최근 반도체 공장 이전 논쟁이 보여주듯이, 첨단 산업의 지방행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또한 성장률이 높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신산업은 예외 없이 고부가가치 서비스업 비율이 높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선정한 12대 신산업 분야가 AI 모델 및 인프라, 콘텐츠, 헬스케어, 첨단 제조, 보안·네트워크·양자 등인 게 현실을 잘 보여준다. 그리고 지난해 12대 분야 벤처 투자의 79.1%가 수도권에 몰렸다.

지역의 정주 여건도 서비스업과 떼어놓을 수 없다. 좋은 식당과 카페, 공연장과 갤러리, 다양한 사람을 만날 기회 같은 어메니티(편의 환경)가 결정적인 변수다. 어메니티는 공공이 만들어줄 수 없다. 지역 내에 일정 규모의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이 자리 잡아야 하는 이유다.

지방에 진짜 필요한 것은 반도체 공장이나 공공기관, 예산 폭탄이 아니다.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이 자생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 한두 곳이라도 충분하다. 고숙련·고기능 인력이 모여 살 만한 여건을 조성하고, 그들의 인적 자본을 바탕으로 새로운 산업이 성장하는 선순환이 일어나도록 해야 한다. 해외에서는 오스트레일리아 브리즈번과 같은 성공 사례가 여럿 있다.

한예종 이전이 무리수라는 비판은 일리가 있다. 하지만 서울 사람들이 지방의 절망을 들여다보고, 그곳에서도 한예종이 살아남을 토양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하면 좋겠다. 지방도 ‘선진국’에 걸맞은 산업 구조와 인적자본을 가지는 게 바람직하다. 그런 방안을 제시하지 않고, 지방의 탐욕과 어리석음만 규탄한다면 다른 형태의 서울 중심주의일 뿐이다.

목록 스크랩 (0)
댓글 8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아워글래스 X 더쿠✨ 6초에 1개씩 판매되는 육각형 컨실러 '배니쉬 에어브러쉬 컨실러' 체험 이벤트 491 05.07 11,155
공지 [공지] 언금 공지 해제 24.12.06 5,143,709
공지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24.04.09 12,367,403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13,116,485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 정치글은 정치 카테고리에] 20.04.29 35,661,055
공지 정치 [스퀘어게시판 정치 카테고리 추가 및 정치 제외 기능 추가] 25.07.22 1,112,833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85 21.08.23 8,566,606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70 20.09.29 7,470,355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619 20.05.17 8,681,118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4020 20.04.30 8,572,150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9. 스퀘어 저격판 사용 금지(무통보 차단임)] 1236 18.08.31 14,521,456
모든 공지 확인하기()
3059937 유머 새벽에 보면 등골 서늘해지는 괴담 및 소름썰 모음 4편 04:44 27
3059936 정보 없는 존재 취급받게된 일본의 어느 가게.jpg 6 04:17 1,056
3059935 이슈 필름통으로 카메라 만들어서 에펠탑 찍었습니다 2 04:16 660
3059934 이슈 퐁피두센터 한화(서울) 예약오픈 4 04:05 725
3059933 유머 아빠가 울지도 않고 씩씩하네 6 03:05 1,669
3059932 이슈 강유미 근황 2 02:41 1,830
3059931 이슈 커버 하나로 음색 좋은거 체감된다는 태환.jpg 1 02:37 580
3059930 이슈 [KBO] 엔씨 유격수 김주원 슈퍼캐치 4 02:36 434
3059929 유머 김영광 선수한테 칭찬받았다는 이채연 축구실력.jpg 2 02:28 963
3059928 이슈 잘준비하는 아기강아 24 02:18 1,912
3059927 이슈 가수 우즈 해외투어 콘서트 스탭 무급논란 190 02:16 18,914
3059926 이슈 [MIC&] MODYSSEY (모디세이) - HOOK(훜) 2 02:15 173
3059925 이슈 20년 불면증 치료 명의의 잠 잘자는 법 7 02:12 2,096
3059924 이슈 탈인간급 비주얼로 트위터 알티 터진 어제자 츠키 기자사진 비주얼...jpg 11 02:09 2,674
3059923 유머 남편 회사 후임이 자꾸 카톡으로 셀카를 보냄 34 02:07 5,153
3059922 이슈 사람한테 대들지않겠냐는 질문이 너무원초적이고 필요한질문이라 개웃김 6 01:54 2,515
3059921 이슈 이창섭이 가족사진 찍어주는데 유독 먹먹한 이유..jpg 1 01:51 2,109
3059920 이슈 이런거 기념품으로 사는사람 살면서 처음본다고 하려고 했는데 3 01:47 2,720
3059919 이슈 한타 바이러스 관련 소식 정리 feat 국제보건기구(WHO) 27 01:47 4,610
3059918 이슈 술집가서 피자 시켰는데 나온거 40 01:46 5,5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