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0단독 조대현 판사는 이 회장이 “출국금지 기간 연장 처분(2025년 11월 24일부터 6개월)을 취소해달라”며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낸 출국금지 기간 연장처분 취소소송에서 지난달 26일 원고 승소 판결했다.
법원이 인정한 사실관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지난해 5월 기준 약 243억원 상당의 국세를 체납한 상태다. 세무당국은 이 회장이 2009년 납부했어야 할 32억7000여만원의 법인세를 비롯해 법인세·종합소득세·부가가치세 등 총 32차례에 걸쳐 내야 할 국세를 내지 않고 체납하고 있다고 파악하고 있다.
법무부는 이 회장에 대해 2015년 3월께 처음으로 출국금지 처분을 한 후 반복적으로 해당 기간을 연장해왔다. 이 회장이 해외출장을 이유로 해제 신청을 했을 때 각각 2022년 5월과 12월, 2022년 5월과 12월, 2023년 9월 등 3차례만 해제 조치가 이뤄졌다. 이 회장은 출국금지 기간이 계속 연장되자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냈다.
재판 과정에서 이 회장 측은 “국내에서 가족과 화목한 생활을 하고있어 재산을 해외로 도피할 가능성이 없다”며 “1950년생 고령으로 배우자가 보유한 재산으로 생활하고 있어 별다른 재산이 없다”고 주장했다. 또 “출국금지가 일시 해제됐을 때 약속대로 일정을 수행한 뒤 예정된 날짜에 귀국했다”고도 강조했다.
먼저 재판부는 대법원 판례를 인용해 “조세 미납을 이유로 한 출국금지는 재산 해외도피 등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며 “심리적 압박을 통해 세금을 납부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 전제했다.
이어 “이 회장에 대해선 10년 간 출국금지 처분이 이어졌다”며 “그럼에도 과세관청에서 이 회장이 체납된 국세를 납부할 수 있을 정도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었다는 구체적인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짚었다.
재판 과정에서 법무부는 “이 회장과 배우자가 4년 간 4억 3600만원을 소비했다”며 “이례적으로 과다한 만큼 이 회장이 현금성 재산이나 차명재산을 은닉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재산을 은닉했다고 쉽게 단정할 수 없다”며 “이 회장의 배우자가 2019년께 서울 성북구 건물을 팔아 43억원 상당을 수령했다”고 했다. 이어 “이 회장이 가족의 도움을 받아 생활을 영위했을 가능성도 있다”며 “해당 부동산의 실질적 소유자가 배우자가 아닌 이 회장이라는 증명도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일시적으로 출국금지 처분이 해제됐을 때 이 회장이 국내에 형성한 재산을 해외로 도피시키려고 시도했다고 볼 정황도 발견되지 않는다”며 “이 회장은 만 75세로 배우자가 직계비속이 모두 국내에 거주하고 있어 생활의 기반도 국내에 형성돼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출국금지 연장 처분은 이 회장이 받게 될 불이익을 고려했을 때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는 점에서도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회장이 재산을 차명으로 형성했거나 은닉했다고 볼 정황이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는데도 추측만으로 출국금지 처분을 하는 것은 입법 목적과 달리 체납액을 자진해 납부하도록 강제하는 수단으로 변질시키는 결과가 된다”고 설명했다.
또 “이 회장이 국제 무기거래 사업 등으로 해외출장의 필요성이 큰 사업을 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러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출국금지 처분은 예방적 조치인데도 불구하고 이 회장에 대해선 10년 가까이 반복적으로 이뤄지면서 사실상 제재로 작동했다”고 결론 내렸다.
이 판결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법무부 측에서 항소해 현재 서울고법에서 항소심이 계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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