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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사은품 여기서 만들라"… 예스24 직원, 모친 업체에 일감 몰아주기

무명의 더쿠 | 05:20 | 조회 수 8290
국내 최대 온라인 서점 예스24의 현직 상품기획자(MD)가 책 홍보용 사은품을 만들려는 출판사들한테 자신의 가족이 운영하는 판촉물 업체를 소개하고 발주를 몰아주는 방식으로 사적 이익을 편취한 사실이 드러났다. 서점이 출판사보다 우월적 지위라는 점을 악용한 사건으로, 출판사들은 단순한 개인 비위가 아닌, 권력관계에서 비롯된 전형적인 불공정 거래라고 비판하고 있다.


6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예스24 MD A씨는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출판사들에 "사은품 잘 만드는 곳이 있다"며 ㄱ사를 권유하고, 견적 협의와 발주, 결제 방식 안내 등 제작 과정 전반에 관여했다. 일부 출판사는 ㄱ사에 지급한 대금이 수천만 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서점 MD는 문학, 에세이, 자기계발 등 각 전문 분야를 담당하면서 수많은 책들 중 독자에게 추천할 만한 책을 선정하고 서점 홈페이지를 통해 소개하는 권한을 갖고 있다. 서점 노출 여부가 책 판매량을 결정하기 때문에 출판사 입장에서는 MD한테 선택받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MD의 업무 요청이나 제안이 사실상 압박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홍보 마케팅도 마찬가지다. 사은품은 출판사가 자체적으로 제작하기도 하지만, 서점 MD와 출판사가 품목과 수량 등을 사전 협의해 결정하는 경우도 많다. 이때는 비용을 출판사와 서점이 나눠 부담한다. 그래서 출판사들은 A씨가 특정 업체를 소개해도 크게 문제 삼지는 않았다고 한다. B출판사 관계자는 "신간 노출이 절실한 입장에선 MD의 제안을 거절하거나 이견을 제기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https://img.theqoo.net/KlucOc

가족 회사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받는 예스24 MD A씨 모친이 대표로 있는 ㄱ사가 출판사와 주고받은 견적서. 제보자 제공


출판사들의 의심은 통상적인 관행과 다른 거래 방식에서 비롯됐다. 사은품 제작비 정산은, 서점이 도서 판매 대금 중 출판사 몫을 지급하는 과정에서 비용을 빼는 '장부 차감' 방식으로 처리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ㄱ사는 출판사들에 계좌로 직접 현금을 송금하도록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존 사은품 재고가 남아 있는데도 A씨가 추가 제작을 권유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C출판사 관계자는 "'재고가 떨어질 수 있으니 넉넉하게 미리 제작하자'는 권유를 받았다"며 "열 번 중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드문 경우여서 의아하게 여겼다"고 말했다.


ㄱ사의 이력도 의혹을 키웠다. 경북 구미시에 위치한 ㄱ사는 2023년 1월 설립된 신생 업체로, 초기 비용 약 110만 원을 내면 홈페이지 구축과 판촉물 공급망 연결을 지원하는 한 프랜차이즈의 가맹점이었다. 공정거래위원회에는 같은 해 9월 통신판매업자로 신고됐다. 출판계는 판촉물 제작 경력이 확인되지 않은 업체가 예스24 관련 물량을 잇달아 수주한 배경을 두고 의구심을 품었다.


https://img.theqoo.net/PbxjlA

가족 회사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받는 예스24 MD A씨 모친이 대표로 있는 ㄱ사의 사업자등록증. 국세청 홈페이지


의혹이 출판계 전반으로 확산한 계기는 A씨의 결혼이었다. 지난해 10월 A씨의 결혼을 앞두고 청첩장을 받은 출판계 인사들이 청첩장 속 A씨 어머니 이름과 ㄱ사 대표 이름이 같다는 사실을 확인하면서 문제 제기가 본격화된 것으로 전해졌다. C출판사 관계자는 "조금씩 이상하다고 느끼던 사람들이 청첩장을 보고서야 ㄱ사와 A씨의 관계를 알게 됐다"고 말했다.


출판계는 이번 사건이 개인의 일탈로 치부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D출판사 마케터는 "서점 MD의 갑질은 과거보다 개선됐지만, 서점과 출판사 사이에 구조적 권력 불균형은 여전히 견고하다"며 "A씨 사건이 암암리에 알려진 뒤에도 출판사들이 예스24 눈치를 보며 일감 몰아주기 피해를 당한 사실을 감추느라 급급한 게 그 방증"이라고 비판했다.


예스24는 A씨를 조사한 뒤 인사 조치를 결정했다. 예스24는 "개인 비위에 따른 이해관계 충돌 사안으로 판단해 인사 조치했다"며 "재발 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A씨는 본보에 "출판사가 제작을 희망하는 업체가 있다면 비교 견적을 진행했으며 실무진과의 협의를 통해 업체를 선정했다"는 입장을 밝혔다.ㄱ사는 3월에 프랜차이즈 본사에 홈페이지 삭제를 요청한 뒤 폐업했다.


https://img.theqoo.net/IdhBdJ


가족 회사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받는 예스24 MD A씨 모친이 대표로 있는 판촉물 업체 홈페이지. 현재는 폐업한 상태다. 홈페이지 캡처


https://n.news.naver.com/article/469/0000929388?sid=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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