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문해력 위기]
<9> 사각지대에 놓인 중고생
문해력이 ‘기초 이하’ 수준인 서울 지역 고1 학생이 1년 만에 10%포인트(p)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2는 4.5%p 늘었다. 초등 고학년 때부터 스마트폰 이용이 늘고 독서 시간은 줄어 문해력이 떨어지기 시작하는데, 이들에 대한 지원 시스템이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본지가 서울시교육청이 작년 10~12월 591개 초·중·고교 학생 약 10만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서울 학생 문해력·수리력 진단검사’ 분석 결과를 입수해 보니, ‘기초 미달(1수준)’에 해당하는 고1 학생이 약 13.8%에 달했다. 전년 대비 6.8%p 증가한 수치다. ‘기초(2수준)’ 비율 역시 16.2%로 전년 대비 3.2%p 늘었다. 반면 ‘우수(4수준)’는 42.3%로 전년 대비 9.8%p나 줄었다. 중2도 ‘기초 미달’(6.9%) 비율은 전년 대비 1%p 늘었고, ‘기초’(18.5%) 역시 3.5%p 증가했다.

서울교육청의 문해력 진단 검사는 초4·초6·중2·고1을 대상으로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정보를 읽고 적용하는 능력을 주로 측정한다. 교육청은 학교 수업 등을 제대로 이해하고 따라가려면 문해력이 ‘보통(3수준)’은 돼야 한다고 본다. 그런데 고1(30%)과 중2(25.4%) 모두 10명 중 3명꼴로 이 수준이 안 되는 것이다. 박남기 광주교대 명예교수는 “현재 문해력 진단 검사는 대체로 초등학교 저학년에서 많이 이뤄지고 있는데, 중·고교생들도 자기 학년 수준에 맞는 문해력 진단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해줘야 한다”고 했다.
읽기·쓰기 평가조차 못 받는 중고생들… ‘문해력 골든타임’ 놓친다
중학생부터 문해력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것은 이때부터 학교 교육에서 요구하는 문해력 수준은 급격하게 높아지는데 갈수록 스마트폰에 빠져 독서와는 멀어진 학생이 많아진 영향이라는 의견이 많다. 육아정책연구소가 2008년생 1200여 명을 조사한 ‘한국아동 성장발달 종단연구 2025’에 따르면, 이들의 초3 때 미디어 이용 시간은 하루 평균 1.19시간에서 초6 때 2.8시간으로 점차 늘어나다, 중1이 되면서 6.48시간으로 급증했다.
서울의 중학교 사서 교사 김모씨는 “최근 교육청에서 유아나 초등학생들의 문해력과 독서 정책을 강조하는데, 문제는 중학생 때부터 대부분 학생이 스마트폰을 가지고 다니게 되며 책과 급격하게 멀어지는 걸 느낀다”고 말했다. 경기 남양주의 고교 교사 유모씨는 “수업 내용도 글을 읽고 이해하려고 하기보다 유튜브 등에서 요약 영상을 찾아보고 인공지능(AI)에 물어보려는 경향이 생긴 것도 주요 원인이라고 본다”고 했다.
중·고교생의 문해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지만, 한국에는 학생들의 수준을 제대로 파악할 수단조차 없는 상황이다. 본지가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실을 통해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으로부터 ‘문해력 진단·증진 정책 현황’ 자료를 받아본 결과, 중·고교생을 대상으로 제대로 된 문해력 진단 검사를 하는 곳은 서울뿐이었다. 나머지 지역에선 대부분 초등 저학년을 대상으로만 문해력 진단을 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의 문해력 진단 검사도 원하는 학교만 응시하게 하며 정책 설계를 뒷받침할 자료는 되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다. 작년 조사에서 초등학교는 전체 605곳 중 372곳(61.5%)이 참여했지만, 중학교는 390곳 중 142곳(36.4%), 고등학교는 318곳 중 71곳(22.3%)만 참여했다. 입시에 가까운 학년일수록 문해력 진단에는 관심이 떨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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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혁 이화여대 국어교육과 교수는 “초등학생 때 문해력이 형성된다면 중학생 때는 학생별로 벌어진 문해력 격차를 좁힐 수 있는 ‘골든 타임’”이라며 “중학교 때 문해력을 ‘보통’ 수준으로 끌어올리지 못하면 이후 모둠 과제, 동아리 활동, 친구 관계에서도 소외되며 청소년 정신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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