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야자키 하야오의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포스터. 엔케이컨텐츠 제공
작업실 옆 넓은 땅을 사 아이들을 위한 놀이터로 남겨두는 낭만주의자, 동시에 수차례 은퇴를 번복해온 위대한 ‘양치기 소년’ 미야자키 하야오. 15일 개봉하는 다큐멘터리 ‘미야자키 하야오의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는 거장이라는 화려한 수식어 뒤에 가려져 있던 한 인간의 고독하고 지난한 노동을 길어 올린다.
이번 작품은 2024년 아카데미 장편 애니메이션상 수상작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의 탄생기이자, 미야자키가 스튜디오 지브리와 함께 보낸 7년의 기록이다. 카메라는 우리가 선망하던 비범한 천재 대신, 끝없는 자기 의심 속 “내 머리가 고장 난 것 같다”고 자조하며 일정표에 ‘살아 있을까?’라 적어둔 쇠약한 80대 노인을 비춘다.
연출은 ‘벼랑 위의 포뇨’(2008)부터 20년 가까이 미야자키의 작업 현장을 기록해 온 아라카와 가쿠 감독이 맡았다. 1000시간이 넘는 촬영 분량을 바탕으로 완성된 이 다큐는 제77회 칸영화제 클래식 섹션에 초청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카메라는 때로는 개구쟁이처럼 거장을 놀리다가도 아무 말 없이 곁에 머문다. 오래된 친구처럼, 그가 무너지는 순간까지도 끝내 시선을 거두지 않는다.
미야자키가 은퇴를 선언했던 2013년부터 ‘그대들은…’이 개봉하기까지 그가 마주한 상실은 참혹했다. 50년 넘게 함께한 라이벌이자 돈독한 동료 타카하타 이사오 감독과 30년간 지브리의 색채 설계를 담당한 야스다 미치오 등 오랜 전우들의 잇따른 죽음은 거장의 세계를 깊게 흔들었다.
그를 다시 지옥 같은 책상 앞으로 불러들인 것은 역설적으로 그 죽음들이었다. “아직 살아있으니 하나 더 하라”는 야스다의 유언 같은 권유에 미야자키는 동료들이 떠난 빈자리에서 다시 연필을 쥐었다.
지브리의 공동 창립자 스즈키 토시오 프로듀서와의 독특한 케미는 이 무거운 여정에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감독님과 만나면 힘들다. 저 세상과 현실을 오간다”는 스즈키의 볼멘소리와 “감독님은 고통스러워 보이지만 사실은 창작의 쾌감을 느끼고 있다”는 천연덕스러운 그의 설명이 웃음을 더한다. ‘그대들은…’에서 주인공 마히토를 다른 세계로 안내하는 왜가리가 스즈키를 모델로 했다는 비하인드 스토리는 지브리 팬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선물이다.
“영화에 목덜미를 잡혀 도망칠 수 없다”는 그의 말처럼 그는 창작이라는 숙명에 붙잡힌 채 끝끝내 마침표를 찍는다.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질문을 던졌던 거장은 좌절과 괴로움에도 끝까지 그려보겠다는 뒷모습으로 그 질문에 직접 답하고 있다.
이다연 기자
https://v.daum.net/v/202604141212029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