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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단독] "월세 더 낼게요" 애걸해도 퇴짜만 15번... 반려인 10명 중 4명 '주거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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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4.11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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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리서치-서울대 수의대 공동
'반려동물 양육 가구 실태 조사'
임차 반려인 46% "다음 집 불안"
5명 중 1명 "이웃과 갈등 있었다"
'각오' 위한 보호자 교육에 긍정적
총리 산하 반려동물 정책위 첫 삽


한 살배기 고양이 덕배의 보호자 강소월(42)씨 부부는 최근 이사 갈 월셋집을 구하며 3주 만에 15번 퇴짜 맞았다. 반려동물 양육이 금지된 집은 물론 반려동물 월세를 더 내야 한다는 집도 있었다. 덕배 위로 다섯 살짜리 고양이 두 마리가 더 있다는 설명에 부동산 주인은 "심하다. 그렇게까지 동물을 왜 키우냐"며 핀잔을 줬다. 


'원룸도 아니고 스무 평 넘는 집인데. 우린 아이도 없고 월세도 100만 원 이상 내겠다는데...' 강씨는 "어느 정도 환경이 갖춰지지 않으면 애들이 아플까 봐 불안하다"며 온 힘을 쏟았다. 가까스로 새 보금자리를 구한 뒤 그는 한동안 몸살을 앓았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가 전체의 15%(313만 가구)를 돌파한 시대. 더 이상 "너희 집 강아지 키워?"라며 놀라는 이는 없다. 하지만 반려인들의 속사정은 다르다. 새 가족맞이에 필수적인 '집'을 구하는 것부터 난관이란 설문 결과가 나왔다. 강씨처럼 '살 집을 구하기 어려울 것 같다'는 불안에 떠는 양육자가 10명 중 4명에 달했다. 이웃 간 갈등, 양육 비용 등 끝없는 고충도 오롯이 양육가구의 몫이다. 정책적 도움이 절실하지만 뼈대가 될 기초 통계조차 부실한 실정이다.


한국일보는 한국리서치와 서울대 수의대 천명선 교수 연구팀이 지난해 3월 전국 반려동물(개·고양이) 양육 가구 주 보호자 2,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반려동물 양육 실태조사를 입수했다. 이번 설문은 개인이 아닌 가구당 1명의 주 양육자를 대상으로 그들의 인식을 물어 현실을 면밀히 파악했다. 양육자의 심리적 고통, 주거·의료비 부담, 이웃 갈등 등 여러 어려움을 동시에 조사한 건 처음이다. 조사와 별개로 반려동물 양육자 8명을 인터뷰해 현실적 고충과 함께 어떤 정책이 필요할지 들어봤다.

전월셋집 사는 반려인, 이사 철마다 '쩔쩔'

조사에 응한 양육자 중 자가가 아닌 전·월셋집에 산다고 답한 비율은 32.0%다. 임차 가구 반려인의 46.3%는 '계약 만료 후 반려동물과 살 집을 구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느꼈다. 집주인 허락을 받았더라도 양육 환경을 갖췄는지는 또 다른 문제다. 


가령 고양이를 키울 땐 캣타워(고양이가 오르내리는 놀이용 구조물)와 화장실을 둘 만한 공간, 중문 달린 창문이 있어야 바깥 구경을 하면서도 문틈으로 탈출하는 걸 막을 수 있다. 계약이 끝난 뒤 반려동물로 인한 배상을 요구할 수 있다는 불안감(32.9%)도 컸다. 노견을 키우는 30대 신모씨 부부는 "똥오줌을 못 가려서 전셋집에 냄새라도 밸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래픽=송정근 기자

그래픽=송정근 기자

반려동물 금지조항을 계약 특약으로 내건 집주인들을 여럿 만난 임차인은 '몰래 키우기'를 택하기도 한다. 임차가구 양육자 5명 중 1명(20.8%)은 "반려동물을 키우다가 들킬까 불안하다"고 했다. 원룸에 홀로 사는 직장인 조모(27)씨는 월세 계약서를 쓸 때마다 '반려동물을 키우면 계약을 파기한다'는 내용 옆에 서명해야 했다. 3년 전 가족이 된 고양이의 존재를 알리지 않고 키웠다. 행여 들킬까 마음을 졸이다 결국 올해 초 본가로 고양이를 보냈다. 이번 조사를 설계한 천 교수는 "2030세대 등은 원래 주거의 불안정성이 있는데 동물이 이를 증폭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웃 눈치, 반려동물 케어에 지친 보호자들

응답자 절반(48.2%)은 아파트에 살아 이웃과의 마찰도 걱정해야 했다. 5명 중 1명(18.2%)은 "반려동물 때문에 이웃과 싸웠다"고 답했다. 주요 원인은 △실내 짖음(46.7%) △실외 짖음(32.1%) △달려들기·물기 등 위협(28.6%) △배설 문제(25.3%) 순으로 나타났다. 신씨 부부는 "현관문에 '밤에 개 짖는 소리가 나서 시끄럽다'고 적힌 쪽지가 붙어 놀란 적이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를 해결할 뾰족한 수가 없다는 점이다. 갈등을 겪은 양육자들은 △이웃에게 사과하거나(63.4%·복수응답) △반려동물 훈련·생활습관 개선(26.7%) △금전 보상(21.4%) 등으로 갈등 상황을 대처했다. 하지만 나머지 3분의 1은 방치하거나, 이사하거나, 반려동물을 다른 곳으로 보냈다.

그래픽=송정근 기자

그래픽=송정근 기자

양육 자체에도 신경 쓸 지점이 한둘이 아니다. 가장 큰 어려움은 '집을 비우기 어렵다'(52.7%)는 점이었다. 털·배설물 등 위생관리(13.7%), 질병·질환 등 건강 이상 대처(8.8%)가 뒤를 이었다. 고양이인 호랭과 창문을 키우는 김지양(40)씨는 "지난해 여름 1주일간 입원해 집을 비워서 친구에게 고양이를 돌봐달라고 부탁했는데 호랭이 밥을 먹지 않아서 급히 퇴원한 적이 있다"며 "고양이는 아파도 되지만 집사는 아프면 안 된다는 걸 그때 절실히 깨달았다"라고 했다.


https://n.news.naver.com/article/469/00009248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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