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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금 모으기 대신 ‘운 모으기’ 한다…미신 아닌 루틴된 샤머니즘 [비크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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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4.15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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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기운이 좋은 장소를 찾아다니거나 MBTI 대신 사주를 보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일상의 작은 행운을 쌓으려는 움직임은 과거처럼 인생 역전을 기대하기보다는 위로와 통제감을 얻기 위한 ‘루틴형 샤머니즘’으로 진화하고 있다.

 

인스타그램에 업데이트 된 '주파수' 관련 콘텐트. 최근 이런 숏폼을 다이렉트 메시지로 보내며 '행운 밈'을 주고 받는 것이 유행이 됐다. 사진 SNS 갈무리

인스타그램에 업데이트 된 '주파수' 관련 콘텐트. 최근 이런 숏폼을 다이렉트 메시지로 보내며 '행운 밈'을 주고 받는 것이 유행이 됐다. 사진 SNS 갈무리

 


이모티콘 대신 ‘주파수’ 주고받는다


최근 대학생 이혜민(23) 씨는 친구들로부터 ‘금전운 높여주는 주파수’라는 숏폼 영상을 메시지로 받았다. 신비한 음악과 함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사진을 우주 배경에 합성한 콘텐트다. 아르바이트로 용돈을 버는 이 씨는 “진짜로 믿는 건 아니지만 잠시나마 기분이 좋아졌다”며 “이런 ‘행운 밈’을 주고받는 게 놀이처럼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이 회장을 활용한 주파수 콘텐트는 최근 실적 최고치를 경신한 삼성전자의 상황을 빗댄 것으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서 조회 수 300만회를 넘기며 빠르게 확산했다. 이후 ‘퇴근이 빨라지는 주파수’ ‘티켓팅(콘서트 매표) 성공하는 주파수’ ‘학점 A+ 받는 주파수’ 등 유사한 포맷의 콘텐트가 잇따라 등장했다. 예전에는 귀여운 이모티콘으로 “시험 잘 봐” “복 많이 받으세요” 같은 메시지를 주고받았다면, 이제는 ‘주파수’ 밈을 공유하는 것이 더 ‘힙한’ 소통 방식으로 여겨진다.

 

‘개운’ 찾아 기운 받는 ‘성지’ 투어

 

사주·명리학의 ‘개운법(운을 좋게 하는 방법)’은 생활이나 환경을 바꾸면 운이 따라온다는 개념이다. 최근에는 이를 일상에서 실천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올해 초 한 방송에서 언급된 ‘관악산 기운’이 도화선이 됐다. 박성준 역술가가 “운이 풀리지 않을 때 관악산을 가보라”고 조언한 이후, 실제로 산을 찾는 20·30세대가 부쩍 늘었다. 정상 인근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30분에서 1시간가량 줄을 서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 그랜드 하얏트 서울은 ‘화(火)의 기운이 많아 일복이 생긴다’는 입소문이 퍼지며 일부러 로비에 찾아가 일을 하거나 만나는 이들이 몰리고 있다.
 

7일 오후 관악산 정상 연주대가 등산객으로 붐비는 모습. 사진 중앙일보

7일 오후 관악산 정상 연주대가 등산객으로 붐비는 모습. 사진 중앙일보

 


이른바 ‘행운을 부르는 행동’도 공유된다. ‘한 해의 길운이 들어온다’는 입춘에는 현관을 정리하거나 큰돈을 쓰지 말고, 혼자 식사하지 말라는 식의 행동 수칙이 SNS에서 퍼졌다. 세계적인 야구 선수 오타니 쇼헤이의 미담도 유명하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주변 쓰레기를 줍는 습관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런 행동을 “작은 운을 모으는 일”이라고 표현해왔다.

 

이런 ‘개운법’이나 ‘길운’ 등은 과거에는 미신으로 치부되던 개념이지만, 이제는 일상의 기분을 환기하는 소소한 실천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미신을 일상에서 가볍게 소화하는 흐름은 대중문화에서도 나타난다. 영험한 음악으로 세상을 치유한다는 콘셉트의 ‘케데헌’에 이어 무속인이 등장하는 예능 프로그램 ‘운명전쟁49’, 드라마 ‘신이랑 법률사무소’ 등이 잇따라 흥행하면서 샤머니즘에 대한 심리적 장벽이 한층 낮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MBTI 뭐야?”는 옛말… ‘오하아사’ 확인하고 900원 사주


이런 사주와 음양오행은 개인을 이해하는 도구로도 주목받고 있다. 최근 20·30 직장인 사이에서는 회당 900원에 사주를 풀이해 주는 온라인 사이트가 인기다. 기업 마케터 이 모(38) 씨는 “챗 GPT에 재미 삼아 사주를 묻곤 했는데, 유료 사이트를 이용해 보니 더 잘 맞는 느낌이었다”며 “궁합이나 택일처럼 다양한 기능이 있고 가격 부담도 없어 주변에 추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테스트로 결정되는 MBTI와 달리, 사주와 음양오행은 각자 지니고 태어나는 요소로 개인의 기질을 알고 맞춰 나갈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다.

 

사주나 타로 같은 ‘미신의 영역’에 대한 사람들의 호기심이 과거에 없었던 현상은 아니다. 다만 진로나 취업 등 미래에 대해 궁금해하는 정도의 비일상적 경험이 주를 이었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일상의 ‘루틴(반복적 일과)’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이 달라졌다.

 

 

오늘의 별자리 운세를 서비스하는 '오하아사'의 한국어 번역 사이트. 아이돌 그룹 르세라핌은 공식 SNS계정을 통해 '오늘 오하아사 1위' 사연자에게 축하를 건네는 숏폼을 게재했다. 사진 홈페이지 및 SNS 갈무리

오늘의 별자리 운세를 서비스하는 '오하아사'의 한국어 번역 사이트. 아이돌 그룹 르세라핌은 공식 SNS계정을 통해 '오늘 오하아사 1위' 사연자에게 축하를 건네는 숏폼을 게재했다. 사진 홈페이지 및 SNS 갈무리

 


10·20세대를 중심으로 퍼진 ‘오하아사’ 열풍이 대표적이다. 오하아사는 일본 아사히 방송의 아침 프로그램을 줄여 부르는 말로, 뉴스와 생활 정보를 다루는 동시에 매일 별자리 운세 순위를 소개한다. 이 랭킹을 온라인으로도 볼 수 있어서 이용자들은 자신의 별자리 순위를 확인하고 “오늘 1위라 기분 좋다” “운 좋은 날이네, 축하한다” 같은 메시지를 주고받는다. 주목할 점은 ‘소망의 크기’다. 로또 당첨이나 주식 대박 같은 큰 행운보다는 반 배정이나 이른 퇴근 같은 일상의 작은 기쁨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샤머니즘을 맹목적으로 믿기보다 가벼운 즐거움과 대화 소재로 인식하는 것이다.

 

집 안에 들이는 ‘운 테리어’

 

운을 모으는 행위는 소비로도 연결된다. 부족한 기운을 보완해준다는 오행 팔찌나, 학교나 직장 책상 위에 부적처럼 올려두는 굿즈가 인기를 끌고 있다. 인테리어 영역에서도 ‘운(運) 테리어’가 등장했다. 과거에는 금기나 규범 같은 무속 신앙의 부정적 색채가 강조됐다면, 최근에는 디자인이 더해진 일상적 ‘행운 아이템’으로 소비되는 모습이다. 대표적으로 부정한 기운을 막고 복을 들인다는 ‘액막이’는 최근 귀여운 인형 형태로 등장해 집들이나 신혼 선물로 인기다. 카카오커머스에 따르면 선물하기에 등록된 ‘액막이 명태’ 상품 거래 건수는 2024년 12월 1497건에서 지난해 동기 2080건으로 39% 증가했다.

 

인기 캐릭터인 '최고심'의 행운 부적 굿즈(기념품)은 직장인이나 학생 사이에서 행운을 주는 선물로 인기다. 사진 텐바이텐

인기 캐릭터인 '최고심'의 행운 부적 굿즈(기념품)은 직장인이나 학생 사이에서 행운을 주는 선물로 인기다. 사진 텐바이텐

 


인생 역전 아닌 위로의 언어


점술이나 미신이 지금 다시 호출되는 이유는 설명하기 어려운 ‘우연의 영역’을 해석해주는 도구로 기능하기 때문이다. 이는 합리적 선택만으로는 모든 결과를 통제하기 어렵다는 경험이 누적된 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자기계발이나 성공에 대한 의지가 강한 한국의 젊은 세대에게 ‘운’은 자기를 믿고자 하는 암시이자 노력의 일환이다.

 

생략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5/0003516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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