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31일 서울 서대문구 명지대 서울 캠퍼스 인근 상권. '○○떡볶이', '○○마라탕' 등 한국어 간판 사이로 '쭉 흐엉(TRÚC HƯỞNG) 모바일'이라 적힌 외국어 간판이 보였다. 베트남 유학생과 노동자를 대상으로 하는 휴대폰 매장이었다. 매장 안으로 들어가니 베트남어로 적힌 포스터들이 벽면에 걸려 있었다. 'D2, E9E7, F1·2·5·6 모든 비자 지원, 모든 국적 무관', '개학 시즌 프로모션, 합법적인 유심 개통, 유학생·노동 비자 소지자 우대' 등의 내용이었다.
베트남 유학생이 늘어나면서 휴대폰 등 생활 서비스 매장이 대학가 근처에 생겨나고 있다. 지난 2월 기준, 중국 유학생을 제칠 정도다. 건국대·경희대·한국외대 등 서울 동북권 대학가 상권 일대도 마찬가지다. 이들 지역에는 휴대폰 매장은 물론, 베트남 식료품 마트가 입점하는 등 생활 밀착형 매장이 잇따라 들어서고 있다. 유학생 국적 변화가 대학가 상권 구조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국내 외국인 유학생은 국가별로 베트남이 11만5131명으로 가장 많았다. 중국은 7만8529명으로 바로 뒤를 이었다. 전체 유학생에서 두 국가가 차지하는 비중은 62.4%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특히 국내 대학교나 어학당 등에 다니는 외국인 유학생은 지난 2월 최초로 31만명을 찍어 5년여 만에 15만명에서 30만여명으로 불어났다. 국내 체류 유학생은 코로나19가 시작된 2020년 말 15만3361명을 기록했다.
대학가 근처에 베트남 유학생 수요를 겨냥한 상권이 생기는 이유다. 명지대 휴대폰 매장은 지난해 12월 문을 열었다. 해당 매장에서 일하는 프엉 씨(20)는 어눌한 한국어로 "10명 중 9명은 베트남 사람"이라며 "주변에서 공부하는 유학생이나 일하는 친구들이 온다. 사장님도 베트남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휴대폰 매장은 일반 매장과 동일하게 삼성 갤럭시, 애플 아이폰 제품들이 진열대 안에 전시돼 있었다.
명지대 근처 원룸 부동산 계약은 2~3년 전부터 변화가 생겼다고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전했다. 명지대 인근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60대 A씨는 "코로나19 전에는 중국인 유학생이 많았는데 이후에는 베트남, 미얀마 학생들이 들어오기 시작하더라"며 "지금은 중국인 유학생보다 베트남, 미얀마 학생이 많다. 가장 많은 건 베트남"이라고 말했다.
이어 A씨는 "체감상 1000개의 원룸이 있다면 300개가 베트남 학생 계약"이라며 "그중 70%가 상태 안 좋은 반지하에 산다. 매물 안 좋은 곳은 한국 학생들이 안 사는데 그런 곳을 어학당에서 공부하거나 유학하러 온 베트남 학생들이 들어갔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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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빈 한경닷컴 기자 waterbe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