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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구성원 대다수가 외로움을 호소하는 동시에 자발적으로 단절을 선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손절사회》는 타인을 감정적 득실에 따라 평가하며, 손절이라는 행위를 통해 관계를 최적화하는 것이 우리의 새로운 문화적 과제가 되었다고 이야기하는 책이다. 손익계산이 되어버린 오늘날의 인간관계, 그 안에 담긴 각자도생의 논리를 심리학에서 대중문화에 이르는 전방위적 탐구를 통해 설명한다.
98년생 사회학 연구자 이승연은 무해함의 추구, MBTI, 캔슬 컬처, 사주팔자 유행, AI와의 사랑에 이르는 다양한 현상을 분석하며, 손절이 해방과 치유의 언어가 되는 흐름을 경계한다.
책 속의 말
‘손절’이라는 말이 유행하는 현상이 보여주듯 요즘은 인간관계를 단절하라는 조언이 흔한 시대다. 이런 점을 고려해 보면 이토록 외로운 사람이 많다는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다. 수도 없이 많은 사람이 겉으로 드러내지만 않을 뿐 지독한 외로움에 시달리는 중이다. 점점 더 많은 사람, 특히 청년들이 깊은 외로움을 겪는 이 현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_〈서론: 가장 외로운 시대, 가장 외로운 세대〉 중에서
유튜브에서 일관되게 높은 인기를 구가하는 동영상들은 대개 심리학적·정신의학적 용어를 동원해 인간 행동을 평가하기 위한 일반화된 원리를 설명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마치 식당의 위생을 점검하는 백종원처럼, 행동과 언어 하나하나에 확대경을 들이밀어 낱낱이 평가하는 이러한 행위의 목적은 정신 건강에 ‘유해한’ 사람을 구분한 다음, 인간관계를 끊어내는 ‘손절’ 행위를 통해 이들에게서 받을지도 모를 피해를 예방하는 것이다. _〈1장 인간관계 전문가의 시대〉 중에서
심리학과 정신의학은 오래도록 대중적으로 널리 관심을 받아온 학문이지만, 특히 팬데믹 시대를 기점으로 많은 사람이 이를 인간관계를 이해하고 잘 해내기 위한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타인들로 인한 ‘스트레스’와 ‘트라우마’ 폭격에 시달리며, 우리를 ‘트리거(trigger)’하는 것들을 피하려고 애써야 한다. ‘바운더리’를 설정하고, 나를 ‘가스라이팅’하는 ‘에너지 뱀파이어’들과 ‘나르시시스트’들과의 ‘유해한’ 관계로 인해 떨어진 ‘자존감’을 ‘회복하며’ ‘건강한’ 관계를 맺으려 노력해야 한다. 관계를 구축하기 이전에 ‘진정한 나’를 알고 ‘자아를 실현’하며 ‘행복’을 찾기 위해 ‘마음의 근육’을 단련해야 한다. _〈2장 내게 무해한 사람〉 중에서
치료요법 문화의 인간관계론은 실제로도 경영과 투자의 메타포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쉽게 닳아 없어지는 자원인 감정적 에너지는 당신이 선택한 소수의 사람에게만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신과 당신의 건강이 너무나 소중하다는 말은 타인을 투자의 대상으로 보는 관점을 효과적으로 정당화한다. 치료요법의 전문가들은 친구의 고민 들어주기, 안부 묻기, 즐겁게 인사하기, 가볍게 말 걸기 등 타인과의 다양한 상호작용을 관계에 ‘투자하는’ 행동으로 재평가하기도 한다. _〈3장 선택하지 않을 선택〉 중에서
‘틴더’를 비롯해 젊은 세대들이 애용하는 친구 찾기 및 소개팅 어플들이 프로필에 MBTI를 표시할 수 있게 하는 것만 보아도 MBTI가 특히 청년들의 인간관계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적지 않은 청년이 처음부터 잘 맞을 것 같은 사람을 선택함으로써 잘 안 맞는 사람에게 감정적 ‘투자’를 해버리는 손해를 막고, 인간관계를 통제하고 최적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MBTI를 사용한다. _〈4장 프로필 대 프로필의 만남〉 중에서
손절해 독립해 헤어져 퇴사해 같은 거 좀 쳐보거나 들어본 사람들이면 하나하나 너무 익숙한 광경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