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기사/뉴스 이찬혁·이수현 악뮤 '개화', 고통 조각으로 맞춘 구원 퍼즐
311 2
2026.04.12 12:47
311 2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이보다 더 좋은 것은 없어 / 흐린 날도 화창한 날도 시린 날도 / 끼우고 나면 다 퍼즐이 될 거야" ('기쁨, 슬픔, 아름다운 마음' 중)


결여를 긍정하는 일은 어떻게 예술이 되는가. 남매 듀오 '악뮤(AKMU)'가 최근 발매한 정규 4집 '개화(開花)'는 이 무거운 철학적 질문에 대한 대중음악 식(式) 가장 투명하고도 우아한 대답이다.


이번 앨범을 관통하는 핵심 철학은 타이틀곡 '기쁨, 슬픔, 아름다운 마음'에 집약된 '퍼즐의 미학'이다.


우리는 흔히 삶의 슬픔과 고통을 빨리 도려내야 할 오답으로 여긴다. 그러나 이찬혁의 시선에서 흐린 날과 시린 날의 고통은 배제해야 할 흠결이 아니다. 그것들은 삶이라는 거대한 그림을 완성하기 위해 반드시 제자리를 찾아야만 하는 고유한 퍼즐 조각이다. 슬픔을 '쫓아내지 않고 품어줄 때 아주 예쁜 돌'이 된다는 인식은, 고통을 단순히 위로하는 차원을 넘어 미학적으로 승화시키는 거장의 변증법적 태도다.


메시지의 진정성을 담보하는 것은 철저하게 덜어낸 사운드다. '개화'는 K-팝 신을 지배하는 전자음과 화려한 퍼포먼스의 문법에서 완전히 탈주했다. 컨트리와 포크를 기반으로 한 어쿠스틱 사운드는 이들이 설립한 레이블의 이름처럼 꾸밈없는 '샘물' 같다.


이찬혁이 매만진 순정한 질감 위로, 이수현의 청아한 보컬이 투명하게 내려앉는다. 화려한 기교 대신 말하듯 읊조리는 가창, 그리고 대부분 한국어로 쓰인 순수한 노랫말은 듣는 이에게 인공 감미료 없는 '유기농'의 편안함을 선사한다. 현악, 퍼쿠션, 박수('옳은 사람'·'난민들의 축제'), 브라스('우아한 아침 식사') 등의 다양한 소리 요소도 과히지 않고 노랫말에 철저하게 복무한다.


가장 일상적이고 미시적인 사물들로 내면의 평화를 노래하는 11곡의 트랙들은, 이찬혁과 그의 밴드 마스터인 이진협과 함께 한 편곡들로 어쿠스틱의 질감을 입음으로써 비로소 숨을 쉰다.


무엇보다 이 앨범의 텍스트가 지니는 호소력은, 이것이 픽션이 아닌 이들 남매가 온몸으로 통과해 낸 '생존의 기록'이라는 데 있다.


최근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악뮤 자체 다큐멘터리 '악뮤: 더 패스트 이어'를 통해 공개된 이수현의 슬럼프는 깊고 어두웠다. 거침없이 질주하던 오빠의 빛 아래서 동생은 심각한 자기 검열과 대인 기피증, 번아웃에 시달리며 2년의 은둔 생활을 했다. "음악을 포기하겠다"는 동생을 위해 이찬혁은 기꺼이 자신의 질주를 멈췄다. 함께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고 우간다로 음악 봉사를 떠나며 동생의 잃어버린 조각들을 주워 모았다.


결국 '개화'는 오빠 이찬혁이 깊은 어둠 속에 웅크린 동생 이수현에게 "네 삶의 시린 조각들조차 다 아름다운 퍼즐이 될 것"이라며 건네는 눈물겨운 응원가이자 구원의 손길이다.


놀라운 것은, 단 한 사람(동생)을 살리기 위해 부른 이 지극히 사적인 연가가 세상을 향한 보편적 연대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이다. '기쁨, 슬픔, 아름다운 마음'의 뮤직비디오 댓글 창은 현재 거대한 '고해성소'이자 '치유의 장'이다.


수류탄 사고로 손을 잃고 위암 3기 투병 중인 50대 사회복지사, 혈액암 치료를 앞둔 30대 환자, 삶의 끈을 놓으려다 이 노래를 듣고 다시 일어선 우울증 중학생, 휠체어를 타는 소아암 생존자 딸을 둔 어머니까지. 


저마다 삶의 '시린 퍼즐 조각'을 쥐고 피 흘리던 이들이 악뮤의 음악에 기대어 서로의 상처를 쓰다듬고 있다. "이찬혁, 동생 이수현을 살려내더니 기꺼이 나와 우리를 살려내는구나." 한 누리꾼의 이 문장은 악뮤의 정규 4집 '개화'가 이룩한 성취를 가장 정확하게 요약한다. 


정답을 강요하고 타인의 흠결을 향해 핏대를 세우는 혐오의 시대, 악뮤는 섣부른 심판 대신 기꺼이 곁을 내어주는 '텐트'를 쳤다. 흐리고 시린 날을 견디는 모든 이들에게, 당분간 이 앨범보다 더 좋은 위로는 없을 것이다.




https://v.daum.net/v/20260411133829937


https://youtu.be/MGUwM0xqYFw?si=mYhyqU9FPjBxvAvm

목록 스크랩 (0)
댓글 2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더쿠X네이처리퍼블릭💚 "무색 허멜립" 드디어 탄생 ! 허니 멜팅 립 1️⃣+1️⃣ 체험단 모집(50인) 580 04.08 64,885
공지 [공지] 언금 공지 해제 24.12.06 5,049,984
공지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24.04.09 12,153,269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13,039,607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 정치글은 정치 카테고리에] 20.04.29 35,466,400
공지 정치 [스퀘어게시판 정치 카테고리 추가 및 정치 제외 기능 추가] 25.07.22 1,085,543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85 21.08.23 8,539,861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69 20.09.29 7,452,413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610 20.05.17 8,666,160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4019 20.04.30 8,545,925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9. 스퀘어 저격판 사용 금지(무통보 차단임)] 1236 18.08.31 14,467,157
모든 공지 확인하기()
3041233 이슈 [KBO] 삼성 원태인 복귀전 3.2이닝 무실점 2 15:27 99
3041232 유머 사랑해 잘 익은 샴 고양이 2 15:27 220
3041231 기사/뉴스 안정환 "이탈리아 마피아들이 나 죽인다고"..2002년 월드컵 '골든골' 살벌한 후폭풍 [유퀴즈] 15:27 63
3041230 이슈 스페인 : 이스라엘 당신들은 제노사이드 주범이자 범죄정권입니다. 2 15:26 133
3041229 이슈 엑소 콘서트에서 반응 개터진 엑소8집 수록곡 "Crazy" 4 15:26 135
3041228 이슈 [1박2일 선공개] 전여친한테 진짜 발로 차인 것도 셌어요^^ 15:25 382
3041227 유머 오늘자 새벽 3시 살목지 근황.jpg 33 15:24 1,488
3041226 이슈 궁 엔딩씬으로 많이 착각한다는 장면 7 15:24 1,039
3041225 이슈 저스틴 비버 코첼라 메인스테이지 생중계 (3시 25분 시작) 15:24 152
3041224 유머 한국 작가들이 걸렸다는 심각한 병 8 15:23 1,448
3041223 이슈 현재 미국 대중들, 팬들, 안티들 모두가 주목하고 있는 가수...jpg 6 15:22 1,021
3041222 유머 혼자 괌 여행 다녀온 키오프 벨 1 15:20 757
3041221 이슈 [21세기 대군부인] 현대 입헌군주국에서 섭정이 존재하는 것 자체는 이상하지 않음 22 15:18 1,219
3041220 이슈 연출 미친 것 같은 이번 엑소 콘서트 오프닝 18 15:16 998
3041219 이슈 샤갈 국민의례하는데 화면 오류나서 창기 얼굴 하나 더 생김ㅋㅋㅋㅋㅋㅋㅋㅋ 14 15:14 1,619
3041218 이슈 실시간 홍대에서 손 흔들어주는 사람들ㅋㅋㅋㅋㅋㅋㅋ 7 15:11 3,224
3041217 이슈 암컷에게는 도태 공포가 없다.jpg 23 15:11 2,369
3041216 이슈 있지(ITZY) 유나 실물 느낌나는 폰카 영상.twt 5 15:10 705
3041215 이슈 재벌이 왕족하고 결혼하는게 무슨 신분타파냐 정경유착이지 ㅋㅋㅋㅋㅋㅋ 69 15:08 5,745
3041214 이슈 리센느 Runaway 챌린지 15:07 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