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본 글에서는 내용 전개상 부득이하게 버추얼 멤버의 원래 정체(‘빨간 약’)를 언급하고 있습니다. 해당 정보는 이미 공식 계정 등에서 직간접적으로 공개된 사항이지만, 만약 노출을 원하지 않을 경우 글을 열람하지 않는 것을 권장해 드립니다.
비눈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이해인과 워너뮤직코리아 출신 김제이가 함께 세운 신생 기획사 올마이애닉도츠가 선보인 오위스(OWIS)의 데뷔 앨범 "MUSEUM"은 버추얼이라는 포맷을 영리하게 활용한 결과물이다. 버추얼 아이돌이라는 개념이 아직 생소할 수 있지만, 이들의 실체는 케이팝 팬들에게 이미 익숙한 얼굴들이다. 오위스는 정체를 완전히 숨기는 대신, 공식 SNS와 뮤직비디오를 통해 본체의 존재를 살짝 드러낸다. 현실에 반의 반쯤 발을 걸친 이 ‘불완전한 가상성’은 오히려 새로운 이슈 메이킹의 도구가 된다.
이들이 버추얼 형식을 택한 이유는 분명하다. 이미 케이팝 씬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은 멤버들에게 가상 아바타는 일종의 '환생'이자 '부캐'로서 과거 이미지의 무게에서 벗어나 새출발의 자유를 준다. 여기서 드러나는 묘미는 '경력직'만이 보여줄 수 있는 여유다. 이해인의 치밀한 디렉팅 아래 류수정의 음색이 중심을 잡고, 아도라의 프로듀싱, 지니의 안정적인 퍼포먼스, 이루리의 균형 감각이 맞물리며 신인으로는 보기 드문 높은 완성도를 보여준다.
앨범 전체를 관통하는 정서는 ‘드림코어’다. 러블리즈가 보여줬던 잔혹 동화 특유의 서늘함과 음기를 걷어내고, 그 자리에 맑고 나른한, 비현실적인 꿈의 이미지를 채워 넣었다. 특히 류수정의 목소리는 등장할 때마다 꿈의 농도를 짙게 만드는 핵심 장치로 기능한다. 그녀의 정규 앨범 “Archive of Emotions”의 감성을 잇는 보컬은, 수록곡 ‘ONLY WHEN I SLEEP’의 브릿지에서처럼 팀의 정체성을 구축한다.
타이틀 곡 ‘MUSEUM’은 구름을 밟고 바다를 올려다보는 듯한 몽환적인 분위기를 극대화한다. 조화로운 음색 합과 가벼운 악기 구성 위로, 마지막 코러스에서 터져 나오는 합창은 벅차오르는 감각을 남긴다. 앨범은 ‘juicy’처럼 밝은 곡을 두면서도 ‘airplane : 143’이나 ‘missing piece’처럼 나른하고 꿈결 같은 무드를 유지하며, 지루함 없도록 장르를 넘나든다.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앨범 구조다. ‘forNEVER’의 강렬한 마무리 이후 ‘MUSEUM’ 영어 버전이 이어지며, 시작과 끝이 연결되는 순환 구조를 이룬다. ‘꿈’과 ‘잠’을 잇는 이 유기적 구성은 끝없는 꿈속으로 청자를 초대한다.
이 프로젝트가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지 않으려면, 메이브(MAVE:)나 피버스(Feverse) 등 일부 선례를 뛰어넘는 지속성이 필요하다. 일부 2D 모델링 비판은 역으로 이들이 노리는 지점을 분명히 보여준다. 현 모델링은 버튜버 팬덤을 겨냥하는 것이 아닌, 그룹이 지향하는 동화적이고 환상적인 음악 세계를 시각적으로 구현하는 도구다. 결국 관건은 모델링 디테일을 정교화하면서, 오위스가 구축한 독특한 음악 세계와 팀 컬러를 이어갈 방안을 찾는 것이다. 이 꿈 같은 기록이 케이팝 씬에 어떤 변화를 불러올지, “MUSEUM”은 그 가능성을 확인하기에 충분히 영리하고 매력적인 입문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